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값, 부동산원 2.18%↓, KB 6.22% ↓
지난해 용산구, 4.95% 상승 vs 2.41% 하락
거래량 줄고, 조사방식 차이로 혼돈 여전
[헤럴드경제=박일한 선임기자] 한국부동산원이 집계하는 주택 시세 기준으로 올해(1~10월) 서울 송파구 아파트값은 3.73% 올랐다. 2022년부터 11개월 연속 하락하던 아파트값이 올 4월(0.05%) 반등해 10월까지 7개월 연속 뛴 결과다. 송파는 올해 내내 서울 아파트값 상승세를 이끄는 대표적인 지역으로 꼽혔다. 그런데 KB국민은행 기준으로는 이야기가 다르다. 하락하던 아파트값이 올 6월(0.88%) 상승하기 시작해 5개월 연속 올랐지만 상승폭이 크지 않았다. 올 1~10월 누적치로 여전히 –0.2% 변동률을 기록하고 있다. 부동산원 기준으로 4% 가까이 오른 송파구 아파트값이 KB국민은행 기준으론 아직 하락세다. 어떤 통계를 보느냐에 따라 송파구 아파트 시장은 완전히 다른 모습이다.
정부 공식 통계 기관인 부동산원과 민간업체인인 KB국민은행의 집값 통계 차이가 여전히 크게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원 기준으로 올 1~10월 서울 아파트값은 –2.18% 변동률을 기록했다. 같은 시기 KB국민은행 시세(KB시세)로는 –6.22% 하락폭을 보였다. 부동산원 기준으론 서울 아파트값 하락세가 거의 진정된 것처럼 보이지만 KB시세를 보면 여전히 뚜렷한 내리막 흐름이다.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안개 낀 서울 아파트 밀집지역 모습. [연합] |
두 기관의 올해 아파트값 변동률을 지역별로 비교하면 수도권에서 특히 차이가 크다.
올해 1~10월 경기도 아파트값 변동률은 부동산원 기준으론 –5.81%였는데, KB기준으론 –8.61%였다. 인천은 부동산원(-4.49%)과 KB시세(-9.50%) 변동률이 두 배 이상 차이가 났다.
서울, 경기, 인천을 합한 수도권 전체 기준으로 부동산원(-4.52%)과 KB시세(-8%)는 –3.48%포인트나 벌어졌다.
이와 달리 같은 시기 부산(부동산원 –7.94%, KB시세 –7.30%)이나 대구(부동산원 –7.94%, KB시세 –8.97%), 광주(부동산원 –5.22%, KB시세 –5.20%), 대전(부동산원 –5.02%, KB시세 –5.98%), 울산(부동산원 –5.40%, KB시세 –5.71%) 등은 거의 비슷한 모습을 보였다.
두 기관 격차는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지난해도 컸다. 2022년 한해 부동산원 기준 서울 아파트값은 7.7% 떨어졌다. 같은 시기 KB시세 기준으론 부동산원의 절반도 안되는 2.96%만 하락했다.
지역별로 어떤 통계는 주택값이 올랐는데, 어떤 통계는 내린 곳도 있다. 서울 용산구 아파트값은 부동산원 기준으론 4.95% 하락했는데, KB시세로는 2.41% 상승했다. 종로구도 부동산원(-7.43%)기준으로 크게 떨어졌는데 KB시세(1.02%)로는 오히려 올랐다. 어떤 통계를 활용하느냐에 따라 특정 지역 집값은 올랐다고도, 내렸다고도 판단할 수 있는 상황이다.
작년엔 이런 집값 통계 차이가 경기(부동산원 –10.13%, KB시세 –5.26%)나 인천(부동산원 –12.52%, KB시세 –6.12%) 등 수도권은 물론 전국적으로도 나타났다.
부산(부동산원 –6.60%, KB시세 –2.24%)이나 대구(부동산원 –12.38%, KB시세 –7.15%), 광주(부동산원 –4.07%, KB시세 1.61%), 대전(부동산원 –9.80%, KB시세 –6.65%), 울산(부동산원 –7.31%, KB시세 –2.34%) 등 거의 전 지역에서 많게는 3~4배나 다른 아파트값 통계치가 나왔다.
조사기관별로 아파트값 변동률 차이가 2~3배나 다른 현상은 결과적으로 문재인 정부(부동산원 25.79%, KB시세 62.19%)와 크게 다를 바 없다는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
서울 시내 한 부동산중개업소 모습. [연합] |
부동산원과 KB국민은행, 전문가들의 말을 종합하면 이런 차이는 주택 거래량이 크게 줄어든 상황에서 표본 단지, 실거래가 반영률, 경기 및 정부 정책에 대한 판단 등이 다른 경우 나타날 수밖에 없다.
부동산원은 전국 아파트 3만6000채를 표본으로 정해 조사한다. KB국민은행 표본은 그보다 훨씬 많은 아파트 6만2000여채나 된다. 부동산원 시세는 실거래가가 더 많이 반영되고, KB시세는 중개업소에 수시로 올라오는 매물 가격(집주인 호가) 변동에 더 민감하다.
통계 집계 방식도 부동산원은 성장률이나 투자수익률 등을 작성할 때 적합한 것으로 알려진 ‘제본스지수’(개별 주택값의 ‘곱셈의 평균’ 변화율)를 활용하지만, KB국민은행은 ‘칼리지수’(개별 주택값의 ‘덧셈의 평균’ 변화율)로 계산한다.
이렇게 다른 시세 작성 환경에서 거래량이 급감하면, 두 기관이 내놓은 통계치는 차이가 커질 가능성이 커진다. 많지 않은 거래인데 인기 우량 단지에 거래량이 집중된다면 집값이 많이 오른 것처럼 보일 수 있다. ‘양극화’, ‘쏠림현상’이 심화하면 이를 반영하는 정도에 따라 전체 시세 결과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이야기다.
집값 반등세가 강했던 올해는 특히 실거래가 반영률이 높다면 집값 하락세는 진정된 것처럼 보일 수밖에 없다. 전국에서 실거래 신고된 모든 아파트를 대상으로 부동산원이 조사한 실거래가지수 자료에 따르면 올해 1~9월(계약일 기준) 서울 아파트 실거래가는 13.4% 올랐다. 실거래가 반영률이 높은 부동산원 아파트값 흐름이 KB시세보다 안정된 것으로 나타난 건 이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거래량이 급감한 요즘 실거래가로 시세를 판단하는 것도 한계가 뚜렷하다고 조언한다. 서울의 경우 한 달 아파트 실거래 건수가 1000건도 못미치는 경우가 수시로 발생하는데, 이걸 토대로 150만채나 되는 전체 서울 아파트 시세를 예측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것이다.
표본이 달라 생기는 ‘표본 오차’ 외에 작은 규모의 거래량과 매물 움직임으로 주변 주택가격을 평가하면서 발생하는 ‘측정오차’도 통계 차이를 발생시킨다. 부동산원은 특정지역 집값을 평가할 때 해당지역에 변화가 없다면 주변지역 실거래가, 매물수 동향 등 여러 변수를 고려한다.
박민규 고려대학교 통계학과 교수는 “부동산원이 작성하는 아파트 시세는 KB시세처럼 시장에 나온 매물가격 동향이 아니라, 해당 주택에 대한 ‘평가 금액’의 흐름이라고 봐야 한다”며 “부동산원과 KB국민은행 등 통계 작성 기관별 시세 통계의 특징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요즘처럼 거래량이 적고 양극화가 심한 시장에선 객관적 집값 통계를 작성하는 게 특히 더 어려울 수밖에 없다”면서 “정부는 물론 개개인들도 각각 집값 통계의 특성을 이해하고, 통계 활용 목적에 따라 적절히 활용할 수 있도록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
jumpcut@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