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이상 구축 주차 가구당 0.68대 열악
서울의 한 구축 아파트 단지 지상주차장 모습. [네이버 지도 거리뷰 갈무리] |
[헤럴드경제=신혜원 기자] #. 지하주차장이 없는 입주 10년차 부산의 한 대단지 공공임대아파트는 지난달 외부 차량 출입을 통제할 수 있는 주차차단기를 설치하는 안을 놓고 입주민 투표를 진행했다. 과반 이상이 참여해 찬성 비율이 50%가 넘었지만 임차인대표회의에서 동대표 과반이 반대해 차단기를 설치하지 않기로 결론났다. 해당 아파트 입주민 A씨는 “외부 차량 출입 관리가 안 되다보니 인근에 다세대주택에 거주하는 분들이 아파트 주차장에 대놓기도 하고, 식사시간에는 길 건너 식당가에 가기 위해 외부인들이 차량을 주차해놓곤 한다”며 “차단기가 있으면 다수 입주민들이 생활하는데 큰 이익일 듯 한데 왜 반대하는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고질적인 사회 문제로 꼽히는 주차난에 외부 차량 출입을 차단할 수 있는 주차차단기 설치를 고민하는 아파트 단지가 많아지고 있다. 특히, 차단기 설치가 일반적인 지하주차장이 없고 가구당 주차대수가 상대적으로 적은 준공 20~30년차 구축 단지들 사이에서 이런 양상이 두드러진다. 최근 차단기 설치 여부를 놓고 주민투표를 진행하는 단지도 곳곳에 있다.
300가구 이상의 공동주택, 승강기가 설치된 공동주택 등이 적용을 받는 공동주택관리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주차차단기는 장기수선계획 수립 대상에 포함돼 있어 설치를 위해 장기수선계획 반영이 필요하다. 검토 주기가 3년인 장기수선계획은 입주자대표회의 및 관리주체가 전체 입주자 과반수 서면동의를 받은 경우 3년이 지나기 전 장기수선계획을 조정할 수 있다. 주차차단기 설치가 장기수선계획에 포함되면, 장기수선충당금을 통해 실행하는 식이다.
일부 구축 단지들 내에서 차단기 설치를 비롯한 외부차량 통제 방안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건, 늘어나는 차량 대수에도 단지 주차공간은 여전히 부족하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6월 기준 국내 자동차 누적 등록대수는 2575만7000대로 전년 하반기 대비 25만4000대(1%) 증가했다. 우리나라 인구수(약 5156만명)와 비교할 때 1.99명당 1대의 자동차를 보유하고 있는 셈이다.
반면, 부동산R114가 K-apt공동주택관리정보시스템을 통해 관리비 공개 의무단지 기본정보에 등록된 단지들을 분석한 결과 가구당 주차대수가 임대아파트는 평균 0.79대, 분양아파트는 평균 1.10대였다. 분양아파트 가운데 준공 30년이 넘은 단지는 0.68대, 21~30년 된 단지는 0.99대로 평균 1대에도 못 미쳤다. 임대아파트의 경우 준공 30년 초과 단지 0.28대, 21~30년 된 단지 0.41대로 주차공간이 더욱 열악했다.
이렇듯 이미 입주민 차량만으로도 주차공간을 찾기 어려운 상황에 외부차량 통제가 안 돼 매번 ‘주차전쟁’을 겪는다는 불만이 나온다. 특히, 공원이나 식당가 인근 등 유동인구가 많은 곳에 위치한 아파트들은 이런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
준공 30년이 넘은 서울의 한 구축 단지에 거주하고 있는 B씨는 “이중, 삼중 주차는 기본에 나갈 때마다 주차된 차들을 밀다가 차끼리 부딪힐까봐 조마조마하다”며 “아파트에 차단기가 없고, 주차 스티커를 활용하긴 하지만 입주민 차인지 아닌지 구분하기엔 한계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차단기 설치 시 입출입의 번거로움 및 비용 증가 등의 이유로 반대하는 입주민도 적지 않다. 실제로, 경기도 평택의 한 아파트 단지는 최근 주차차단기 및 자동문 설치, 폐쇄회로(CC)TV 교체 등을 이유로 장기수선충당금을 월 8000원 후반대에서 3만원으로 인상하기도 했다. 차단기 외 다른 시설 유지보수도 영향을 미쳤지만 비용이 200% 넘게 상승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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