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모양 풍력발전기 '윈드트리'로 생산한 전기를 이용해 전기차 충전기를 사용하는 모습 [봄에너지 제공] |
[헤럴드경제=주소현 기자] “이 나무는 가짜인가?”
색이 바랜 나뭇가지들 사이로 쨍한 연둣빛 잎과 흰 줄기를 뽐내는 나무. 광합성 대신 전기를 만드는 소형 발전기다. 나뭇잎은 바람에 흔들려 풍력 발전을, 꽃잎에 붙은 패널로는 태양광 발전을 한다.
이 나무 모양 발전기가 국내에도 상륙했다. 기존의 풍력 및 태양광 발전기와 달리 미관을 해치지 않고, 자연을 훼손하지 않은 채 도심 곳곳에 심을 수 있어 보급이 기대된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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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발전기 이름은 윈드부시(Windbush·바람덤불) 하이브리드. 프랑스의 재생에너지회사 뉴월드윈드(NWW)가 2017년 처음 개발했다. 현재 64개국에서 판매 중이며 국내에서는 2021년부터 봄에너지가 독점 공급하고 있다.
바람이 불면 나뭇잎이 좌우로 흔들리면서 풍력 발전을 한다. 꽃잎의 상단에도 태양광 패널을 부착해 동시에 태양광과 풍력 발전이 가능한 구조다. 무게는 960㎏, 나뭇잎 12개와 태양꽃잎 16개로 구성돼 발전 용량은 총 4.2㎾다.
발전 용량은 나뭇잎 하나 당 300W, 꽃잎 하나당 36W로, 이를 연간 전력 생산량으로 환산하면 각각 1000㎾h, 360㎾h 정도다. 월 평균 4인가구의 전력 생산량이 300~350㎾h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 윈드부시 하이브리드 하나로 서너 가구가 1년 간 사용할 전기를 생산할 수 있는 셈이다.
조금 더 큰 윈드트리(Windtree·바람나무)도 있다. 나뭇잎 갯수가 12개에서 36개로 3배로 늘렸다. 대표 모델은 윈드부시와 윈드트리 두 가지가 있으나 나뭇잎과 꽃잎의 갯수를 마음대로 조합할 수 있는 조립식(모듈러)도 있다. 나뭇잎의 색도 초록색, 파란색, 노란색 중 한 가지, 나무가지의 색도 흰색, 검은색, 회색 중 한 가지 선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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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재생에너지 발전에 지적됐던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미관을 해치지 않는 디자인인 데다 무게가 0.9~2.5t 수준으로 비교적 가볍다.
넓은 부지가 필요하지 않아 도심 곳곳에 설치할 수 있다. 그동안 태양광 및 풍력 발전단지는 대규모 단지로 들어서며 산이나 바다 등의 자연을 훼손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가정이나 건물 단위로 재생에너지로 생산한 전기를 자급자족할 수 있는 선택지가 하나 더 생기는 셈이다.
가장 큰 장벽은 가격이다. 윈드트리와 윈드부시 하이브리드의 가격은 각각 한화로 7000만원대, 3000만원대다. 설치 등에 따른 부대 비용은 별도다. 봄에너지 관계자는 “풍력 발전(1일 4시간)과 태양광 발전 시간을 종합하면 다른 발전기들에도 경쟁력이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현재는 공공기관 위주로 나무 모양 발전기가 도입되고 있다. 연내 국내 발전 공기업 및 지방자치단체 2곳에서 윈드부시 2기, 윈드트리 1기가 설치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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