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밥 장기화…소비자, 식재료 눈높이 올라가
육류, 생선류 등 신선식품 매출 증가폭 커
편의점에서도 프리미엄 도시락 잘 팔려
서울 중구 명동의 한 음식점 가격표. [연합] |
[헤럴드경제=오연주 기자] #. 서울 동작구에 사는 40대 주부 A씨는 최근 전기그릴을 샀다. A씨는 “삼겹살 같은 고기는 집에서 구우면 번거로워서 주로 외식을 했는데 물가가 너무 올라 중학생 자녀까지 4인가족이 외식하려니 너무 부담된다”며 “이번 주는 마트에서 할인행사를 많이 하는 한우를 사서 집에서 한우타피를 즐길 계획”이라고 말했다
외식물가가 천정부지로 오르면서 집밥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다. 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 이후 외부활동이 늘면서 외식 수요가 다시 늘었으나 고물가로 부담이 커지면서 다시 집밥으로 돌아가고 있는 것이다. 특히 집밥 트렌드가 장기화되면서, 외식을 대체할만한 수준의 식재료를 알뜰하게 구매해 요리하는 집밥의 고급화도 진행중이다.
27일 온라인쇼핑몰 G마켓에 따르면 지난 3분기 상품 판매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1인당 구매금액인 객단가는 신선식품이 전년동기대비 18% 올랐고, 가공식품은 8% 정도 증가했다. 지난 9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대비 5.6%로, 물가 상승을 감안하더라도 객단가 증가율이 더 높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신선식품 중에서도 육류 20%, 생선류 19%, 과일 22% 등의 객단가 상승이 돋보였고 채소류는 3% 증가에 그쳤다. 육류나 생선은 냄새 등으로 인해 주로 밖에서 먹는 외식 메뉴에 이름을 올렸으나 집에서 해먹는 소비자들이 크게 늘어난 것이다.
반면 가공식품은 캔류(8%), 라면(8%), 과자/간식(8%)는 객단가 신장률이 높지 않았다. 고물가시대라고 하더라도 캔가공식품이나 라면 등 저렴한 식품으로 집밥을 대체하는 이들은 별로 늘지 않았다는 것이다. 가공식품 중에서는 밀가루/믹스류(18%), 식용유/오일(19%)이 가격인상과 더불어 객단가가 많이 늘었다.
[롯데마트 제공] |
최근 한우데이(11월 1일)를 앞두고 대형마트 업계가 ‘반값 한우’를 선보이며 전력을 다하고 있는 것도 가정 내 육류 소비가 크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홈플러스에서 8~9월 온라인 한우 품목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73% 신장했다. 한우의 경우 외식비용이 높아 엔데믹에도 불구하고, 올해 2분기 기준 외식분야에서 구입 비중 8.1%로 전년 동기 대비 0.7%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노승민 이마트 한우 바이어는 “최근 외식물가 상승 기조가 지속되면서 한우를 저렴하게 즐기고 싶어하는 수요가 증가, 반값 한우 행사를 선보이게 됐다”고 말했다.
집에서 해먹는 이들이 늘면서 관련 주방가전도 함께 증가하고 있다. G마켓에서는 올해 3분기 스낵메이커(114%), 전기팬(33%), 전기그릴(12%), 두부/두유제조기(18%), 멀티쿠커(15%) 등 다양한 소형가전들의 매출이 전년동기대비 증가했다.
가전양판점에서도 최근 이런 현상은 두드러진다. 롯데하이마트에서 10월(1~25일) 판매된 음식물처리기, 오븐 매출은 전년동기대비 각각 40%, 20% 늘었다. 같은 기간 커피머신은 15% 늘었다. 앞서 전자랜드도 10월 들어 10일까지 전기오븐, 전기밥솥, 에어프라이어의 판매량이 각각 전년 동기 대비 56%, 34%, 30% 상승했다고 밝혔다.
송창현 롯데하이마트 주방가전팀장은 “고물가로 가정간편식, 홈카페를 즐기는 소비자들이 늘면서 빵, 피자 등 다양한 요리를 할 수 있는 복합오븐과 간편하고 위생적으로 음식물을 버릴 수 있는 음식물처리기가 특히 인기”라고 말했다.
서울 한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는 시민의 모습. [연합] |
집밥 수요가 이처럼 늘어난 것은 최근 외식물가가 김밥 한 줄에 라면만 먹어도 1만원에 육박할 정도로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한국소비자원 가격 정보 종합포털 ‘참가격’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기준 김밥 한 줄 가격은 3046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 올랐다. 직장인들의 인기 점심 메뉴인 김치찌개 백반도 7385원이 됐다. 비빔밥 평균 가격은 9654원, 삼겹살(200g)은 1만8851원으로 조사됐다. 자장면은 63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3.8% 올랐다.
최근 식재료 가격이 상승했다고 하더라고 높은 외식물가에 비하면 그나마 덜하기 때문에 직접 양질의 식재료를 구매하는 이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일례로 집밥의 가장 기본이 되는 쌀만 해도 보다 맛있는 품종의 쌀을 찾는 소비자들이 늘었다. 롯데마트에서는 특등급 쌀인 ‘완전미’ 매출이 팬데믹이 이후 현재까지 매년 100% 이상 매출이 성장중이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집밥 트렌드가 확산되면서 쌀에 대한 소비자들의 구매기준도 기존 ‘가격’에서 ‘등급’, ‘품종’ 등으로 옮겨가며 다양화됐다는 분석이다.
직장인의 한끼 해결 수요가 몰리고 있는 편의점도 프리미엄 도시락이 외식 대비 높은 가성비로 인해 주목받는 상황이 나타났다. 편의점 CU의 올해 3분기 기준 도시락 가격대별 매출 비중에서 5000원 이상 프리미엄 도시락 매출 비중은 26.1%로 전년 동기 대비 14.3%포인트 증가했다. 반면 4000원 미만 비중은 8.5%로 지난해 같은 기간 12.5%보다 4.0%포인트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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