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차권 설정돼 100만~200만원대 물건多
서울서부지방법원에 매각 공고가 붙어있는 모습. [헤럴드DB] |
[헤럴드경제=신혜원 기자] 전국 아파트 경매 낙찰가율이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선순위 임차권 여부 및 지역별·단지별 입지에 따른 양극화는 심화되는 양상이다. 경매로 넘어간 지방 아파트 중에선 유찰 횟수가 10여 차례를 넘어서며 가격이 100만~200만원대까지 주저앉은 사례도 부지기수다. 대부분 선순위 임차권이 설정된 물건들이라 세입자가 ‘울며 겨자먹기’로 낙찰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20일 경·공매 데이터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 2021년부터 경매가 진행되고 있는 경남 사천시 재성햇살채 전용 59㎡는 지난달 21일 매각기일에 응찰자가 나타나지 않아 17차례 유찰됐다. 그 사이 가격은 감정가 9200만원에서 259만원까지 떨어졌다. 다음달 2일 매각기일이 예정돼 있는데 최저입찰가 207만2000원에도 주인이 나타나지 않으면 12월에는 165만8000원으로 더 낮춰 경매가 진행될 예정이다.
이렇듯 최고가 1억2100만원, 지난달 실거래가 9400만원인 아파트가 200만원대 가격까지 내려가도 낙찰자가 나타나지 않는 건 선순위 임차권이 설정돼 있어 낙찰자가 기존 세입자에게 전세보증금 전액을 돌려줘야 하기 때문이다. 해당 아파트를 8700만원에 매수한 소유주는 세입자에게 1억원에 세를 내줬다. 이러한 물건을 낙찰받을 시 아파트 감정가보다도 돌려줘야할 보증금 액수가 큰 것이다.
앞서 재성햇살채는 지난해 2월 4710만4000원에 낙찰자가 나타났지만 매각대금을 납부하지 않아 재매각이 진행 중인 상태다. 당시 응찰자가 이러한 권리관계 분석없이 응찰했다가 매수를 포기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7월부터 경매가 진행된 전북 익산시 신일맨션 전용 77㎡ 또한 감정가 4900만원에서 10차례 유찰돼 최저입찰가가 197만8000원까지 하락했다. 신일맨션 또한 전세보증금 5000만원의 선순위 임차권이 설정돼 있다. 지난 8월 있었던 10번째 매각기일에 200만원에 응찰해 낙찰받은 수요자가 있었지만 매각대금을 납부하지 않아 다음달 재매각이 진행된다.
이처럼 선순위 임차권 금액이 감정가보다 높아 유찰이 거듭되는 사례는 낙찰 가능성이 희박해 세입자가 직접 낙찰받는 경우가 많다. 전세금 미반환으로 인한 지방 아파트 경매 외에도 인천 미추홀구, 서울 강서·관악·금천·구로구 등 전세사기 및 사고 피해가 잇따랐던 지역의 빌라, 오피스텔 경매에서도 빈번한 양상이다. 실제로 올해 1~7월 수도권 일대에서 세입자가 직접 거주 주택을 낙찰받은 건수는 174건으로 전년 동기(88건) 대비 98% 증가했다.
이주현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사천 아파트 사례도 매각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보면 되는 물건”이라며 “전국적으로 수원 전세사기를 비롯해 깡통전세 문제가 계속되고 있기 때문에 이와 비슷한 물건들은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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