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 앞.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 관련 없음. [연합]

[헤럴드경제=고은결 기자] 집주인에게 전세보증금을 제때 돌려받지 못한 세입자가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돌려달라고 청구한 액수가 올해만 3조5000억원, HUG가 세입자에게 대신 내어준 전세금은 2조7000억원을 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16일 HUG에 따르면 올해 1∼10월 전세보증금 반환 보증보험 사고액은 3조5565억원, 사고 건수는 1만5833건이다. 지금 같은 추세가 이어지면 올 한 해 사고액은 4조원을 훌쩍 넘어 지난해 연간 사고액(1조1726억원)의 4배 가까이 늘 것으로 예상된다.

전세금 반환 요청을 받은 HUG가 올해 들어 10월까지 세입자에게 내어준 돈은 2조7192억원에 달한다. 이는 상장기업인 호텔신라의 시가총액 보다도 큰 금액이다. HUG 대위변제액은 2018년 583억원이었는데 2019년 2837억원, 2020년 4415억원, 2021년 5041억원, 2022년 9241억원으로 급증했다. 전세보증 사고율은 올해 8월 6.0%에서 10월 9.6%로 올랐다.

반면 집주인에 대한 대위변제액 회수율은 점점 낮아지고 있다. 2019년만 해도 58%였던 회수율은 지난해 24%, 올해는 10%대로 떨어지며 HUG 재정건전성이 빠르게 나빠졌다. 이에 HUG의 올해 8월 기준 누적 순손실은 1조8761억원에 달한다.

문제는 HUG의 손실이 커져 자본금까지 줄면 전세 보증보험 가입 중단 사태가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HUG의 보증 한도는 전년도 자본금의 70배까지 보증할 수 있다. 지난해 말 자본금은 6조4362억원이다.

올해 발생한 대규모 순손실이 자본금을 갉아먹고, 보험업 국제회계 기준인 IFRS17 적용으로 회계상 자본금이 줄어들면 올해 말 기준 자본금은 1조746억원으로 급감할 것으로 추정된다. 회계 결산 공시를 하는 내년 3월 보증 배수는 70배를 한참 넘는 368배로 폭증할 수 있다. HUG의 자본 부족 추정액은 4조9900억원에 이른다.

이에 정부는 추가 출자를 통한 HUG 자본 확충을 추진 중이다. 우선 연내 3839억원의 출자가 이뤄진다. 내년 정부 예산안에는 7000억원의 현금 출자가 반영돼 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예산 심사 과정에서 출자 예산은 3000억원 증액돼 총 1조원으로 늘어난 상태다.

아울러 국회에는 HUG의 법정자본금을 현행 5조원에서 10조원 또는 12조원으로 늘리는 법안(국민의힘 김정재 의원·더불어민주당 최인호 의원 각각 대표발의)까지 발의됐다. 현재 70배인 보증 한도를 90배까지 상향하는 주택도시기금법 개정안(국민의힘 권영세 의원 대표발의)도 발의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