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계 ESG 경영 속도
19일 서대문구 연희동 '빵 만드는 사람들' 사무실에서 DL이앤씨 직원들이 빵을 만드는 모습. [고은결 기자] |
[헤럴드경제=고은결 기자] “빵은 하나하나 모양을 잡고 만드는 데 시간이 많이 걸려요. 태도가 중요합니다. 최선을 다하고 따뜻한 마음까지 담아주면 더 좋겠습니다.”(김정순 빵을 만드는 사람들 대표)
지난 19일 오전 찾은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의 한 건물 안. 마치 제빵 학원 같은 분위기의 이곳은 봉사단체 ‘빵 만드는 사람들’(빵만사)의 사무실이다. 사무실 내 책상에 모여 앉은 한무리의 젊은이들은 김정순 빵만사 대표로부터 발효 식빵 만들기에 대한 설명을 들으며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이들은 건설사 DL이앤씨의 직원들이다. 이 회사는 지난 2014년부터 매달 이곳을 찾아 식빵을 만드는 봉사활동을 해왔다. 봉사를 신청한 팀은 임원 혹은 부장부터 대리, 신입사원에 이르기까지 자발적으로 활동에 참여한다. 참여하는 직원들은 이날 반나절은 근무 대신 봉사활동 공간에서 동료들과 밀가루 반죽부터 재료 넣기, 식빵 굽기, 포장 등 빵을 만드는 전 과정을 진행한다.
DL이앤씨 직원들이 김정순 빵 만드는 사람들 대표로부터 설명을 들으며 빵을 만드는 모습. [DL이앤씨] |
이번 봉사엔 DL이앤씨 플랜트견적기술팀의 사원부터 차장까지 총 6명이 참여했다. 팀 대표로 신청한 윤연탁 차장은 “회사생활을 하며 따로 봉사활동할 일이 많지 않은데, 이런 기회에 팀 내 다양한 파트의 직원들과 함께 좋은 기회를 가지게 됐다”고 말했다. 이 빵은 소화가 어렵지 않게 밀가루 비율을 줄이고 옥수숫가루를 듬뿍 넣어 반죽을 만든 게 특징이다. 여기에 당에 절여 부드러워진 강낭콩을 넣어 발효하면 부드러운 단 맛을 지닌 ‘만나 식빵’이 완성된다.
사무실 내 제빵실로 자리를 옮긴 이들은 먼저 위생 모자를 쓰고 앞치마를 두른 뒤, 각각 한 덩어리의 밀가루 반죽을 받아 들고 본격적인 식빵 만들기에 돌입했다. 기자도 이들과 함께 빵을 만들었는데, 반죽을 제대로 성형(반죽의 가스를 빼고 빵의 모양을 만드는 단계)하는 것은 만만치 않은 일이었다. 부드러운 반죽 촉감에 빠져 여러번 치대면 금세 기포가 생겼고, 반죽이 너무 질어지지 않게 밀가루를 바르다 보면 결이 거칠어졌다.
DL이앤씨 직원들이 식빵 만들기 봉사 활동을 하고 있는 모습. [고은결 기자] |
여기에 반죽을 접어 식빵 모양을 잡을 땐 접는 면이 일직선이 되게 해야 하고, 안쪽에 회오리 모양이 제대로 잡히도록 반죽을 꼼꼼히 말아야 한다. 신경 쓸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보니 직원들은 “생각보다 어렵다”고 입을 모았지만 즐거운 표정이었다. 올해 입사한 윤희주 사원은 “간단할 줄 알았는데 직접 하니 쉽지 않았다”며 “그래도 예쁘게 만들어지니 뿌듯했다”고 전했다. 성형을 마친 반죽은 틀에 넣어 발효하면 먹음직스러운 식빵으로 완성된다. 이렇게 정성스럽게 만들어진 식빵 140개는 직접 포장까지 한 뒤 거리 노숙인 등 소외된 이웃에게 전달됐다.
발효를 거쳐 완성된 식빵의 모습. [DL이앤씨] |
DL이앤씨는 빵 만들기를 비롯해 시각 장애인을 위한 점자도서 제작 지원, 해비타트 집 고치기, 탄소발자국 감축 등 임직원들이 직접 참여하는 사회공헌활동을 진행 중이다. 이는 건설업계에서 필수가 된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의 일환이다. 건설사들은 ESG 경영의 중요성이 부각되며 친환경·에너지 관련 사업 확장뿐만 아니라 협력사부터 지역사회, 사회적 취약계층을 위한 다양한 활동으로 ESG 경영 내재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주거시설 등 사람들의 생활공간을 조성하고, 이에 기반이 되는 시설물을 공급하는 특성상, ESG에서 다뤄지는 이슈들의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안전 등에 대한 이슈로 사회적 책임에 대한 요구 수준은 갈수록 높아지며, 사회공헌 활동 등을 통한 ‘선한 기업 문화’가 건설사의 경쟁력에 미치는 영향도 늘어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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