주류 소비 지형도 바꾼 20·30대
하드셀처 즐기는 신주류 객층까지
올리브영, RTD 주류 시범 판매
올해 70여개 매장, 15종 내외 취급
MZ 700만명 플랫폼…“MZ 라이프스타일 카테고리 확장”
1일부터 RTD 주류 시범 판매를 시작한 올리브영. 올리브영 여의도IFC점. [이정아 기자] |
1일부터 RTD 주류 시범 판매를 시작한 올리브영. 올리브영 여의도IFC점. [이정아 기자] |
[헤럴드경제=이정아 기자] 16일 서울 여의도 IFC몰 올리브영. 논현동과 한남동 인기 맛집으로 꼽히는 쿠시마사의 하이볼 레시피가 담긴 캔 하이볼부터 유자·머스킷 캔 칵테일, 1인용 컵 와인, 과일향의 에일 맥주까지 저도수 저칼로리 RTD(Ready To Drink) 주류 10여종이 진열돼 있었다.
같은 시각 서울 한남동에 있는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패션 편집숍 비이커는 와인 안주를 판매하고, 인근에 위치한 아모레퍼시픽의 티 하우스 오설록에서는 티 칵테일을 판매했다. 주로 간편 먹거리를 취급하던 편의점은 이제 가격의 경계를 허물고 돔 페리뇽 등 수천만원대의 최고급 와인을 판매하거나, 버터맥주 등 프리미엄 신주(酒)류를 앞다퉈 판매하고 있다.
지난 1일부터 RTD 주류 시범 판매를 시작한 올리브영. 올리브영 여의도IFC점. [이정아 기자] |
1일부터 RTD 주류 시범 판매를 시작한 올리브영. 올리브영 여의도IFC점. [이정아 기자] |
유통, 뷰티, 패션, 식음료(F&B) 업계 곳곳에서 카테고리 경계를 허물고 오프라인 공간을 새로 고치는 ‘파괴적 혁신’이 일어나고 있다. 혁신의 방향에는 공통점이 있다. 새로운 소비 주축으로 떠오른 MZ세대(밀레니얼+Z세대)의 라이프스타일을 집중 겨냥해 취급 품목의 한계를 넘어선다는 점이다. 그중에서도 소비 지형도를 크게 바꾸고 있는 시장은 단연 주류다. 콘셉트가 분명한 높은 품질의 인기 신주류의 판매 순위가 스테디셀러 주류를 넘어설 정도다.
17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CJ올리브영은 지난 1일부터 RTD 주류 시범 판매를 시작했다. 올리브영은 올해 70여개 매장에서 15종 내외의 RTD 주류를 시범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올리브영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혼술·홈술 문화가 확산하고, 신주류 주요 구매 객층으로 떠오른 MZ세대의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한 카테고리 테스트 일환”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헬스앤뷰티(H&B) 스토어에서 독보적으로 성장한 올리브영은 MZ세대를 많이 확보한 플랫폼이다. 올리브영의 전체 회원 1114만명 중 MZ세대만 700만명이 넘는다. 주류를 판매하기 좋은 오프라인 매장이 도심과 골목 곳곳에 위치해 있다는 점도 강점이다.
올리브영에서 판매하는 캔 하이볼과 잔 와인 [이정아 기자] |
이에 올리브영은 20·30대에게 인기가 높은 ‘하드셀처(Hard Seltzer)’와 혼자 마시기에 제격인 저용량 와인으로 품목 차별화를 꾀했다. 하드셀처는 위스키에 탄산음료를 넣고 다양한 향미를 첨가한 주류다. 코로나19를 계기로 지난 10년간 내리막길이었던 국내 위스키 시장이 반전된 가운데, 최근에는 집에서 가볍게 하드셀처를 즐기는 신주류 객층이 부상하고 있다. MZ세대를 중심으로 알코올 도수가 5% 내외에, 칼로리가 낮고 당이 적어, 가볍게 술을 즐기는 혼술 문화도 이같은 주류 문화에 영향을 미쳤다.
올리브영의 대표 판매 제품은 ‘쿠시마사 원모어 하이볼’, ‘바 머스크 홈텐더 칵테일’, ‘와인 인 어 글라스 카베르네 쇼비뇽’ 등이다. 올리브영은 현재 판매 상품이 15종 내외이지만 점진적으로 상품과 매장 수를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올리브영 관계자는 “지난해 옴니채널 라이프스타일 플랫폼 도약 선언과 함께, 핵심 고객인 MZ세대가 원하는 라이프스타일 카테고리를 다양하게 검토하고 있다”라며 “이번 RTD 주류 시범 운영은 코로나19 이후 주류 시장에서도 건강을 중시하는 문화가 일상이 된 것에 착안한 것”이라고 전했다.
dsu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