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동 감지해 포식·위험 감지하는 거미의 감지기관 모사, 다양한 크기의 생체신호 측정
[아주대 제공] |
[헤럴드경제(수원)=박정규 기자]국내 연구진이 거미의 다리 기능을 모사한 의료용 센서를 개발했다. 호흡이나 근육의 움직임 같은 큰 거동의 생체 신호부터 미세한 맥박까지를 정밀하게 측정할 수 있어 인체 내 직접 삽입 없이 실시간 모니터링이 가능한 의료기기에 적용될 전망이다.
23일 아주대·서울대 공동 연구팀은 거미의 다리 기능을 모사해 민감도 조절이 가능한 의료용 센서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해당 연구 성과는 전자공학 분야 최상위권 저널이자 네이처 자매지인 〈npj 플렉시블 일렉트로닉스(npj flexible electronics)〉 3월9일 자에 온라인 게재됐다.
논문의 제목은 “거미의 슬릿 기관 기능을 모사한 민감도 조절 가능 의료용 센서(Spider-inspired tunable mechanosensor for biomedical applications)”다.
이번 연구에는 아주대 기계공학과 김태위 연구원과 박사과정의 홍인식·노연욱 학생이 제1저자로 참여했다.
아주대 기계공학과의 강대식·고제성·한승용 교수와 서울대 의대 구본권 교수가 교신저자로 함께 했다. 자연 모사 분야를 연구하고 있는 아주대 연구진과 서울대 의과대학 연구진이 공동 연구를 진행했다.
최근 학계와 산업계에서는 유연한 재료와 전극 구조 설계를 이용한 ‘소프트 센서’가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소프트 센서는 기존의 의료용 장치가 측정할 수 없었던 아주 미세한 압력과 진동 같은 기계적 신호와 온도 등을 측정할 수 있다.
또한 센서 고유의 부드러운 특성 덕분에 피부에 부착했을 때 피부 경계면의 자극을 최소화할 수 있다. 이에 소프트 센서를 활용하면, 환자의 거부감을 줄일 수 있을 뿐 아니라 정밀한 생체 신호 모니터링이 가능한 의료용 전자 장치로 활용할 수 있다.
미국 노스웨스턴대학과 스탠포드대학을 비롯한 전 세계 대학과 연구기관에서 소프트 센서에 대해 활발히 연구하고 있다.
하지만 이전에 개발된 센서들은 측정 가능한 범위와 민감도 사이에 트레이드 오프 관계를 가지고 있어 측정하고자 하는 부위에 따라 별개의 센서가 필요하다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 예를 들어 강한 외력을 측정할 수 있는 센서는 민감도가 급감해 낮은 외력을 측정할 수 없고, 반대로 민감도가 높은 센서는 강한 외력을 측정할 수가 없었던 것.
이에 아주대 공동 연구팀은 이러한 센서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거미의 감지 기관인 슬릿을 주목했다.
거미는 다리 관절마다 미세한 슬릿(slit) 기관을 가지고 있으며, 이를 이용하여 거미줄의 진동을 감지해 먹잇감을 포식하거나 포식자로부터 탈출할 수 있다.
즉 먹잇감을 잡을 때는 다리를 펴서 슬릿 기관을 민감하게 만들고, 거미줄에서 발생하는 미세한 진동을 감지한다. 이와 반대로 외부의 포식자들이 발생시킨 큰 진동을 포착하면 다리를 구부려 슬릿 기관이 큰 외력에만 반응하도록 한다.
연구팀은 이러한 거미 다리의 구부림 이완을 통한 슬릿 기관의 민감도 조절에서 영감을 받았다. 연구팀은 유연한 폴리이미드 필름 내에 금속을 증착 후 나노 스케일의 크렉을 형성시켰다. 이때 외부 스트레인 설정이 가능한 프레임을 늘려주면 센서의 민감도는 급상승하게 되고 0.05Pa의 초미세 압력까지 감지할 수 있다. 프레임을 다시 풀어주면 센서는 이완되고 25KPa의 상대적으로 더 큰 압력을 측정할 수 있다.
이처럼 민감도 조절이 가능한 센서는 호흡과 인체 근육처럼 움직임의 범위가 큰 거동을 모니터링 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손목 맥박과 같이 작은 생체 신호도 측정할 수 있다. 이렇게 측정된 맥파는 머신러닝을 이용하여 심혈관 질환을 진단하고 예측하는데 활용될 수 있다.
공동 연구팀의 강대식 교수는 “이번에 개발한 의료용 센서를 통해 다양한 크기를 가진 생체 신호를 단 하나의 센서로 측정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며 “이를 통해 건강 상태를 자가 진단할 수 있는 웨어러블 헬스 케어 장치의 구현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삽입이 필요하지 않은 비침습형 센서임에도, 삽입이 필요한 의료용 상용센서와 96% 가량 일치하는 맥파 측정 결과를 보임을 확인했다”며 “수술 중에도 혈압 등 생체 신호를 실시간 측정할 수 있는 의료용 센서로 다각도 활용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주관하는 중견 기초연구지원사업 및 환경부가 주관하는 환경보건 디지털 조사 기반 구축 기술개발 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fob140@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