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할때 추운 날씨·무거운 짐 들때 위험
통증 10분 넘으면 심근경색 진행 가능성 높아
약물 조절 힘들땐 관상동맥 중재시술·우회술
한 번 시술로 완치 어려워 약물치료 지속해야
협심증에 좋은 음식들 |
#40대 중반의 직장인 박 모씨는 겨울철에 날씨가 갑자기 추워지면 불안감을 느낀다. 이유는 갑작스럽게 오는 ‘흉통’때문이다. 주기적이지는 않지만 잊을만하면 나타나는 흉통은 극심한 고통으로 ‘지금 죽을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정도로 공포스러움을 느낀다. 짧게는 3~5분정도에서 길게는 10~30분가까이 이어지는 흉통은 사람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대부분 환자는 ‘가슴을 짓누르는 듯하다’, ‘가슴이 뻐개지고 벌어지는 것 같다’, ‘가슴에 고춧가루를 뿌려 놓은 느낌이다’, ‘숨이 차다’ 등으로 증상을 표현한다.
▶ 혈관 면적의 70% 이상이 좁아지면 증상 발생=협심증은 심장에 혈액을 공급하는 혈관인 관상동맥이 동맥경화증으로 인해 좁아지면서 심장근육에 충분한 혈액 공급이 이뤄지지 않아 통증이 발생하는 것을 일컫는 것으로 가슴이 조이고 뻐근한 듯한 양상으로 발생하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관상동맥 내부의 동맥경화성 변화는 20대 초반부터 진행된다. 혈관 면적의 70% 이상이 좁아지면 협심증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급성 심근경색은 관상 동맥을 통해 심근에 충분한 혈액 공급이 이루어지지 못해 심근 괴사가 발생하는 응급 질환이다. 이에 반해 협심증은 어느 정도의 혈류는 유지되므로 운동 등 심장 근육의 산소요구량이 상대적으로 증가하는 상황에서 발행한다. 협심증의 위험 인자는 흡연, 고지혈증, 당뇨병, 고혈압 등이다. 이외에도 비만, 운동 부족, 스트레스 등이 가능한 위험 인자로 거론된다. 협심증환자는 꾸준히 늘고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1년 협심증으로 진료받은 사람은 71만 764명이다. 2017년 64만 5,772명에서 10.1% 증가한 수치로, 연평균 증가율은 2.4%다. 성별로 보면, 2021년 전체 환자 중 남성의 비율이 60%를 차지한다. 가장 많은 연령대는 60대로 전체의 31.5%를 차지했다. 이어 70대가 29.6%, 80세 이상이 16.1% 순이다.
▶심해지면 심근경색으로 진행될수도 있어...니크로글리세린 비상시 유용=협심증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안정 시에는 통증이 없다가 심장근육에 많은 산소가 필요한 상황에 증상이 유발된다는 점이다. 운동을 하거나 무거운 물건을 들 때, 차가운 날씨에 노출될 때, 흥분한 경우에 증상이 발생한다. 이때 쉬면서 안정을 취하거나 긴급약물인 니트로글리세린 설하정을 투여하면 통증은 호전된다. 통증 지속시간은 심근경색증과 달리 대개 5~10분 미만이다. 그러나 병이 심해지면 안정 시에도 통증이 발생하고 지속시간도 길어질 수 있다. 이때는 심근경색증으로 진행할 확률이 높은 위급한 상황이므로 즉시 병원을 찾아야 한다. 한편 불안정형 협심증은 운동할 때는 물론이고 안정을 취할 때도 흉통이 발생하게 된다. 흉통의 빈도가 잦아지고 지속시간이 길어지며 니트로글리세린 설하정으로도 흉통이 잘 없어지지 않는다.
▶경증에는 약물조절, 흉통 조절 안되면 관상동맥중재술 등으로 시술=협심증 흉통으로 의심되면 심장 정밀검사를 받아야 한다. 흉통이라고 모두가 협심증은 아니며 신경증, 위장질환, 근육통도 흉통의 원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단 협심증으로 의심되는 경우 심전도, 심장 초음파, 핵의학 영상 검사 등이 진행된다. 최근에는 관상동맥 단층 촬영검사(CT)를 통해 관상동맥의 협착이나 석회화 정도를 확인한 후 협심증을 진단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협심증 치료는 병의 진행 정도와 증상의 중증도에 따라 다르다. 병의 정도가 경미하여 항혈소판제제와 콜레스테롤 저하제, 혈관 확장제와 같은 약물치료를 통해 흉통 조절이 가능하면, 심혈관의 재관류 시술 없이 지속적인 약물 치료가 권고된다. 하지만 관상 동맥의 협착 정도가 심하고, 이로 인해 흉통이 약물로 조절되지 않는다면 환자의 증상을 조기에 완화시키고 재발을 막기 위해 관상동맥 중재시술 혹은 관상동맥 우회술을 시행할 수 있다. 관상동맥 중재시술은 관상동맥 풍선 확장술 또는 관상동맥 내 스텐트 삽입술을 일컫는데, 관상동맥 입구에 도관을 위치시키고 막힌 혈관 내에 가는 철사를 통과시키고 풍선이나 스텐트로 혈관 내강을 확장시키는 방법이다. 수술과 달리 마취를 하지 않아도 되고, 회복 기간이 짧으며 흉터도 남지 않는 장점 덕분에 관상동맥 중재시술은 협심증 치료에 많이 이용된다. 과거에는 수술에 비해 재발률이 높다는 문제가 있었지만, 약물 용출 스텐트의 기술이 발전하면서 치료 받은 혈관의 재협착률이 연간 1% 미만으로 감소하여, 중재 시술에 적합한 환자를 선별하여 치료하면 매우 우수한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관상동맥 중재시술이 불가능할 정도로 진행한 관상동맥 질환을 가진 환자는 관상동맥 우회술이라는 수술이 필요하다. 관상동맥 우회술은 신체에서 비교적 효용 가치가 낮은 혈관을 이용해 막혀 있는 관상동맥 부위를 우회하는 방법이다. 과거에는 심장 수술로 인한 사망률이 매우 높았던 시기도 있었으나 수술 기술 및 기구의 발달로 현재는 수술 성적이 우수한 편이다.
현재 관상동맥 질환에 의한 협심증은 약물 요법를 근간으로, 환자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관상동맥 중재시술과 관상동맥 우회술을 상호 보완적으로 이용하여 치료하고 있다. 스텐트 시술을 받았다 하더라도 약물 치료는 꾸준히 병행해야 하고, 혈관병이 진행하여 병이 심해지면 수술적 치료의 도움을 받아야 할 수도 있다. 한 번의 시술과 치료로 질환이 완치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명심하고, 심혈관 질환의 위험 인자를 관리하고, 더불어 전문가와의 상담을 통해 환자에게 적합한 약물 치료를 지속하면서 자신의 혈관을 건강하게 유지하는 것이 심혈관 질환 예방에 있어 매우 중요하다.
김태열 건강의학 선임기자
kty@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