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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합 껍데기 다닥다닥, 이게 뭐지?” 깊은 바다서 쓰레기 건져 보니 [지구, 뭐래?]
지난달 30일 강원 양양군 인구 해변에서 약 1㎞ 떨어진 바다에서 수거한 해양 침적 쓰레기. 주소현 기자

[헤럴드경제=주소현 기자] “그래프가 올라가는 거 보이시죠, 수심 18m 지점에 쓰레기가 있다는 뜻입니다”

지난달 30일 강원 양양군 인구 해변에서 1㎞ 남짓 떨어진 바다. 어장이라는 걸 나타내는 부표가 떠 다니고 고기잡이 배가 간혹 지나가는 이곳에 5t 규모의 크레인을 얹은 선박이 한동안 머물러 있었다. 바다 깊은 곳에 가라앉아 있는 쓰레기를 건져내는 작업을 하는 해양 침적 쓰레기 수거선이다.

겉보기에는 깨끗해 보이는 바다라고 해도 해저 바닥을 긁어보면 쓰레기가 다량 나올 수 있다. 해양쓰레기 중 부유 쓰레기보다 침적 쓰레기가 적게는 두 배에서 많게는 다섯 배 이상 많기 때문이다.

지난달 30일 강원 양양군 인구 해변에서 약 1㎞ 떨어진 바다에서 해양 침적 쓰레기를 수거하고 있다. 주소현 기자

바닷속 쓰레기의 대부분은 로프나 그물, 통발 등 폐어구다. 태풍 등으로 유실된 어구들이 그대로 가라앉거나, 더 이상 조업하지 않는 어장에 버려지면서 쓰레기가 됐다. 폐어구로 인한 수산자원의 피해만 약 41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폐어구들은 플라스틱 소재로 된 경우가 많아 바닷속에서 오랜 시간 잠겨 있어도 썩어 없어지지 않는다. 대신 파도나 햇빛의 영향으로 잘게 부서지면서 미세플라스틱이 배출된다. 해양생태계를 파괴하고, 이를 먹은 해양 생물은 결국 식탁에 다시 오르게 된다.

폐그물이나 통발 등이 수산생물의 서식지 등에 가라앉아 해양 생물이 갇혀 빠져나오지 못하는 이른바 ‘유령 어업’도 문제다. 어장 환경 오염으로 수산자원 및 해양 생태계를 파괴할 뿐 아니라 선박의 프로펠러, 엔진 등에 부착되거나 얽혀 안전사고의 위험도 크다.

지난달 30일 강원 양양군 인구 해변에서 약 1㎞ 떨어진 바다에서 운항 중인 수거선의 어탐기에 해양 침적 쓰레기가 나타나고 있다. 주소현 기자

해양 침적 쓰레기 수거는 쓰레기가 어디에 있는지 찾아내는 데서 시작된다. 망망대해에서 쓰레기를 찾아내기가 서울서 김 서방 찾기처럼 느껴질 수 있으나 어렵지 않다. 침적 쓰레기가 있을 가능성이 높은 해역들 있어서다. 과거에 어장이었으나 현재는 조업하지 않는 곳을 우선 순위로 두고 어민들을 대상으로 탐문도 벌인다.

범위를 좁힌 뒤에는 수거선이 해당 수역으로 직접 가 어탐기와 레이다 등을 통해 실제 쓰레기가 있는지 확인한 뒤 쓰레기를 긁어내는 인양틀을 내린다. 동해안은 남해나 서해보다 수심이 깊은 데다 암반 지형이 많아 쓰레기를 건져올리기 까다로운 편이다. 갈고리 모양으로 된 암반용과 갈퀴 모양으로 된 저질용 인양틀을 번갈아 사용한다.

지난달 30일 강원 양양군 인구 해변에서 약 1㎞ 떨어진 바다에서 해양 침적 쓰레기를 수거하기 위해 갈퀴 모양의 저질용 인양틀을 내리고 있다. 주소현 기자

인양틀을 내린 뒤 1~2노트(시간 당 1해리를 움직이는 빠르기) 안팎으로 수거선을 운항한다. 속도가 10분의 1 수준으로 떨어지면 인양틀에 쓰레기가 걸린 것으로 보고 선박 위로 감아올린다. 수거선장인 천준철 씨는 “해양 침적 쓰레기를 찾아서 인양틀에 거는 과정이 어렵다”며 “걸리기만 하면 한시간에 몇t씩 나오는 경우도 많다”고 했다.

해양 침적 쓰레기를 건져보니 선박 위로 홍합이나 따개비가 다닥다닥 달라붙은 덩어리가 올라왔다. 로프 등 어구 오랜 시간 바닷속에 잠겨 어패류가 달라붙은 것이다. 군데군데 부서지고 누렇게 색이 바랜 스티로폼 재질의 부표들도 달려 올라왔다. 10~20년 전 가라앉은 어구들로 추정된다.

이날 30분 동안 건져 올린 해양 침적 쓰레기만 0.5t 가량 됐다. 양양 앞 바다에서 지난달 23일부터 이달 3일까지 총 34t의 해양 침적 쓰레기가 수거됐다. 수거업체 대표 박창홍 씨는 “수거 작업을 지속하다 보니 해양 침적 쓰레기가 줄어든 것을 실감한다”고 했다.

지난달 30일 강원 양양군 인구 해변에서 약 1㎞ 떨어진 바다에서 해양 침적 쓰레기를 인양하고 있다. 주소현 기자

해양 침적 쓰레기에 정부가 대응하면서 편차가 있지만 수거량은 줄어드는 추세다. 해양정보포털에 따르면 해양 침적 쓰레기 수거량은 2011년 2만1274t에서 2018년 4만1502t까지 늘었으나 2020년에는 1만8217t으로 줄어들었다.

폐어구 등 어업 쓰레기는 사용자가 철거하는 게 원칙이나 해양 오염에 대한 경각심이 크지 않던 과거에는 잘 지켜지지 않았다고 한다. 주인을 잃은 침적 쓰레기의 90% 가량은 정부에서 치우고 있다. 해양수산부에서 한국수산자원공단, 한국어촌어항공단, 해양환경공단 등에 위탁하거나 지방자치단체들이 각각 수거하는 실정이다.

지난달 30일 강원 양양군 인구 해변에서 약 1㎞ 떨어진 바다의 수거선에 해양 침적 쓰레기들이 쌓여 있다. 주소현 기자

한국어촌어항공단은 2009년부터 ‘연근해어장 생산성 개선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침적 쓰레기 수거해 왔다. 2021년부터는 세계자연기금(WWF)과 업무 협약을 맺고 해양 오염이 심각한 지역을 위주로 수거 사업을 함께 추진하고 있다. 올해는 양양군 연근해에서 진행 중이다.

전수원 WWF 한국본부 차장은 “수산자원의 회복과 지속가능한 바다를 보전하는 데 의의가 있다”며 “대부분 공공에서 이뤄지는 해양 침적 쓰레기 수거 사업에 민간 참여 사업을 활성화하는데 기여하고 대중 인식 제고에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address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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