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 구제책 없어…강력 대응 불가피”
생활형숙박시설 관계자들이 19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국토교통부앞에서 '이행강제금 부과 예정'을 규탄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고은결 기자] 정부가 생활형 숙박시설(생숙)의 숙박업 신고 계도기간을 부여하고, 이행강제금 처분을 유예하기로 했지만 생숙 소유자들의 반발이 계속되고 있다. 생숙을 ‘준주택’으로 인정하지 않겠다고 못 박으며, 당초 주거용으로 사용·임대하기 위해 분양받은 이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숙박업 신고를 하는 것 외에는 별다른 방법이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생숙 대란은 유예됐을 뿐, 갈등 장기화가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2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24년 말까지 생활숙박시설(생숙) 숙박업 신고 계도기간이 부여되고, 이행강제금 처분도 유예된다. 우선 생숙을 숙박시설로 이용하려는 소유자들이 숙박업 신고를 하는 데 걸리는 시간과 실거주 임차인의 잔여 임대 기간 등을 고려해 한시적인 계도기간을 부여했다. 생숙을 주거용 오피스텔로 용도변경 시 2년간 한시 적용되던 특례는 추가 연장 없이 다음달 14일부로 종료된다. 이행강제금 처분을 미루는 것일 뿐, 생숙을 주거용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셈이다.
이런 가운데 소유주들은 이런 대책이 미봉책에 불과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생숙을 주거용 오피스텔로 용도 변경하는 것은 더 어려워지는 데다가, 사실상 숙박업 신고를 하지 않으면 내후년부터 이행강제금 폭탄을 피하지 못하게 된다는 점에서다. 한 생숙 소유주는 “아파트와 똑같다며 홍보해 분양받았는데, 갑작스러운 규제로 불법 건축물 신세가 돼 내집에서도 살지 못하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생숙은 집값 급등기에 아파트 대체제로 주목받았다. 청약 통장이 없어도 분양받을 수 있고, 당첨 즉시 분양권 전매가 가능하며, 주택 수에 포함되지 않아서다. 이에 투기 수요가 쏠리자, 정부는 2021년 5월 건축법 시행령을 개정해 생숙을 숙박업으로 신고하도록 하고, 주거용으로 사용하려면 오피스텔로 용도 전환하도록 했다. 이를 어기면 건축법 위반으로 이행강제금을 부과하기로 했다.
그러나 소유주들은 건물을 헐고 다시 짓지 않는 한 주차 시설부터 소방시설, 복도 폭, 바닥 두께까지 오피스텔 기준에 맞추는 것이 쉽지 않다고 반발해 왔다. 이에 실제 용도 변경을 한 가구는 많지 않다. 그간 오피스텔로 변경한 생숙은 1996호로, 기존 생숙 약 9만6000호의 2.1% 수준이다. 숙박업으로 등록하는 것도 소유주 입장에선 마뜩잖다. 우선 30개실 이상을 소유해야 숙박업 신고를 할 수 있고, 그렇지 않으면 위탁업체를 통해 운영해야 한다. 생숙을 실거주용으로 분양받은 사람들은 살던 집에서 나와, 인테리어 비용과 운영 대행 수수료 등도 직접 부담해야 하며 살 곳도 새로 찾아야 하는 셈이다.
소유주 사이에선 위탁업체에 수수료를 내고 사실상 실거주하는 꼼수 계약이 불가피하다는 얘기도 나온다. 다만 이와 관련해 국토부 관계자는 “건축법상 건축물은 허용 용도대로 사용해야 하고, 그러지 않으면 시정명령을 내릴 수 있다”며 “지자체와의 점검 과정에서 정확한 판단을 해야 하지만 주택으로 사용하는 것은 분명히 불법”이라고 말했다. 애물단지가 된 생숙은 매각도 쉽지 않다. 다음달 15일부터는 생숙을 주거용으로 사용하면 불법건축물이 돼 이행강제금 폭탄을 맞을 뿐 아니라 부동산 하락기에 거래 자체도 주춤해서다.
이처럼 복잡한 상황에 현장에선 근본적인 해결책이 여전히 마련되지 않았단 주장이 잇따른다. 전국레지던스연합회 관계자는 “하루아침에 생긴 규제를 위해 주거 사용을 불가능하게 한 셈인데, 소급 적용으로 피해를 보는 이들에 대한 구제책은 찾아볼 수가 없다”며 “당초 거주도 가능하다는 설명에 분양받은 이들은 또 다른 주거 가능 시설을 찾아야 해 경제적으로도 힘들어지는데 대안은 전혀 논의되고 있지 않다. (소유주들은) 강력한 대응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ke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