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0만㎡에 공사현장 단 한곳도 없어
LH “인허가 등 거치는 행정착공 단계”
일부 집들 비워지며 슬럼화 우려
가격 크게 올라 인근 농지 3.3㎡당 70만원→300만원
교통망 구축 우려도
남양주 왕숙신도시 부지. 멀리 보이는 중식음식점은 최근 가게문을 닫고 폐업 절차를 마쳤다. 서영상 기자 |
[헤럴드경제=서영상 기자] “언제 이주를 시작해야 할지 모르니 불안할 수밖에요. 토지 보상까지 거의 마쳤는데 빨리 공사를 시작했으면 좋겠어요.”(남양주시 진건읍 사릉역 인근 공인중개사무소 대표)
지난 20일 기자가 찾은 남양주 왕숙신도시. 1지구와 2지구 총 6만8000가구가 입주 예정인 이곳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따르면 올해 6월 공식으로 착공에 돌입했다. 하지만 1100만㎡ 어디를 둘러봐도 공사 현장을 찾아볼 수 없었다. 공사를 위해 펜스를 친 곳은 없는데 일부 주택은 이미 집을 비운 것처럼 보여 흉흉하기까지 했다. 3기 신도시 다른 지역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최근 LH 전관 논란 등으로 계약 절차가 중단되면서 실착공이 지연되고 있다는 게 LH 설명이다. 앞서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지시에 따라 LH는 전관 업체와 용역계약을 중단한 상태다.
이에 대해 LH 관계자는 “(남양주 왕숙지구는) 아직 실착공이 아닌 행정착공 단계”라면서 “속도를 내고 싶어도 용역 발주를 신규로 진행할 수 없다는 현실적 어려움 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토부의 건설사업관리용역 등 기술용역에 대한 혁신 방안 수립에 따라 용역을 진행하고 실착공에 돌입할 예정”이라면서 “여러 이해관계가 얽혀 있다. LH만의 문제인 상황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행정착공이란 공사도급계약 체결 후 공사가 시작되기 전 각종 인허가 및 안전관리계획 등을 거치는 절차다. 시공사가 준비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실착공이 언제될지 기약할 수 없는 상황이다. 결국 남양주 왕숙지구 입주시기 지연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애초 2025년으로 최초 입주시기가 예상됐던 이 지역은 LH조차 2028년 이후를 예상하고 있다.
수용된 지역에서 농사를 크게 지어 입주권이 있다는 한 60대 남성은 “평생 살아온 이곳이 빨리 바뀌어 새 아파트에서 노후를 보내고 싶다”면서 “하지만 공사 소식이 들려오지 않으니 답답할 노릇”이라고 전했다.
인근 공인중개사무소 대표도 “일부 집은 주인이 집을 비우고 나가면서 빈집이 늘고 동네가 슬럼화돼가고 있다”면서 “밤에는 걸어다니기 무서운 동네가 돼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남양주 왕숙신도시 부지. 한 건물에 토지보상금을 ‘현금 대신 수용지구 내 토지로 보상받을 수 있는 대토조합원을 모집한다’는 광고가 붙었다. 서영상 기자 |
공사는 늦어지고 있지만 인근 땅값은 이미 많이 올랐다. 수용된 땅 주변으로 일반 농지가 신도시 발표 전만 해도 3.3㎡당 70만원대에 형성됐던 것이 최근에는 300만원까지 호가가 올랐다.
인근에 4차선 도로에 인접한 창고용지 약 2800㎡도 최근 매물로 나왔는데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3.3㎡당 200만~300만원 하던 것이 900만원 넘게 값을 부르고 있다.
왕숙2지구 한 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대부분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여 호가만 오르고 거래는 거의 없다”면서도 “이곳에서 농사를 하던 주민이 토지보상비로 인근 땅을 사면서 포천까지 농지 가격이 오르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만약 공사가 시작되면서 덤프트럭, 레미콘 차량이 돌아다니면 가격이 더 오를 것”이라고 예측했다.
많은 지역주민은 교통망 구축을 걱정했다. 경춘선과 별내선, 진접선에 이어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B 노선이 예정됐지만 일반차를 이용해 서울로 출퇴근하는 인구가 많은 만큼 도로를 확충해야 한다는 것이다.
왕숙지구의 6만8000가구에 이주가 거의 마무리된 양정 역세권재개발사업 1만4000가구까지 더하면 8만이 넘는 가구가 들어서는데도 지방도 확장계획 등만 있을 뿐, 근본적인 대책이 없다는 지적이다.
왕숙지구 인근 다산신도시에서 자차로 서울로 출퇴근한다는 40대 여성 이모 씨는 “출퇴근시간이면 지금도 강변북로로 빠지는 데에만 30분이 걸린다”면서 “신도시들 조성까지 되면 교통지옥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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