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잠수교에서 ‘한강 멍때리기 대회’가 열렸다. 2014년 첫 대회가 열린 이래로 올해 6회를 맞았다. 올해는 70팀 선발에 무려 3160팀이 신청해 45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고, 해마다 인기를 더하고 있다. 가장 멍하게 있는 사람이 우승하는 멍때리기 대회. 도대체 왜 우리들은 멍때리는 것에 이토록 열광하는 것일까?
‘멍때리기’의 최대 수혜자는 뇌다. 일종의 정보처리기관인 뇌는 1.4kg 정도의 작은 기관으로, 체중의 약 2%만을 차지하지만 몸 전체 에너지의 약 20%나 사용한다. 뇌 기능은 너무나도 중요해 뇌 없이 우리는 살아 있을 수 없으며, 뇌 기능이 정지되는 뇌사를 공식적인 사망 기준으로 삼기도 한다.
이렇게 중요한 기관인 우리의 뇌는 종일 일한다. 깨어 있는 시간에는 외부에 자극에 반응하며 활발하게 활동한다. 자는 시간에는 깨어 있는 시간에 하지 못한 일들을 처리한다. 렘수면을 통해 기억을 공고히 하고, 쓸모없는 기억을 없애기도 한다. 즉, 깨어 있는 시간만큼이나 자는 시간에서의 뇌활동도 중요하다.
일반적으로 외부의 자극이 있을 때 뇌신경망이 활성화되는 것은 당연하다고 여겨지나 휴식을 취할 때도 활성화되는 특정한 뇌신경망이 존재하다는 사실이 발견됐다. 그것이 바로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DMN·Default Mode Network)’다. 소위 DMN은 컴퓨터가 아무런 작업을 하지 않더라도 전원을 완전히 끄지 않는 한, 기본적인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돌아가고 있는 것과 비슷하다. 내측전전두엽, 후대상피질, 해마, 모이랑 등의 부위가 DMN을 구성하고 있다. 이 부위들은 뇌가 휴식을 취할 때 활동하는 부위로, 생각을 정리하고 계획을 세우는 역할을 한다.
뇌가 휴식을 취하지 못한다면 어떻게 되는 것일까? 외부 자극을 처리하기만 할 뿐 들어온 정보를 정리하거나 감정의 찌꺼기를 처리하지 못하고, 미래에 대한 계획도 잘 세우지 못한다. 즉 몸과 마찬가지로 휴식을 취하지 못하는 뇌는 병이 난다. 각종 정신질환에서도 휴지기 뇌 기능에 이상이 있다는 보고가 다수 있다. 뇌가 쉬고 있는 상태에서 적절한 활동을 하지 못한다면 정작 외부의 자극을 처리해야 할 때도 적절하게 반응하지 못해 비정상적인 상태가 되고, 이는 곧 병적인 증상들로 나타나게 된다.
현대인은 잠시도 쉬지 않는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불안한 사회다. 그러니 아무 계획을 세우지 않고, 아무일도 하지 않는 시간이 있을 리 없다. 특히 한국 사회는 유난히 외부 자극이 심하다. 계속적으로 일어나는 사건 사고 때문에 뇌는 끊임없이 활동해야 하고 정보를 처리해야 한다. 뇌에 과부하가 걸리는 것이다. 하지만 건강한 뇌를 위해서는 휴식이 필요하다. 휴식을 통해 뇌는 과거의 일들을 정리하고 미래를 설계하며 자아를 튼튼하게 하는 내력을 키운다. 자극이 적은 조용한 산사에서 몸과 마음이 이완되는 느낌을 느껴본 적이 있는가? 뇌가 휴식을 취하기 때문에 느껴지는 편안함이다. 이는 온갖 자극이 범람하는 현대인이 본능적으로 멍때리기 대회에 열광하는 이유다. 뇌 건강을 위해 오늘 하루는 시간을 내어 멍을 때려보는 것이 어떨까?
권준수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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