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 깡통전세 여파 지속
[헤럴드경제=박자연 기자]강제경매 꼬리표가 붙은 부동산이 역대 최고 수준으로 늘고 있다. 고금리가 지속되고 일명 ‘깡통전세’로 인해 빌라 수요가 낮아지면서 강제경매 매물이 쌓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1일 대한민국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강제경매개시결정 등기가 된 전국 부동산 수(건물, 토지, 집합건물)는 지난달 6만8644건으로 나타났다. 이 건수는 1년 전만 해도 6만4694건이었으나, 올 초6만7200건대로 뛰었고 지난달 6만8000건을 돌파했다. 강제경매개시결정 등기가 이같은 수준으로 올라온 것은 2020년5월(6만9033건) 이후 처음이다.
강제경매는 법원에서 채무자의 부동산을 압류한 다음 경매한 뒤 발생하는 대금으로 채권자의 금전 채권을 충당하는 방식이다. 채무자가 대여금 등을 변제기일까지 갚지 못할 때 개시된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서울·경기에서 강제경매 등기 증가세가 돋보이는 상황이다. 경기도는 1년 전 강제경매개시결정 등기가 1만1695건이었으나 올해 1만2520건으로 800여건 증가했다. 서울 역시 같은 기간 5641건에서 6904건으로 1300건 가까이 뛰었다.
강제경매개시 등기가 늘고 있는 현상은 좀처럼 잡히지 않는 고금리와, 빌라 기피 현상이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통상 강제경매개시 결정 이후 등기가 나오고, 이후 경매 절차가 이어지면서 낙찰된 물건에 한해 소유권이전신청이 들어간다. 즉 유찰이 잦아질 경우 강재경매개시 결정이 난 부동산들은 주인을 찾지 못해 지속해서 늘어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특히 지난해 말부터 발생한 전세사기 등으로 강제경매에 넘어간 주택의 경우 전셋값이 매매가보다 높은 경우가 많아, 임차인(세입자) 낙찰이 다수 진행되고 있다. 다만 이러한 상황의 임차인은 낙찰가 낮게 받기 위해 여러 차례 유찰을 시키기 때문에 소유권이전까지는 짧지 않은 시간이 걸린다는 설명이다.
이주현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강제경매 결정이 나고 소유권 이전등기가 이뤄질 때까지 길면 1년 정도 소요된다”면서 “서울의 경우 강제경매 결정이 난 집합건물 대부분이 빌라인데, ‘깡통전세’ 등으로 빌라 수요가 줄면서 낙찰이 빠르게 이뤄지지 않는 추세”라고 말했다.
물론 부동산 시장이 수도권 아파트 중심으로 회복세에 들어가고 있고, 전셋값도 상승세를 보이고 있어 향후 강제경매 건수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는 시각도 나온다. 또 정부가 역전세 대란을 대비해 선제적인 대책을 내놓은 것도 강제경매 리스크를 줄이는 요인 중 하나다. 정부는 지난달 27일부터 내년 7월31일까지 전세금 반환 목적의 주택담보대출 이용자에 대해 한시적으로 총원리금상환비율(DSR) 40% 대신 총부채상환비율(DTI) 60%를 적용하기로 발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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