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서림을 방지하기 위해 물안경에 침을 뱉고 있다. [독자 제공] |
[헤럴드경제=주소현 기자] “고개를 살짝 돌리시고 침을 모은 다음에 퉤 뱉어주세요.”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되면서 물놀이 철이 왔다. 그중에서도 바닷속을 탐험하는 프리다이빙, 스쿠버다이빙 등 수중스포츠가 인기다. 전 세계적으로는 2600만명, 국내에서도 100만명 이상이 즐기는 스포츠다.
수중스포츠의 적은 바로 물안경에 서리는 김이다. 김이 서리면 시야가 확보되지 않아 위험할뿐더러 바닷속을 살펴볼 수도 없다.
베테랑 다이버나 강사 사이에서 전수되는 가장 간단한 김 서림 제거법이 있다. 바로 ‘침 뱉기’다. 공짜인 데다 따로 준비할 필요도 없고 친환경적이기까지 한 방법이다.
스쿠버다이빙 중 김이 서린 물안경. [블로그 캡처] |
수중 레저에서 사용하는 물안경은 숨을 참거나 호흡장비를 연결하기 위해 일반적인 물안경과 달리 코까지 덮는 형태다. 그렇다 보니 물안경에 김이 서리기 쉽다.
김은 온도 차에 생긴다. 해수 온도는 대체로 체온보다 낮고, 바닷속으로 들어갈수록 더 낮아진다. 물안경 안의 따뜻한 공기가 물안경 바깥의 수온에 의해 차가워지다가 물방울로 응결되면서 김이 서리게 된다. 여기에 물안경이 코까지 덮다 보니 코로 숨을 쉰다면 더 빨리 물안경에 습기가 차게 된다.
김이 서리지 않게 하려면 물 분자들이 서로 뭉치려고 하는 성질인 표면장력을 약화시키면 된다. 이 원리를 활용한 물안경용 김 서림 방지제들이 시중에 판매되고 있다.
스노클링 모습. [123RF] |
문제는 각종 김 서림 방지제들의 성분이다. 대부분 폴리옥시에틸렌, 소르비탄, 모노올레인산 등으로 계면활성제의 일종이다.
계면활성제는 물의 표면장력을 떨어뜨린다. 이를 통해 물과 기름 등 다른 오염물질을 잘 섞이게 해 세제, 샴푸 등에 주로 쓰인다. 실제로 다이버들은 김 서림 방지제를 미처 준비하지 못할 경우에 샴푸나 주방세제 등을 바르기도 한다.
대신 계면활성제는 수질오염을 일으킨다. 물에는 물론 미생물에 의해서도 잘 분해되지 않아서다. 바닷속으로 들어가야 할 빛과 산소 공급을 가로막아 자정능력을 감소시키고 수중생물에도 여러 가지 독성을 띠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물안경용 김 서림 방지제의 주요 성분. [인터넷 캡처] |
김 서림 방지제는 물안경에 바르고 말린 뒤 물로 헹궈내는 방식으로 사용한다. 바다에서는 물 밖에 나갔다가 들어올 때마다 김 서림 방지작업을 해줘야 한다. 수중 레저를 한 번 할 때마다 몇 번씩 김 서림 방지제를 바르고 바닷물로 헹구게 되는데 이는 세제나 샴푸를 바다에 푸는 것과 비슷한 셈이다.
그렇다면 계면활성제 말고 물안경에 김을 제거하는 방법은 없는 걸까. 표면장력을 약화할 수 있는 방법이라면 뭐든 상관 없다.
김 서림을 방지하기 위해 물안경에 침을 뱉고 있다. [독자 제공] |
베테랑 다이버나 강사 사이에서 김 서림 방지법으로 암암리에(?) 통용되는 방법은 ‘물안경에 침 뱉기’다. 침에는 각종 유기물이 들어 있어 물방울이 맺히는 걸 막아준다.
해녀들. [헤럴드DB] |
제주도에 있는 한수풀해녀학교 관계자는 “제주도 해녀들은 주로 물안경 안쪽에 쑥을 바른다”며 “쑥을 발라도 물속에서 불편함이 없어 굳이 바다를 오염시키는 김 서림 방지제를 사용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쑥의 김 서림 방지 효과는 연구로도 일정 부분 입증됐다. 배상대 신라대 화학공학과 교수는 2020년 ‘쑥 추출물을 이용한 향균 및 김 서림 방지에 관한 연구’를 통해 쑥 추출물이 10% 들어 있는 혼합물로 김 서림 방지 테스트를 한 결과, 저온과 고온에서 모두 양호한 결과를 얻었다.
addressh@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