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 여의도점에서 판매하는 명절용 키위선물세트. 주소현 기자 |
[헤럴드경제=주소현 기자] “과일보다 쓰레기가 더 나와요”
성인 주먹보다 작은 키위들. 마치 상전 모시듯 하나하나 노란색 포장재를 더했다. 그럴 다시 종이 박스에 담아서 7만9800원. 받아보면 작은 키위 12개와 산더미처럼 쌓이는 일회용 포장 쓰레기들이다.
서울 영등포구 더현대서울에서 판매하는 명절용 과일 선물 세트. 주소현 기자 |
추석 연휴가 일주일도 채 남지 않은 22일 서울 영등포구에 위치한 백화점 더현대서울과 인근의 대형마트 이마트 여의도점에서 명절 선물 세트를 살펴봤다.
선물 세트의 과대 포장 지적이 이어지면서 개선된 부분들도 눈에 띄었다. 완충재나 받침대의 재질이 플라스틱에서 종이로 바뀐 경우가 많았다. 비닐이나 필름으로 된 뽁뽁이(에어캡) 대신 종이 그물로 대신하는 식이다.
이마트 여의도점에서 판매하는 명절용 식용유 선물세트. 제품을 고정하는 받침대가 종이로 돼 있다. 주소현 기자 |
문제는 무르거나 부서지기 쉬운 과일, 한과 등 식품류. 최대한 성의를 표현하고 싶은 소비자들과 최대한 ‘있어 보이는’ 제품을 내놓으려는 생산자들의 욕구가 맞아 떨어지면서 명절 선물 세트 특유의 과도한 개별 포장은 여전했다.
곶감의 경우 낱개 별로 플라스틱 받침과 덮개로 된 상자에 담고 종이 띠지를 두른 뒤 다시 종이 칸막이 안에 들어 있었다. 한과 세트도 종이 속지로 감싼 걸로 부족해 칸막이가 있는 플라스틱 트레이에 담고, 이마저 비닐로 한번 더 포장했다. 이런 한과들이 모여서 한 상자를 이뤘다.
서울 영등포구에 위치한 더현대서울에서 판매하는 명절용 곶감 선물 세트. 주소현 기자 |
서울 영등포구에 위치한 더현대서울에서 판매하는 명절용 한과 세트. 주소현 기자 |
포장이 극대화된 선물 세트는 과일이었다. 보기 좋게 늘어놓고 또 충격을 흡수하기 위해 대부분의 과일이 스티로폼으로 감싸져 있었다.
제품의 포장재질·포장방법에 관한 기준 등에 관한 규칙에서는 불필요하게 제품 크기에 비해 큰 포장재를 사용(포장 공간 비율 위반)하거나 여러 번 포장(포장 횟수 위반)하는 경우를 과대 포장으로 본다.
포장 횟수는 육안으로 가리기 쉽다. 의류(1회 이내)를 제외한 음식료품, 화장품, 전자제품 등 제품군은 포장 횟수가 2회 이내로 제한된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이 제품체적을 계산하는 방법을 설명하고 있다. [서울환경연합 유튜브] |
포장 공간 비율은 조금 복잡하다. 포장용적 대비 포장용적에서 제품체적을 뺀 비율이다. 단위 제품은 종류에 따라 10~35% 이하, 종합 제품은 25% 이하로 제한한다.
문제는 이 계산법이 꽤 너그럽다는 점이다. 포장용적은 포장 용기의 내부의 치수를 의미한다. 제품체적은 제품 둘레에 외접하는 최소한의 직육면체의 크기를 따진다.
서울 영등포구 더현대서울에서 판매하는 명절용 과일 선물 세트. 주소현 기자 |
쉽게 말하면 포장용적은 얼만큼 들어가는지 용량을 기준으로 하니 포장재의 두께 등은 계산되지 않는다. 제품체적은 가장 바깥의 점을 이은 가상의 상자를 기준으로 하니 툭 튀어나온 장식품이나 과일 꼭지가 있다면 실제 부피보다 크게 계산된다.
특히 과일이나 한과처럼 단위 제품 여러개를 묶어서 판매하는 종합 제품은 단위제품별 포장공간비율과 포장횟수 기준을 지킨다면 이를 전체 계산에 산입하지 않는다. 그렇다 보니 보자기 등 포장재를 깔거나 칸막이가 있어도 포장 횟수 기준을 넘기지 않게 된다.
이처럼 소비자들이 공감하기 힘든 과대 포장의 기준을 재정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은 “수십 년전에 만들어진 규제에 맞춰 과대 포장이 개선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경쟁적으로 늘어나는 포장을 감안하면 정해진 기준에 맞추기보다는 업계와 정부가 자발적으로 간소화된 명절 선물 포장 가이드라인을 합의하는 방식의 해법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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