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봉구 창동주공 1단지 50㎡ 3년 4개월만에 4억원대 거래
매매 가격 대비 채권최고액 비율 도봉구가 서울에서 가장 높아
“호재에는 둔감 악재에는 민감”
서울 노원구의 한 아파트 단지 [연합] |
[헤럴드경제=서영상 기자] 경기침체 우려에 고금리 여파로 부동산 시장이 약세로 돌아선 가운데 서울 대표 외곽지역인 노도강(노원·도봉·강북) 아파트 가격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서울에서 가장 늦게 집값 회복세를 보였던 이들 지역이 가장 빠르게 내림세로 돌아선 것이다.
17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11월 둘째 주(13일 기준) 노원구와 강북구 아파트값은 0.01% 떨어지며 2주째 하락을 이어갔다. 지난주 서울에서 아파트 가격이 떨어진 것으로 집계된 곳은 구로구를 포함해 이들 세 지역이 전부다. 지난주까지만 해도 0.01% 상승세를 나타냈던 도봉구도 이번 주에는 보합으로 돌아섰다.
지난 7월 17일부터 14주간 상승세를 이어오던 강북구 아파트값은 지난달 23일 -0.01%를 기록하며 최근 서울에서 가장 빠르게 마이너스 변동률을 나타냈다. 지난 7월 10일까지 상승과 하락을 오가던 노원구 집값도 17주 만에 하락세로 돌아서 2주 연속 하락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도봉구 창동주공 1단지 전용면적 50㎡는 이달 13일 4억9500만원(3층)에 손바뀜됐다. 해당 아파트는 재작년 8월 7억5000만원에 최고가를 경신한 바 있다. 그 후 올해 7건의 거래가 전부 5억원대에 이뤄졌고 이달에 4억원대 거래가 이뤄진 것이다. 4억원대 거래는 2020년 7월 1층이 4억8000만원에 거래된 이후 3년 4개월만이다.
서울 강북구 미아동 SK북한산시티 아파트는 84㎡가 지난 7월에 7억원이 넘는 금액에 손바뀜되기도 했지만 10월에는 6억4000만원(21층) 등 6억원대 중반에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창동주공 인근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올해 초중반 강남 등 인기 지역이 오를 때도 이 근처는 급매 위주로만 팔리면서 반등의 기미를 느끼지 못했다”면서 “호재에는 둔감하고 악재에는 민감하게 작용한다. 심리적 마지노선인 5억원이라도 무너졌다”고 했다.
올해 서울 집값이 반등할 때 노·도·강 지역 집값 시세는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강남3구(서초·강남·송파구) 집값이 지난 4월부터 상승세로 돌아선 후 서울 집값 회복세를 이끌었고, 노도강 지역은 3개월 후인 지난 7월부터 온기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러나 최근 부동산 시장 분위기가 다시 가라앉기 시작하자 타 지역보다 먼저 집값이 떨어지는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서민들이 주로 사는 이들 지역은 강남3구 등 주요 지역에 비해 대출 의존도가 높은 지역이라 금리 상승이나 대출 규제 강화 등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고 지적한다.
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서울에서 지난 10월 소유권이전등기(매매) 신청 거래가액 대비 채권최고액 비율이 가장 높은 곳은 70.6%의 도봉구로 집계됐다. 뒤이어 금천구(65.61%), 강북구(62.04%), 중랑구(61.3%), 영등포구(61.24%), 노원구(60.57%) 등으로 이들 지역 모두 채권최고액 비율이 매매가의 60%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강남구 채권최고액 비율이 41.98%, 서초구와 송파구가 동일하게 44.58%인 것과 비교했을 때 외곽지역 아파트가 매매가격 대비 대출 비율이 높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는 것이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고금리와 경기침체 우려로 매수자들이 관망세로 돌아선 것이 이들 아파트 가격을 내리고 있다”면서 “다만 내년 입주물량이 크게 부족하고 분양원가가 꾸준히 상승하는 것이 아파트 가격에 어떻게 영향을 미칠지는 주목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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