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른 B사 남원주역세권지구에서 295억원 계약금 날려
시행사들 “내년 더 큰 위기 찾아올 것”
LH 공급 택지 전경. 기사와 무관. |
[헤럴드경제=서영상 기자] 시행사들이 공공택지를 분양받아 중도금 또는 잔금을 내지 못해 한국토지주택공사에(LH) 몰취 된 계약금이 올해만 약 841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20년부터 2022년까지 3년간 돌려받지 못한 계약금인 40억원 수준인 것과 비교했을 때 20배 이상 크게 늘어난 수준이다. 부동산 시장이 활황이던 2~3년 전 경쟁입찰 방식으로 비싼 가격에 매입한 토지들이 최근 공사비와 금리가 오르며 사업성이 떨어지자 결국 시행사들이 땅을 포기하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사례는 이제 시작에 불과하며, 벼랑 끝에 몰린 시행사들이 부지기수라는 게 업계의 분위기다.
3일 업계에 따르면 대형 시행사 A사는 2020년 12월 LH로부터 매입한 수원 고등지구 토지 잔금을 내지 못해 지난 6월 계약금 250억여원을 몰취 당한 것으로 뒤늦게 밝혀졌다. 3년 전 약 2500억원에 분양 받은 준주거용지로 계약금 250억원, 중도금 560억원을 3번에 나눠서 지급했지만 지난해 12월부터 마지막 잔금을 지급하지 못한 것이다.
결국 A사와 LH는 올해 6월 계약을 해제했고 A사는 계약금을 뺀 1680억여원을 돌려받았다.
이 회사 관계자는 “당시 공급계약서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면서 “돌려받지 못한 계약금에 대해 LH를 상대로 이의를 제기하고, 소송을 준비중에 있다”고 답했다.
해당 땅은 2020년 말 경쟁입찰 방식으로 매각됐는데, 당시 공급예정가격은 878억원 수준이었다. 부동산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을 때였던 만큼 경쟁입찰을 통해 공급예정가의 3배 수준에 이르는 가격으로 땅이 매각된 것이다.
땅은 A사와 계약이 해제된 후 올해 8월 924억원의 예정가격으로 재차 매각공고가 나왔지만 최근 유찰됐다. 3년전 2500억원에 팔렸던 땅이 924억원에도 아무도 사지 않은 것을 두고 시행업계에서는 “당시만 해도 예정가격의 3~4배에 땅을 사고서도 좋아했지만 지금으로서는 땅을 치고 후회할 가격”이라고 표현했다.
업계 관계자는 “잔금을 낼 돈이 없으면 결국 시행사가 먼저 계약해제를 요구할 수 밖에 없다”면서 “다른 사업지들에서도 급전이 필요한 만큼 이미 지급한 1680억여원의 중도금이 필요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 인근을 제외하고는 사업이 시작 조차 안 되다 보니 금융비용만 날리며 기다리기 보다는 계약금을 포기하는게 낫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A사는 이외에도 이마트 부천 중동점을 초고층 주상복합으로 개발하려고 3811억원에 매입했지만 잔금을 지급하지 못하면서 최근 계약이 해지된 바 있다.
공공택지를 분양받아 잔금을 지급하지 못하고 계약이 해제된 시행사는 A사 뿐만이 아니다. 또 다른 시행사 B사도 지난 7월 토지대금을 내지 못해 계약금 152억1000만원, 약143억7000만원을 LH에 몰취 당한 것으로 확인됐다. 남원주역세권지구에 위치한 공동주택용지인 이 땅은 지난해 6월 1521억원, 1437억원에 B사에 낙찰됐다. 계약이 해제되며 토지대금의 20%인 계약금이 전부 몰취 됐었지만 나중 시행사가 해약금은 총 토지대금의 10%에 불과하다며 이의를 제기해 절반은 돌려받았다.
업계에서는 시행사들의 위기는 이제 시작이라는 지적한다. 올해 6월 기준 시행사들이 LH가 공급한 공동주택용지를 분양받고 대금을 연체한 금액은 총 1조1336억원에 이른다. 총 46개 사업장으로, 이 사업장들이 앞으로 내야 할 금액만 2조9028억원이다. 당시 연체금액은 지난해 같은 달(1894억원)과 비교하면 5.98배에 이른다.
통상 6월과 12월에 중도금·잔금 일자가 돌아온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올해 12월에도 재차 큰 위기가 찾아올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 시행사 대표는 “올 초까지만 해도 만나서 대책을 논의했던 시행사 대표들이 최근 만남 자체를 거부한다”면서 “다들 돌파구를 찾을 수 없어 답답할 지경”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늘어나는 금융비용을 감당 못하는 시행사들이 내년에는 더 큰 위기가 찾아올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san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