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비 부담에, 커뮤니티 유지비 놓고 갈등도
헬스장.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 관련 없음. [헤럴드 DB] |
[헤럴드경제=고은결 기자] #서울의 한 아파트 입주자모임에선 최근 공동 이용료가 오르자 불만이 잇따르고 있다. 이 단지는 모든 가구에 운영료를 공동 부과하고, 모든 입주민이 시설을 이용할 수 있는 공용 방식으로 커뮤니티 시설을 운영 중인데, 이용하지 않는 가구 사이에서 유지비에 대한 관리 비용을 문제 삼은 것이다. 일부 가구들은 “우리 집은 헬스·사우나 등 시설을 전혀 이용하지 않으니 이용할 때마다 요금을 납부하는 방식으로 바꾸자”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이런 방식으로 바꾸면 이용요금이 오르고, 시설물 운영 유지가 어려울 것이란 견해도 나온다.
아파트 관리비가 오르며 관련 분쟁, 불만이 계속되고 있다. 관리비 부담이 늘다보니 주민공용시설의 이용료 부과를 놓고 단지 내에서 갈등을 빚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29일 공동주택관리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9월 전국 공동주택 평균 관리비는 ㎡당 2722원이었다. 9월 관리비는 오는 11월 말까지 공개기한으로, 현재까지 입력된 단지 기준이다. 이는 전년 동기(2399원/㎡) 대비 323원, 1년새 무려 약 13.5% 오른 수준이다. 지난달 서울의 평균 관리비는 ㎡당 3052원으로 전국에서 가장 높았으며, 1년 전(2671원/㎡)과 비교하면 381원, 약 14.3% 올랐다. 서울의 뒤를 이어 세종(2957원), 경기(2909원), 인천(2850원), 강원(2769원) 등 순으로 높았다.
이 같은 관리비 상승은 다양한 요인에 기인한다. 관리비의 항목별 상승폭은 전국 기준 개별사용료(989원→1249원·260원)가 가장 컸지만, 공용관리비(1188원→1234원·46원)와 장기수선충당금 부과액(222원→239원·17원)도 모두 올랐다. 관리비는 공용관리비(청소비, 경비비, 일반 관리비 등), 개별사용료(전기·난방비, 정화조 오물 수수료, 생활 폐기물 수수료, 입주자 대표 회의 운영비 등), 장기수선충당금 부과액의 합계금액이다. 에너지 요금 및 인건비 등이 오르면서 관리비는 계속 오를 수밖에 없는 셈이다.
서울 시내 한 30평대 아파트 우편함에 관리비 고지서가 꽂혀 있다. [연합] |
구축 단지의 경우 단열재 등 설비와 환기 방식, 노후화 등으로 난방비가 더 나오기도 한다. 노후 아파트는 수선 유지비나 장기수선충당금 등도 많이 쓰여 관련 비용이 더 나갈 수 있다. 또 가구 수가 적을 수록 비용 부담이 크고, 복도식일 경우 계단식 대비 청소 등 수선 유지비가 더 나간다.
반면 신축 단지는 다양한 커뮤니티 시설의 유지하기 위한 공동 시설 사용료도 부과한다. 최근 짓는 아파트들은 최신식 커뮤니티 시설이 곧 단지의 경쟁력으로 연결된다는 인식에 수영장, 골프장 등 다양한 시설이 추가되고 있지만 관리비 부담도 늘고 있다. 이에 커뮤니티시설에 대한 운영을 놓고 각을 세우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운영경비를 관리비로만 부과하는 방안, 시설 이용자에게 사용료로 부과하는 방안에 대한 선호가 다른 것이다. 일부는 관리비로 부과하되 일부는 시설 이용자에게 사용료로 부과하는 절충안도 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시설을 아예 이용하지 않는 입주민 입장에선 공동관리비에 대한 불만이 계속되고 있다. 그러나 고급 커뮤니티가 단지 가치 상승에 기여하는 만큼 억울할 것이 없단 의견도 맞선다. 한 정비사업 관계자는 “요즘 대단지 신축은 골프장 등은 기본이고, 거주 품질 측면에서 커뮤니티는 단지 가치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이용자만 요금을 내면 운영 적자로 결국 시설이 폐쇄돼, 모두에게 좋지 않다는 견해도 나온다. 실제로 인천시 영종도 한 아파트는 수영장이 있는 단지라고 홍보했지만, 수질 등 관리비 문제에 결국 운영을 중단하기도 했다.
다만 아파트 관리비는 입주자대표회의에서 정하는 것으로, 반대하는 입주민이 많으면 재논의가 가능하다. 공동주택관리법 시행령 제14조 제2항에 따르면 공용시설물 이용료 부과기준 등은 입주자대표회에서 구성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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