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이후 다섯달 간 63%가 발생
영하 20℃에도 감염성 그대로 유지
익히지 않은 어패류·해산물이 원인
주된 증상은 복통에 구토·설사 동반
85℃·1분 이상 가열해야 퇴치 가능
손 씻기 생활화·음식은 익혀 먹어야
#경기도에 거주하는 커리어우먼인 최 모씨(30세)는 2년여에 걸친 코로나19 창궐에 따른 모임자제로 지인들과의 만남을 미뤄오다 최근들어 그동안 못만났던 지인들과의 만남이 잦앗다. 평소에 해산물을 좋아하던 최 씨는 얼마전 모 수산시장 근처에서 열린 모임에 나가 즐거운 시간을 보냈지만 다음날 저녁이 되자 배가 슬슬 아파오기 시작했고 단순 복통인줄만 알았던 통증은 구토와 설사까지 동반되서 급기야 응급실에까지 가야했다. 식중독일까 생각도 해봤지만, 지금은 코끝이 시려오는 겨울이다.
▶겨울철에 더 기승을 부리는 ‘노로바이러스’로 인한 식중독=식중독은 음식물을 섭취한 뒤 소화기 감염으로 설사, 복통 등의 증상이 급성 또는 만성으로 나타나는 질환을 통칭한다. 흔히 식중독은 기온이 높고 습한 여름철에 잘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지지만 겨울철에 유독 기승을 부리는 식중독균이 있다. 바로 ‘노로바이러스(norovirus)’다. 겨울철에 생선, 조개, 굴 같은 수산물을 익히지 않고 먹을 경우, 집단 배식에서 손이 오염이 된 조리사의 음식을 섭취한 경우, 구토물이나 침 같은 분비물들이 묻은 손으로 음식을 섭취할 경우, 설사 증세가 나타나는 유아의 기저귀를 만진 경우들에서 주로 오염이 된 환자접촉, 식품식수 등을 통해서 발생하게 된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발표한 식중독 발생 현황에 따르면 2016년부터 2020년까지 5년간 발생한 노로바이러스로 인한 식중독은 총 230건으로 이 가운데 145건이 11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발생해 전체의 63%를 차지했다. 환자 수도 전체 4817명 중 2524명(52%)이 이 기간에 집중됐다.
지정선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겨울철에 노로바이러스 식중독이 많은 이유는 겨울엔 기온이 낮아 어패류나 해산물이 상하지 않을 거라는 생각에 익히지 않고 먹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며 “예방을 위해서는 손 씻기를 생활화하고 음식은 익혀서 먹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노로바이러스, 겨울에도 생존력 강해... 구토·설사 등 나타나= 노로바이러스는 주로 겨울철에 급성 장염을 일으키는 크기가 매우 작고 구형인 바이러스다. 사람은 소장이나 대장에서만 증식한다. 노로바이러스의 특징은 자연환경에서 장기간 생존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심지어 영하 20℃에서도 살아남고, 60℃에서 30분 동안 가열해도 감염성이 유지된다. 또 일반 수돗물의 염소 농도에서도 그 활성이 상실되지 않을 정도로 저항성이 강하다.
노로바이러스에 감염되면 1~2일(12~48시간)의 잠복기를 거친 뒤 오심이나 구토, 설사, 복통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이후 2~3일 동안 증상이 지속하다 빠르게 회복된다. 소아는 구토가 흔하고 성인은 설사가 주로 나타난다. 두통, 발열, 오한, 근육통 등이 동반되는 경우가 많다. 지정선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발열은 감염된 환자의 절반에서 발생할 정도로 흔하고, 물처럼 묽은 설사가 하루 4~8회 정도 나타난다”며 “다만 노로바이러스 장염은 장에 염증을 일으키지 않는 형태의 감염으로 설사에 피가 섞이지는 않는다”고 했다.
▶대부분 특별한 치료 없이 회복... 노인·영유아 합병증 주의해야= 보통 조개 등 갑각류나 오염된 지하수, 가열하지 않은 생채소 등을 통해 감염된다. 감염자의 대변이나 구토물, 감염자가 접촉한 물건에 의해 바이러스에 오염되고, 바이러스가 입을 통해 몸으로 들어오면 감염을 일으킨다. 노로바이러스는 단 10개의 입자로도 쉽게 감염될 정도로 전염성이 높다. 감염자의 구토물이나 분변 1g 당 약 1억 개의 노로바이러스가 존재한다는 연구도 있다. 전염성은 증상이 발현되는 시기에 가장 강하고, 회복 후 3일에서 길게는 2주까지 전염성이 유지된다.
환자의 토사물이나 분변 등의 검체에서 노로바이러스의 특징적인 입자를 검출해 진단할 수 있다. 최근에는 전자현미경이나 면역전자현미경을 이용한 방법도 사용한다.
노로바이러스는 대부분 특별한 치료 없이 저절로 회복된다. 보통 수분을 공급해 탈수를 교정해주는 보전적 치료가 이뤄진다. 구토나 설사가 심한 경우 추가적인 약물을 사용하기도 한다. 바이러스의 일종으로 항생제로는 치료되지 않는다. 노로바이러스에 대한 항바이러스제 역시 없다. 종류가 많아 한 번 감염된 이후에도 재감염될 수 있다. 노로바이러스는 유전자에 따라 28종으로 구분된다. 백신 개발이 힘든 이유다. 유전적 특성에 따라 심한 증상으로 발전하는 사람도 있다.
지정선 교수는 “노로바이러스는 대부분 저절로 회복돼 경과가 좋아지지만, 노인이나 소아, 영아는 심각한 합병증이 나타날 수 있는 만큼 주의해야 한다”고 했다. 노로바이러스를 예방하려면 외출 후나 화장실을 사용한 후 반드시 손을 깨끗이 씻어야 한다. 조리 시작 전후에도 반드시 손을 씻는다. 식품을 조리할 때 85℃에서 1분 이상 가열한 후 조리하고, 조리된 음식을 맨손으로 만지지 않는다. 또 채소류 등 비가열 식품은 흐르는 물에 깨끗이 씻은 후 섭취한다.
지정선 교수는 “노로바이러스 식중독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흐르는 물에 비누로 30초 이상 손 씻기, 음식은 익혀 먹기, 물 끓여 먹기 등을 반드시 실천하고 생굴, 조개, 회 등 익히지 않은 어패류나 수산물을 먹을 때는 특히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태열 건강의학 선임기자
노로바이러스 식중독 Q&A
Q. 노로바이러스에 음식물이 왜 오염되는거죠?
A. 노로바이러스는 굴, 조개류(이매패류)나 지하수에 오염되는 경우가 있어서 오염된 이매패류를 먹거나 오염된 지하수를 마신 사람이 노로바이러스에 감염되고, 감염자의 구토물이나 변을 통해 배출된 바이러스가 환경에 노출되어 있다가 접촉자를 통해 음식물을 오염시키거나 다른 사람을 감염시킬 수 있습니다.
Q. 노로바이러스 식중독에 걸리면 대표적인 증상은?
A3. 노로바이러스 종류에 따라, 환자의 상태나 연령에 따라 증세가 다를 수 있으나 구토와 설사가 대표적인 증상이다. 그 밖에도 복통, 근육통, 발열이 있을 수 있고 개인별 차이가 있어 설사나 구토 증세가 없는 상태에서 변으로 바이러스를 배출하는 경우도 있다.
Q. 노로바이러스는 백신이 있나요?
A. 노로바이러스는 형태가 다양하고 항체 유지기간이 짧아 백신으로 예방이 어렵다. 한번 감염되었던 사람도 일정 기간이 지나면 같은 바이러스에 다시 감염될 수 있으므로 평상시 개인 및 식품 위생관리로 예방하는 것이 최선입니다.
Q. 평소 노로바이러스 식중독 예방은 어떻게?
A. 손씻기로 개인위생 관리를 철저히 하고 음식물을 충분히 가열하여 섭취하며 지하수는 끓여서 마시도록 한. 공동 급수대를 이용하는 경우에는 급수대 꼭지에 개인컵 등이 닿지 않도록 주의하는 것이 중요하다.
Q. 노로바이러스 감염 방지를 위해 알콜로 소독해도 될까?
A. 알콜은 바이러스의 외피를 제거해 감염력을 잃게 만드는데 노로바이러스와 같이 지질외피가 없는 바이러스에는 소독효과가 없다. 따라서 비누를 이용하여 흐르는 물에 손을 씻는 것이 가장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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