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경기 선행지표인 수주액도 전년比 45%↓
건설현장의 모습.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헤럴드DB] |
[헤럴드경제=신혜원 기자] 지난해 하반기부터 고금리, 원자재값 상승, 인건비 급등 등 삼중고가 겹치며 지속된 건설경기 침체로 업계의 시름은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부동산 시장 침체로 인한 미분양 증가,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 위축에 따른 자금난 등으로 중소·중견 업체의 폐업 및 부도 소식이 잇따르면서 건설업계 안팎에서 뒤숭숭한 분위기가 감지된다. 건설경기의 선행지표로 꼽히는 건설수주액도 지난해 대비 큰 감소세를 보여 중소 업체들을 중심으로 한 ‘줄도산’ 우려도 커지는 모습이다. 이에 정부는 주택공급대책의 일환으로 PF대출 보증 규모를 확대하고, 기준을 완화하는 등 건설업계에 유동성을 공급하기 위한 금융 지원책을 내놓기도 했다.
1일 국토교통부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KISCON)에 따르면 지난 8월 폐업한 종합건설사는 266곳으로, 지난해 같은달 121곳 대비 약 120% 급증했다. 단순 계산하면, 하루에 8개 업체가 폐업 신고를 한 셈이다. 8월 한 달에만 지난해 전체(261곳), 2021년 전체(169곳) 폐업 업체수를 넘어섰다. 하도급을 주로 맡는 전문건설업체 또한 같은 기간 1303곳이 폐업해 전년 동월 대비 약 23%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부도를 맞은 건설사 소식도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달 초 시공능력평가액 상위 15% 안에 들었던 인천지역 중소 건설업체 국원건설이 최종 부도처리돼 회생절차를 밟고 있고, 시공능력평가 75위인 중견 건설사 대우산업개발도 회생절차에 돌입했다.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부도난 건설사는 총 9곳(종합건설업체 5곳·전문건설업체 4곳)이었다.
[국토교통부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KISCON) 홈페이지 갈무리] |
이렇듯 문 닫는 건설사들이 많아지면서 업계에선 중소업체들의 줄도산 현실화 가능성이 커지는 것을 우려하며 다소 어수선한 분위기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요즘은 건설사 다닌다고 하면 주변에서 걱정부터 먼저한다”며 “최근 워낙 뉴스에 건설사 관련 사고도 많이 나오고 문 닫는 곳들 소식도 간간히 들려 가족이나 친지들이 걱정을 많이 한다. 건설 경기가 빨리 회복되기를 바라고 있지만 전망이 그리 밝지는 않다”고 토로했다.
실제 건설경기의 선행지표로 여겨지는 건설수주액(한국건설산업연구원 자료)을 살펴보면 지난 7월 건설수주액은 총 10조원으로 민간 6조5000억원, 공공 3조5000억원 규모였다. 전년 동월 대비 44.9% 감소했고, 특히 민간은 55.7% 줄어들었다. 올해 1~7월 건설수주액은 105조5000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21.9% 감소했다. 같은 기간 건축허가·착공면적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5.9%, 39.9%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착공면적의 경우, 1년 7개월째 감소세가 계속되고 있으며 올해 1~7월 누적 면적이 글로벌 금융위기로 침체한 2009년 이후 14년 만의 최저치다.
박철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급등한 자재비와 더불어 높은 금리 상황이 전환되는 데 예상보다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돼 향후 민간 공사 어려움이 가중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2020년부터 올해까지 30% 가까이 상승한 공사비는 올 하반기뿐 아니라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내년 상반기까지는 건설경기 선행지표의 부진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고, 이는 건설경기 침체 기간이 장기화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이 같은 상황에 정부는 지난 26일 ‘국민 주거안정을 위한 주택공급 활성화 방안’을 발표하면서 민간 건설사들의 막힌 자금줄을 뚫어주기 위한 금융공급책을 다수 포함시켰다. 정부 대책에 따르면 PF대출 보증 규모는 기존 15조원에서 25조원으로, 주택도시보증공사(HUG) PF대출 보증의 대출한도는 전체 사업비의 50%에서 70%로 늘어난다. 또한, PF보증 심사기준 중 시공사 도급순위를 폐지하고, 신용등급별 점수를 상향해 보증대상 사업장을 확대한다.
아울러 정상 PF 사업장에 대해서도 건설사 차질없는 금융공급을 지속하고, 부실·부실 우려 사업장에 대해선 만기 연장, 이자 유예, 채무 조정 등 재구조화가 이뤄질 수 있도록 대주단협약을 지속 지원한다. 재구조화 사업장에 신규자금을 공급하는 PF 정상화펀드도 당초 1조원에서 2조원 이상으로 규모를 확대하고, PF 정상화펀드 인수 사업장을 대상으로 PF보증 우대를 제공하기로 했다. 더불어, HUG 중도금대출 보증 책임비율을 현행 90%에서 100%로 상향해 업체들이 원활한 중도금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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