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편 [만개의 레시피] |
[헤럴드경제=주소현 기자] “솔잎을 넣고 같이 쪄야 진짜 송편이지”
추석에 빠질 수 없는 명절 음식, 송편. 올해 추석 송편을 집에서 빚을 예정이라면 주의해야 할 식재료가 있다. 바로 솔잎이다.
그런데 솔잎을 쓰기 전에 꼭 주의해야 할 게 있다. 어떤 나무에서 온 잎인지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는 점.
소나무재선충병에 걸렸거나 살충제를 맞은 나무의 잎일 수 있어서다. 자칫 병 걸린 솔잎을 먹거나, 살충제까지 같이 먹을 수 있는 셈이다.
소나무재선충병에 감염된 소나무 [산림청] |
소나무재선충병은 크기 1㎜내외의 실 같은 선충이 수분과 양분이 이동하는 통로를 막아 나무를 죽게 하는 병이다. 솔잎이 축 처지거나 갈색으로 변한 나무라면 이 병에 걸렸을 가능성이 크다.
뾰족한 치료약이 없다. 감염된 나무는 100% 고사해 소나무계의 불치병으로 통한다. 1988년 부산 금정산에서 처음 발견된 이후로 피해는 꾸준히 있었지만 올해는 유독 심각한 수준이다.
산림청에 따르면 올해(4월 기준) 소나무재선충병에 감염된 나무는 전국에서 107만 그루에 달한다. 벌써 최근 5년 간 평균 피해 규모(30만~40만 그루)보다 두배 이상이다.
전국적으로 소나무재선충병이 피해가 극심했던 2007년과 2014년에는 각각 137만 그루, 218만그루의 소나무가 고사한 적도 있다.
솔수염하늘소(위)와 북방수염하늘소 [산림청] |
이 병에 대응하려면 ‘하늘소’를 먼저 알아야 한다. 재선충은 스스로 움직이지 못해 솔수염하늘소나 북방수염하늘소 등 매개충의 몸 속에 살기 때문이다.
하늘소는 4~5월이면 성충이 돼 소나무를 갉아 먹는다. 이때 재선충이 상처 난 나무 틈으로 침입하게 된다. 여름 내 배를 채운 하늘소는 가을이면 주변의 죽은 나무나 나뭇가지 더미에 알을 낳는다. 겨울과 초봄에 알에서 애벌레가 될 시점에 재선충이 다시 하늘소들의 몸 속으로 들어간다.
올해 유독 소나무재선충병이 전국적으로 확산한 이유도 하늘소의 서식 환경에서 비롯됐다는 시각도 있다. 기후 변화로 소나무 숲이 하늘소에게 유리하기 바뀌었다는 이유다. 잦은 산불로 하늘소가 알을 낳을 만한 공간이 많고, 비교적 따뜻한 겨울 날씨로 성충도 늘어났다는 분석이다.
소나무재선충병 확산 방지를 위해 헬기를 이용해 항공방제하는 모습. 지난 6월부터 제주도는 헬기 대신 드론으로 방제 작업을 했다 [제주도 제공] |
이 병이 불치병인 까닭에 이 병에 대응하는 방법은 두 가지뿐이다. 감염된 나무들은 베어버리고, 감염되지 않은 나무들에는 예방 차원에서 방제를 하는 것이다. 나무에 구멍을 뚫어 살충제를 직접 주사하거나 항공에서 살포하는 방법이 있다.
문제는 이때 사용되는 살충제다. 아바멕틴, 에마멕틴벤조에이트 등 네오니코티노이드 계열로, 최근 일부 유럽 국가와 미국 주에서 꿀벌 떼죽음의 원인으로 지목되면서 사용이 제한됐다. 국내에서는 과채류 등에 광범위하게 사용되며 농촌진흥청에는 벌에도 안전하다고 등록돼 있다.
우선 산림청은 지난 2월부터 헬리콥터를 이용한 대규모 방제를 중지하기로 했다. 대신 드론을 사용해 소나무 숲으로 살포 범위를 줄이거나 소나무에 직접 주사하는 방식을 늘리기로 했다.
솔잎 및 가지 채취를 금지하는 현수막 [예주나무병원 블로그] |
그러나 솔잎에 살충제가 잔류해 있을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이 살충제는 소나무에 주입한 후 2년 이상 효과가 지속되기 때문이다. 이에 방제 구역에서는 솔잎이나 솔방울, 가지 등 임산물을 채취 금지하고 있다.
살충제를 주사한 소나무의 송화 가루가 위험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 바 있다. 대구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은 국립산림과학원의 ‘소나무재선충병 선제적 맞춤형 방제전략 및 기술연구’ 보고서를 근거로 송화 가루에 허용기준치의 최대 36배의 잔류 농약이 검출됐다고 주장했다. 국립산림과학원은 잔류 농약의 양이 미미해 인체에 위해가 될 가능성이 없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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