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엔드 선호도 높지만…비용이 관건
서울 시내 한 공사현장의 타워크레인. [연합] |
[헤럴드경제=고은결 기자]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장 곳곳에서 브랜드 고급화를 놓고 조합원 사이에서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건설사가 선별 적용하는 하이엔드 브랜드를 달면 그만큼 단지의 희소성과 고품질 주거환경이 증명되지만, 가뜩이나 공사비가 오르는데 비용 부담이 더 커질 수 있어서다.
14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경기 성남시 중원구 ‘상대원 2구역’ 재개발조합은 시공사 DL이앤씨의 기존 브랜드 ‘e편한세상’ 적용 유지, 혹은 하이엔드 브랜드 ‘아크로’로 변경을 원하는지 설문조사 중이다. 조합 관계자는 “조합장 공약에 따라 오는 27일까지 설문을 진행 예정”이라며 “조합은 고급화 여부와 관련해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상대원2구역은 작년 초 관리처분인가를 받아 부분 철거를 진행하며 착공을 앞둔 단계로, 재개발 시 5090가구 규모 대단지가 된다.
만약 하이엔드 브랜드 적용을 추진하면 공사비 급등은 불가피하다. 고급화 기준을 맞추기 위한 공용시설 면적 추가 확보·커뮤니티시설·마감재 변경 등이 수반되기 때문이다. 이에 수억원대 추가분담금이 얹어지면, 원주민은 물론 현금을 쥔 투자자도 감당이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공사비 갈등에 사업이 꼬인 인근의 산성구역 재개발 조합처럼, 이미 관처 인가를 받은 상황에서 사업이 더뎌질 수 있단 우려도 있다.
그러나 강남권에 몰린 하이엔드 브랜드를 달면 그만큼 단지 가치가 오를 것이란 기대감도 상당하다. ‘반포 아리팍’, ‘성수 트리마제’처럼 다른 지역에서도 하이엔드 브랜드를 통해 랜드마크급 단지를 만들어야 한단 것이다. 기존 브랜드를 적용하면 인근 신축 대비 가치가 떨어질 것이란 시각까지 있다. 최근 강북권의 한 조합도 시공사와 공사비 갈등을 겪다가 다시 협상에 나섰는데, 조합원들 사이에선 옵션을 줄여 공사비를 낮추는 식으로 협상할 거면 브랜드 고급화라도 얻어냈어야 한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물론 단지 고급화의 관건은 공사비다. 한 정비업계 관계자는 “조합원들의 선호도를 떠나, 하이엔드를 적용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며 “(공사비 급증 없이는) 그랜저를 사놓고 제네시스를 달라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한편 주요 건설사 중 삼성물산(래미안), GS건설(자이)처럼 단일 브랜드인 곳도 있지만, 현대건설(디에이치), DL이앤씨(아크로), 포스코이앤씨(오티에르), 대우건설(써밋), SK에코플랜트(드파인) 등이 하이엔드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 당초 강남을 겨냥해 핵심 지역에 선별적으로 적용됐던 하이엔드의 벽이 낮아지고 있단 분위기도 감지된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과거엔 건설사들이 내부 심의를 거쳐 ‘한강뷰’ 등 일부 지역 조건에만 맞춰 깐깐하게 선별했다”며 “다만 요즘엔 지방에도 하이엔드 브랜드를 적용하고, 입지 외에도 사업 규모 등에 비중을 두며 장벽이 다소 낮아진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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