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대책 외엔 영향력 제한적”
북한산에서 바라본 3기 신도시인 고양 창릉지구의 모습. [연합] |
[헤럴드경제=고은결 기자] 정부가 26일 내놓은 ‘주택공급 활성화 방안’은 민간·공공의 공급 정상화를 앞당기고 건설업계의 유동성 확보에 도움이 될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수요 자극을 우려해, 매수자들을 움직이게 할 방안은 배제하며 체감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란 평가도 나온다.
이날 공개된 대책의 주요 내용은 ▷공공주택 공급물량 확대 및 기 추진 사업의 철저한 공정 관리 ▷민간공급 사업 여건 개선 ▷PF 대출 보증 확대 등 자금조달 지원 ▷비아파트 자금조달 지원 ▷재개발·재건축 사업절차 개선 등 도심공급 기반 확충 등이다. 건설업계 돈맥경화를 풀어줄 금융 지원 대책, 민간 공급 위축에 대응할 공공 물량 추가 확충 등은 분명 긍정적이지만, 시장에서 극에 달한 '공급 부족' 우려를 잠재울 효과는 다소 제한적이란 진단이 나온다.
우선 이번 대책을 통해 발표한 순증 물량은 5만5000호(3기 신도시 3만호+신규 택지 2만호+민간 물량 공공전환 0.5만호)에 그친다. 당장 2~3년 뒤 공급난 위기를 잠재울 수준의 물량 공세는 아니란 평가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부동산 공급 비탄력성을 고려하면 연내 즉각적인 공급 체감 확대로 이어지는 것은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특히 기존 대책과 달리, 수요 유인책을 찾아볼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당초 거론된 오피스텔을 보유 주택 수에서 제외하는 방안 등은 결국 담기지 않았다. 이는 원활한 공급을 위해선 수요를 촉진해야 한다는 견해도 있지만, 자칫 무분별한 투자 과열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단 우려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실제 수요자를 움직이게 할 동력이 없어 기대에 못 미친다는 평가도 나온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공급 비상 국면임에도 세제 측면의 비아파트 규제 완화 등 정부가 거론한 ‘압도적 대책’은 없었다”며 “금융 대책 외에는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은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서진형 경인여대 교수도 “기존 계획을 차질 없이 진행하겠다는 의지는 확실히 나타냈지만, 수요자들이 기대한 실질적인 대출 규제 완화 등은 빠져 변죽만 울렸다”고 했다.
수요가 집중된 서울 아파트 공급 대책이 없다는 지적도 이어진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결국 사업자가 판단해야 할 문제”란 입장이다. 분양가 미스매치로 공급이 미뤄지는 상황이지만, 강남3구·용산구를 제외하고 분양가가 자율화된 시장에서 정부가 개입하기는 적절치 않다는 것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규제, 사업비 등 문제가 복합적이지만 결국 사업자가 판단해야 한다”며 “다만 올해 전세사기 등으로 비아파트 부분이 많이 위축됐기 때문에 소형주택을 늘려서 보완하자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민간 주택 공급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사업여건 개선은 제시됐지만, 가장 핵심인 분양성·수익성 제고 방안은 빠졌단 점도 거론된다. 서진형 교수는 “민간 공급은 수익성이 관건인데, 건축비 인상 등 문제는 이번 대책을 통해 해결되는 것이 없다”며 “공급 촉진 효과가 미미할 수 있다”고 말했다. 법 개정이 필요한 과제에 대해선 종전 방침 재탕에 그쳤다. 재건축부담금 합리화, 실거주 의무 폐지 등 규제 합리화 입법과제를 국회와 적극 협의하겠다거나, 1기 신도시 특별법 등 주요 법률을 신속히 제정하겠다며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세부 대책의 효과가 제한적일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가령 비아파트에 대해 건설자금을 기금에서 1년간 한시 지원키로 했지만, 최근 전세사기 등으로 거래량이 줄어든 상황에서 일부 도심지역 위주로만 정책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아파트 청약 시 무주택으로 간주하는 소형주택 기준 가격 상향과 적용범위 확대의 경우, 기존 아파트 가액수준도 상당해 매입선택지도 여전히 제한적일 것으로 평가된다.
ke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