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가루·식용유·팥 등 원자재 값 오른 탓
“HMR 붕어빵 사먹고 만다”…냉동 붕어빵 판매량↑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의 한 붕어빵 노점에서 미니붕어빵 7개를 3000원에 판매하고 있다. [독자 제공] |
[헤럴드경제=신주희 기자]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에 사는 직장인 김모 씨는 며칠 전 집 근처에서 붕어빵 3000원어치를 사고 깜짝 놀랐다. 봉지 안에 들어있는 내용물은 손바닥보다 작은 ‘초미니’ 붕어빵 7개가 전부였다. 김씨는 “요새 붕어빵 노점이 별로 없어 반가운 마음에 샀는데 이렇게 부실할 줄 몰랐다”며 “평소 먹던 냉동 HMR(가정간편식) 붕어빵이나 계속 먹어야겠다”고 한숨을 쉬었다.
식용유, 밀가루, 팥소 등 원자재 가격이 오르면서 겨울철 대표 서민 간식도 사 먹기 어렵게 됐다. 3개에 1000원이었던 붕어빵은 2개 1000원이 됐다. 여기에 속이 꽉 찬 붕어빵 대신 초미니 사이즈의 붕어빵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16일 오전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 내 한 노점. ‘잉어빵 2개 1000원’이라는 가격표가 붙어 있다. 신주희 기자 |
16일 오전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 내 한 노점에는 ‘잉어빵 2개 1000원’이라는 가격표가 붙어 있었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3개에 1000원하던 가격이 지난달부터 올랐다. 인근 다른 가게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잉어빵 노점상을 하는 70대 A씨는 “물가가 너무 오르니 지난달부터 잉어빵 가격을 올렸다”며 “단골이 많아 팥소를 줄이지는 못하고 있지만 손님들이 다른 곳은 (내용물이) 많이 줄었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겨울 별미인 호떡도 가격이 오르긴 마찬가지다. 500원이면 맛볼 수 있던 호떡 한 개는 1개에 700원이고, 비싸면 1000원까지 호가한다.
호떡집을 운영하는 60대 B씨는 “요새 호떡 1개를 500원에 파는 곳이 없다”며 “호떡은 지난해 9월부터 밀가루랑 식용유 가격이 오르면서 값을 더 받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한국물가협회에 따르면 지난 9일 서울 기준 밀가루(CJ 백설 중력분 1㎏) 가격은 1봉당 1900원으로 1년 전 같은 기간에 비해 37.7%나 올랐다.
붕어빵의 주재료인 팥 가격도 전년보다 올랐다. 농산물유통정보(atKAMIS)에 따르면 수입산 팥 40㎏ 가격은 15일 기준 27만 200원으로 1년 전 25만2550보다 7% 비싸다. 평년 가격은 17만7938원으로 평년 대비 51.9% 오른 셈이다.
갈수록 겨울철 길거리 간식이 비싸지자 냉동 HMR을 구매해 에어프라이어로 집에서 조리해 먹는 소비자들도 늘고 있다. 시중에서 판매되는 냉동 붕어빵 HMR 한 봉지에는 미니 사이즈 붕어빵 20~23개가 들어있으며 가격은 7500원이다. 길거리에서 파는 미니붕어빵이 3000원에 7~8개인 것과 비교해 약 10~15% 저렴한 편이다.
실제로 신세계푸드의 올반 붕어빵 3종의 10월 매출은 출시 당시였던 1월과 비교해 249% 신장했다. 소비자들에게 인기를 끌자 이달부터는 이마트 트레이더스에도 신규 입점했다. 신세계푸드는 겨울철 특수에 집중하기 위해 매출·판매 채널을 적극적으로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마켓컬리에서도 겨울철 간식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30% 가량 증가했다. 마켓컬리에 따르면 1일부터 14일까지 2주간 판매된 호떡은 지난해 동기 대비 31% 증가했다. 붕어빵 판매량 역시 같은 기간 30% 증가했다. 이 중에서도 팥, 슈크림, 우유 등 다양한 소를 넣은 미니 붕어빵은 작은 사이즈로 아이들도 쉽게 먹을 수 있어 높은 판매량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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