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자산 출연해 범석장학재단 설립, 27년간 연구비와 장학금 수여
[헤럴드경제=김태열 건강의학 선임기자] 한국전쟁 당시 간호장교로 참전해 초기 軍 간호학 근간을 마련하고, 남편 범석 박영하 박사와 함께 을지재단의 발전을 이끌어온 전증희 을지재단 명예회장(사진)이 1일 소천했다. 향년 94세.
전 회장은 1929년 7월 6일생으로 1945년 춘천간호학교를 졸업하고,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간호장교로 자진 입대했다. 초임지는 대전 제2육군병원 수술실. 부상병이 속출하는 수술실이었지만 특유의 명철함과 성실함으로 軍 간호학의 근간을 마련하는 등 간호 분야 발전의 초석을 다졌다.
1952년 군의관으로 근무하던 을지재단 설립자 범석 박영하 박사와 전쟁터에서 부부의 연을 맺고, 오늘날의 을지재단을 함께 일궈왔다. 부부가 모두 한국전쟁에 참전한 일은 의료계를 통틀어도 손꼽힐 만한 일로 여전히 회자되고 있다.
고 전증희 을지재단 명예회장 |
1953년 대위로 예편한 전 회장은 남편 범석 박영하 박사와 함께 1956년 서울 을지로에서 을지재단의 시초인 박 산부인과 병원을 개원하며, 헌신적인 내조로 을지재단의 성장에 기여했다. 특히 개원 초 야간 산부인과를 운영할 땐 간호는 물론 병원 전반의 업무를 처리하며 큰 힘을 보탰다.
1968년부터 1994년까지 재단법인 을지병원 상임이사로 재임하며 산하 의료원의 환자간호와 간호행정 발전에 힘을 쏟았다. 당시 전 회장이 전문적인 간호인력 양성에 확고한 신념과 의지를 갖고 만든 을지의 간호행정 매뉴얼은 전국 병원에 퍼져나가 기본 교과서로 회자될 만큼 주목받기도 했다. 이러한 전 회장의 노력은 현재 을지대학교의료원의 전문적인 간호체계의 기틀이 되었다.
또한 1994년부터 2010년까지 을지재단 부회장으로 재임할 당시에는 의료사업을 통한 국민보건 향상에 주력했다. 의사, 간호사 등으로 이뤄진 을지의료봉사단을 창단해 무의탁 노인, 소년소녀가장, 수재민을 위한 무료진료소 개설 등 소외계층에 대한 의료봉사를 꾸준히 실천해왔다. 이때마다 전 회장은 언제나 앞장서서 현장을 방문해 지역민과 함께했다.
후학양성 및 인재육성을 위해 1997년 10억 원의 개인재산을 출연, 재단법인 범석학술장학재단을 설립하기도 했다. 초대 이사장으로서 27년간 2,000여 명의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하고 600여 명의 우수한 연구자들을 발굴해 연구비 지원 사업과 범석상 시상을 전개하며, 국내 유수의 장학재단으로 비약적인 성장을 일궈냈다.
전 회장은 범석학술장학재단 설립에 그치지 않고, 2010년에는 사재 37억 원을 사회에 환원했으며, 2013년 남편인 박영하 박사가 소천하며 남긴 전 재산 172억 원을 학교와 재단에 기부하는 등 의학발전과 후학양성을 위하여 개인재산을 사회에 환원하는데 앞장서 왔다. 이렇듯 국내 의학발전과 인재 양성에 힘써온 공로를 인정받아 2020년에는 국민훈장 모란장을 수훈하기도 했다.
전증희 회장은 2013년 5월 7일 영면한 고 범석 박영하 을지재단 설립자가 안장된 국립대전현충원 국가사회공헌자묘역 안장된다. 유족으로는 아들 박준영(을지재단 회장), 딸 박준숙(범석학술장학재단 이사장) 사위 최원식(을지대학교 의과대학 정형외과학교실 석좌교수) 며느리 홍성희(을지대학교 총장)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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