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만 해도 명품을 사기 위해 매장 앞에서 줄을 서는 오픈런 열기가 뜨거웠다. 반면 올해는 이러한 줄이 완전히 사라졌다. 대신 해외여행 항공권을 구매하는 보복소비가 달을 거듭할수록 더욱 분출되고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이정아·신주희 기자] 1년 만에 ‘보복소비’ 지형도가 완전히 뒤바뀌었다. 엔데믹에 따른 보복소비로 패션·뷰티 기업에 특수를 가져다준 해가 작년이라면, 올해는 억눌렸던 해외여행 수요가 터져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금리 인상과 가계 가처분 소득 감소로 명품소비 자체는 올 들어 크게 줄었다. 반면 항공권 매출은 달을 거듭할수록 역대급 기록을 갱신하고 있다. 바야흐로 ‘찐데믹(진짜+엔데믹)’ 특수다. 특히 일본, 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한 해외여행에서 보복소비 양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북적이는 인천국제공항 [연합] |
11일 국토교통부 항공정보포털시스템에 따르면 3월 국제선 여객수는 471만1750명을 기록했다. 이는 전달(455만2141명)보다 약 15만9000명 증가한 수치다. 국제선 여객수는 올해 1월부터 석달 연속 450만명을 돌파 중이다.
이 같은 분위기는 매달 최고치를 갱신하고 있는 국제선 항공권 매출액에서도 드러난다. 인터파크에 따르면 지난달 발권된 국제선·국내선 항공권 판매액은 1613억원을 기록했다. 지난 1월(1475억원)에 기록한 최고 판매치를 두 달 만에 경신했다. 전년과 비교하면 281% 증가한 수치로,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3월(1088억원)과 비교해 보면 48%가 늘었다.
국제선 발권 인원을 노선별로 보면 일본이 35%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이어 베트남(13%), 필리핀(7%), 태국(6%), 미국령 괌(5%) 등 순이었다. 저비용항공사(LCC)들이 일본 열풍의 여세를 몰아 동남아 노선 운항을 재개하고 증편에 집중한 결과다. 국토교통부는 올해 9월까지 국제선 운항 횟수를 코로나 이전 대비 90% 수준까지 회복하겠다고 밝혔다. 지난달 29일 발표된 내수 활성화 대책의 후속 조치로 국제선 정기편은 204개 노선 주 4075회 운항으로 늘어날 예정이다.
11일 사라진 롯데백화점 본점 앞 샤넬 매장 오픈런 줄. 지난해만 해도 백화점 건물을 빙 두를 정도의 긴 줄이 있던 것과 크게 대비된다. 신주희 기자 |
반면 지난해 백화점 실적을 견인한 명품 매출은 꺾였다. 올해 1분기(1~3월) 롯데·신세계·현대백화점 3사의 명품 매출은 전년대비 한 자릿수 성장에 그쳤다. 지난해 3월 백화점의 명품 매출 신장률이 30% 이상 치솟던 것과 비교하면 4분의 1토막 수준으로 줄었다.
이날 오전 9시, 서울 중구 롯데백화점 본점 샤넬 매장 앞 대기인원은 6명에 불과했다. 지난해 1월 영하 13도까지 떨어진 강추위에도 명품을 사기 위해 300m가량 이어진 긴 줄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졌다. 세계적인 투자은행(IB) 모건스탠리에 따르면 작년만 해도 한국인의 명품 소비액은 168억 달러(약 22조원)로 전년 대비 24% 증가했다. 1인당 구매액은 325달러(약 43만원)로 미국과 중국을 제치고 세계 1위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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