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메이카 해변에서 쓰레기를 줍는 사람들 [NEPA] |
[헤럴드경제=주소현 기자] 지구는 무한하지 않다. 인구가 급격하게 늘어나고, 늘어난 사람들이 먹고 살면서 소비에 소비를 거듭한다.
여기에 고갈되지 않고 지구가 스스로 재생할 수 있으려면 전세계 모든 사람들이 자메이카 사람들처럼 살아야 한다는 계산이 나왔다.
캐나다 브리티스컬럼비아 주에서 발생한 산불 [AP] |
국제연구기관 세계생태발자국네트워크(Global Footprint Network)에 따르면 다음달 2일은 ‘지구 용량 초과의 날(Earth Overshooting Day)’이다.
지구 용량이란 지구에서 한 해 동안 생성할 수 있는 자원의 총량을 가리킨다. 이를 초과했다는 건 인간이 자원을 사용한 뒤 나오는 폐기물의 양이 지구가 흡수할 수 있는 양을 넘어섰다는 의미다.
즉, 인간은 지구가 스스로 회복할 수 있는 수준 이상으로 자원을 소비하고 있고, 1년 중 지구의 한계를 넘어서는 날이 바로 그 해의 지구용량 초과의 날이 되는 셈이다.
학계와 정부 기관 등으로 구성된 세계생태발자국네트워크의 연구원들은 매년 지구용량 초과의 날을 계산하고 있다. 지구가 그 해에 생성할 수 있는 자원의 양을 인간의 수요로 나눈 뒤 1년 365일을 곱하면 된다.
서울,경기 등 중부지방에 폭염주의보가 발효 중인 지난 6월 19일 서울 여의대로에 아지랑이가 피어오르고 있다. [연합] |
올해 지구용량 초과의 날은 8월 2일인 만큼 남은 다섯 달 동안은 인간이 지구를 해치면서 살아가게 된다. 세계생태발자국네트워크는 이에 대해 “생태 빚(Ecological Debt)을 진다”고 표현한다.
지구 용량 초과의 날은 지난 50년 동안 점점 앞당겨지고 있다. 1971년만 해도 지구용량 초과의 날은 12월 25일이었다. 2005년부터는 지구용량 초과의 날이 8월로 진입하더니 지난해에는 7월 28일까지 성큼 다가왔다.
1970년대까지만 해도 인간은 지구에 일주일씩 빚지고 있었다면 최근 들어서는 4~5개월씩 당겨쓰게 된 셈이다. 올해처럼 인간이 자원을 펑펑 쓰면서도 지구가 고갈되지 않으려면 지구가 1개 하고도 0.7개는 더 있어야 한다.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123rf] |
이조차도 전세계 사람들의 소비를 평균냈을 때의 이야기다. 자원을 소비하는 양은 각각 다르기 때문에 국가별 지구용량 초과의 날이 다르다.
지구 용량을 가장 먼저 초과하는 나라는 카타르(2월10월), 룩셈부르크(2월14일), 미국·아랍에미리트·캐나다(3월13일) 등이다.
이는 전세계 70억 인구가 모두 카타르인 한명한명처럼 산다면 고작 약 70일 만에 지구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 이상으로 자원을 바닥 낸다는 의미다.
반대로 지구 용량을 가장 늦게 넘어서는 나라는 자메이카(12월20일)이다. 전세계 사람 모두가 자메이카인처럼 산다면 지구에 미안해야 하는 날이 1년에 열흘 남짓으로 줄어들게 된다.
자메이카의 지구 용량 초과의 날이 12월 하순에 머물러 있다는 건 자메이카 사람들이 아직도 1970년대와 다르지 않은 소비 생활을 하고 있다고 해석할 수도 있는 지점이다.
2023년 국가별 지구 용량 초과의 날 [세계생태발자국네트워크] |
그렇다면 올해 한국이 지구 용량을 넘어서는 날은? 4월 2일로 전세계에서 10위다. 지구 현상 유지를 위해서 1년 동안 나눠 써야 할 자원을 넉 달 만에 다 쓴 셈이다. 전세계 인구가 모두 한국인처럼 생활한다면 지구가 3개는 있어야 한다.
한국과 비슷한 국가로는 스웨덴(4월3일), 오스트리아(4월6일) 등이 있다. 일본의 지구 용량 초과의 날은 5월 6일, 중국은 6월 2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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