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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누가누가 많나”…불황엔 ‘신명품’ 포트폴리오가 가른다 [언박싱]
패션업계, 수입 패션 브랜드 포트폴리오 다각화
MZ 인기 높은 신명품 브랜드 영입 속도
저성장 시대 오히려 명품 소비 늘어
중고가 덜 민감해 여전히 수요 증가
“신명품 포트폴리오…4분기 실적, 가늠자 될 것”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에 문을 연 자크뮈스 국내 첫 단독 매장 [삼성물산 패션부문 제공]

[헤럴드경제=이정아 기자] “신명품 포트폴리오가 결국 실적을 가른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기점으로 대다수 패션업체가 수입 브랜드로 전향했고, 그 속도가 관건이 될 것이다.”

패션업계 상품기획자(MD)들이 입 모아 전한 그대로다. 국내 패션업계 ‘빅4’는 지난해부터 수입 패션 브랜드의 포트폴리오를 빠른 속도로 재편해왔다. 소비 주체로 떠오른 MZ세대(밀레니얼+Z세대)가 신명품으로 조명 받는 브랜드들을 적극적으로 찾기 시작하면서다. 평균이 사라진 지금과 같은 소비 양극화 시기에는 명품 소비가 늘어난다. 저성장 시대에 되레 과시욕이 강해져 명품이라는 ‘상징’을 사들이기 때문이다. 경기 침체·변동에 비교적 중고가가 덜 민감하다는 점도 고가 브랜드를 찾는 이유다.

이를 읽고 발 빠르게 신명품 포트폴리오 다각화에 공을 들인 기업이 삼성물산 패션부문이다. 아미, 메종키츠네, 르메르, 톰브라운 등 신명품 사업을 전개하는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집중적으로 오프라인 매장을 강화했고, 단독 상품을 줄줄이 출시했다. 올해부터 ‘패피(패션피플)’ 사이에서 특히 더 주목받기 시작한 수입 브랜드인 가니, 자크뮈스의 한국 첫 단독 매장을 단 몇 개월 만에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에 각각 열었을 정도다.

속도는 실적으로 나타났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올해 3분기 기준 지난해보다 70.6% 증가한 29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매출은 4710억원으로 25.6% 늘었다. 올해 3분기 누적 매출이 1조4590억원으로 전년보다 17.7% 증가하면서, 4분기를 넘어서면 올해 ‘2조원대 매출’ 진입이 가능할 수 있다는 기대감도 나온다. 삼성물산의 지난해 연 매출은 1조7669억원이었다.

국내 패션기업 가운데 가장 많은 수입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는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올해 3분기 기준 사상 최대 실적을 냈다. 영업이익은 292억원으로 전년보다 71% 증가했다. 매출은 3875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10.6% 증가했다. 순이익도 163억원으로 66.7% 늘었다.

당장 신세계인터내셔날이 전개하는 수입 브랜드만 해도 브루넬로 쿠치넬리, 크롬하츠, 알렉산더 왕 등 해외 고가 브랜드다. 크롬하츠는 이달 들어 가격이 인상돼 판매 단가가 급증했지만 두 자릿수 매출을 견인하고 있다. 이외에도 신세계인터내셔날은 폴스미스, 질샌더, 제이린드버그, 필립플레인, 사카이 등을 신명품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으며 딥디크, 바이레도, 산타 마리아 노벨라 등 뷰티업계에서 가장 많은 니치 향수 판권도 갖고 있다.

질샌더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매장 [신세계인터내셔날 제공]

한섬과 코오롱인더스트리FnC부문은 상대적으로 MZ세대에게 인기가 높은 수입 브랜드 포트폴리오 경쟁력이 약하다. 리오프닝 수혜로 실적은 3분기 선방했지만, 4분기까지 이같은 효과가 이어질지는 장담하기 어려운 이유다. 이에 자체 브랜드 매출 비중이 큰 한섬은 지난해 해외패션부문 사장에 박철규 전 삼성물산 패션부문 부문장(부사장)을 영입하기도 했다. 그가 합류하고 지난 7월 선보인 한섬의 올해 첫 해외 수입 브랜드가 아워레가시다.

한편 수입 브랜드에만 의존할 경우 ‘직진출 리스크’ 등의 우려가 제기된다. 자체 제작 브랜드에 비해 수익성이 떨어지거나 트렌드 변화에 민감하다는 점도 악재다. 다만 패션업계 관계자는 “경기 불황 시기에는 소비자들이 통상 의류 구매를 줄이지만, 역설적으로 신명품 판매는 두 자릿수 매출 증가를 견인하는 호조세를 보인다”라며 “의류 단가가 높아진 4분기에는 매력적인 신명품 브랜드를 다량 확보한 기업의 실적 개선이 전망된다”고 말했다.

ds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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