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흐름, 정부 대책 발표 이후 판가름 날 듯
서울 강남구 삼성중앙역 삼성동힐스테이트 2차 아파트 및 일대 아파트 단지 모습. 임세준 기자 |
[헤럴드경제=고은결 기자] 부동산 침체기 이후 빠르게 집값을 회복한 강남권·용산 등 고가주택 밀집지역에서 주요 단지 가격이 숨 고르기에 돌입했다. 해당 지역에선 올해 들어 전고점을 회복하며 최고가 거래가 나오기도 했는데, 일부 단지는 다시 가격이 수억원씩 내리는 등 상승세가 꺾였다.
23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달 강남구 도곡동 타워팰리스 2차 전용 161㎡는 신고가인 46억원(41층)에 거래됐다. 이후 같은 달 28일엔 10억원 이상 내린 35억5500만원(18층)에 팔렸다. 신고가 직전의 최고가(35억원)와 비슷한 가격으로 돌아간 셈이다. 용산 한남동 한남더힐 전용 59㎡도 지난 7월 31억3000만원(2층)에 팔려 최고가를 기록했는데, 바로 이틀 뒤엔 29억8000만원(5층)에 손바뀜됐다. 한강로동 용산센트럴파크 전용 102㎡도 올해 5월 최고가인 30억원(39층)에 팔렸지만, 지난달 26일엔 1억원 이상 내린 28억7000만원(35층)에 거래됐다.
신고가 직후 거래가 아니더라도 가격이 주춤하는 사례가 잇따랐다. 서초구 반포동 반포자이 전용 84㎡는 지난해 5월 39억원(15층)에 팔려 최고가 기록 이후 올해 1월 28억4000만원(21층)까지 가격이 내린 바 있다. 이후 다시 반등하며 지난달 2일 36억원(26층)까지 회복했지만, 같은달 다른 거래 가격은 33억8000만~34억7700만원 사이에서 이뤄졌다.
내곡동 서초더샵포레 전용 84㎡도 지난 2021년 6월 최고가 16억5000만원 기록 이후 가격이 하락하다가 올해 6월 14억5000만원(12층)까지 회복했는데, 지난 7월 13억9000만원(8층)에 거래됐다. 송파구 잠실동 잠실엘스 전용 84㎡는 지난 2021년 최고가 27억원(14층)을 기록한 후, 올해 들어선 18억원대까지 가격이 하락했다. 차츰 가격이 회복하며 지난달 24억4400만원(17층)에 팔렸는데, 가장 최근인 이달 18일에는 22억9500만원(2층)에 거래됐다.
부동산 업계에선 선제적으로 집값이 오른 주요 지역이 자연스러운 숨 고르기 수순에 돌입한 것으로 보고 있다. 전반적인 시장 상황은 아직 본격 상승세가 아닌 가운데, ‘똘똘한 한 채’ 선호로 인기지역 비싼 아파트가 시장을 이끄는 흐름 자체가 바뀐 것은 아니란 것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9월 셋째 주 서울 자치구 중에선 강남(0.2%→0.16%), 서초(0.13%→0.1%), 용산(0.19%→0.18%) 등의 아파트 가격 상승 폭은 전주 대비 감소했다. 다만 올해 들어 집값 변동률이 누적 기준으로 상승 전환한 지역은 강남·송파·서초뿐이며, 가격 양극화도 여전하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올해 8월 서울 아파트 상위 20% 평균 매매가격을 하위 20% 가격으로 나눈 ‘5분위 배율’은 4.78로 지난 2020년 1월(4.76) 이후 최고치다. 배율이 높을수록 가격 격차가 심하단 뜻이다.
향후 주택시장 흐름은 조만간 발표될 정부의 주택공급대책이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큰 변수가 없으면 추석 이후 집값 추세는 내년 4월 총선까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많다. 고준석 제이에듀투자자문 대표는 “다주택자가 매물을 내놓을 수 있는 내용이 담겨야 집값을 잡을 수 있을 것”이라며 “신규 공급은 가격에 미치는 영향이 비탄력적이지만, 다주택자 매물이 탄력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ke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