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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산사색] ‘생존근육’을 만들자

노화는 자연법칙이다. 재산이 많든 적든, 화려한 외모와 건강미 넘치는 신체를 가졌어도 야속한 시간이 지나면 늙고 병드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만고의 진리다. 그럼에도 인간은 이 같은 자연스러운 노화의 과정을 인정하기를 주저한다. ‘오래 살고 싶은 욕망’보다 ‘건강하게 살고 싶은 욕망’이 휠씬 더 자연스러운 인간의 본능이다. 그저 생명만 연장하며 사는 것보다는 자유롭게 이동하고 건강하며 즐겁게 그리고 존중받으며 잘사는 것, 삶의 질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 시대다.

노화가 평생 일정한 속도로 서서히 진행될 것이라는 우리의 상식과 달리 인간은 만 34세, 만 60세, 만 78세 등 세 번에 걸쳐 급진적인 노화시기를 거친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돼 의학계를 놀라게 한 적이 있다. 각 변곡점에서 주름뿐 아니라 근육부터 근골격, 뇌세포의 기능이 눈에 띄게 저하되고 몸으로도 불편함을 느끼며 자각하게 된다고 한다. 신체구성비가 급격하게 바뀌기 때문이다. 70세가 되면 20대 청년기에 비해 수분, 근육량, 무기질 등은 감소하고 지방은 2배 이상 증가한다. 지난해 질병관리본부 발표에 따르면 고혈압, 당뇨병, 이상지질혈증,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등 만성 질환으로 인한 사망은 전체 사망의 79.6%다. 교통 사고 같은 사망까지 포함하면 열 명 중 한 명 정도만이 질병 없이 자연사로 사망한다.

노화 과정은 직접적인 질병이 아니지만 각종 질병에 걸리는 위험을 증가시킨다. 생명과학자들의 그간의 연구에 따르면, 사람에게 설계된 수명은 약 120년이다. 염색체 끝부분에 달린 생명유지를 담당하는 ‘텔로미어’가 세포분열을 거듭할수록 점점 짧아지는데 사람의 경우 120년 정도면 더는 세포분열을 할 수 없기 때문이란다. 하지만 최근 유전자가위 등 생명공학기술은 눈부시게 발전하고 있다. 20년 전 인간의 수명이 ‘2000년 이후 출생자 중 150세까지 사는 사람이 나올 수 있다, 없다’를 두고 각자 150달러의 판돈을 걸었던 미국의 두 과학자인 앨라배마대학 스티븐 어스태드 교수와 일리노이대학 제이 올샨스키 교수의 유명한 내기는 지금의 생명공학 발달 수준에 비하면 진부한 것처럼 보이기까지 한다.

자연히 인간이 단순히 얼마나 오래 사느냐는 이제 별로 흥미롭지 않은 주제다. 이제는 90세가 훌쩍 넘어도 놀러 가고 싶은 곳 건강하게 다녀오고, 먹고 싶은 것 마음껏 먹는 건강한 신체를 가지는 것이 건강의 화두다. ‘건강하게 늙는’ 방법을 다룬 서적과 인터넷정보는 많지만 필자가 만나본 의사 대부분이 가장 강조하는 말은 바로 자신이 좋아해서 즐길 수 있는 평생운동을 하나 만들어 지속해서 하라는 것이다.

나이가 들수록 건강하게 살아가기 위한, 이른바 ‘생존 근육’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도 잊지 않는다. 노화에 따라 발생하는 근감소증은 낙상·골절·의존성 증가·심장병과 호흡기질환 증가·인지능력 감소·삶의 질 저하·사망률 증가 등을 불러온다. 늙는 것도 서러운데 해가 다르게 변하는 내 몸의 근육세포들을 자극시켜주는 운동을 게을리하지 않는 것이야말로 노화를 지연시켜주는 최고의 묘약이다.

텔로미어가 복제 가능해 죽지 않는다고 알려진 바닷가재가 죽는 두 가지 이유가 뭔지 아는가. 하나는 인간 같은 천적이 잡아먹기 때문인데 이건 어쩔 수 없는 원인이고, 다른 하나는 자신을 주기적으로 업그레이드해주는 ‘탈피’를 못하기 때문이다. 사람의 ‘탈피’는 ‘운동’이다.

kt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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