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서울 마포구의 한 대형 영화관 무인발권기 옆에 영화 전단지 선반이 마련돼 있다. 주소현 기자 |
[헤럴드경제=주소현 기자] 28일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한 대형 영화관. 3개 상영관에서 영화가 연달아 시작되는 시간. 약 60명의 관객들은 발권기에서 티켓을 뽑거나 팝콘이나 콜라 등 간식을 사서 매표소를 떠났다.
발권기 바로 옆 벽면에는 영화 포스터가 인쇄된 전단지가 마련돼 있었지만 한 장씩 집어가기는커녕 눈길조차 받지 못했다. 이 영화관의 사정은 그나마 나았다. 인근의 대형 영화관 2곳에서 전단지는 진열대에서 아예 자취를 감췄다.
한 때는 개봉 영화 소식을 알기 위한 유일한 수단이었던 전단지. 영화관을 찾는 관객들이 줄고, 스마트폰 등으로 영화 정보를 찾아볼 수 있게 되면서 전단지는 일부 팬들만 챙기는 기념품으로 전락했다. 수백, 수천 장씩 인쇄해도 찾는 관객이 극소수다 보니 고스란히 쓰레기 신세가 된다.
자원재활용법에 따라 영화 전단지를 비치하지 않는다는 안내가 걸려있다. [X(옛 트위터)] |
최근에는 대형 영화관들이 전단지를 일회용품 규제 대상으로 오해하면서 전단지를 전부 없애거나 교체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지난 26일께 X(옛 트위터)에는 “환경부 지침에 의해 메가박스 내 전단지 게첨을 종료한다”는 안내가 담긴 사진이 올라왔다.
메가박스 관계자는 “23일로 계도 기간이 끝나니 코팅돼 있는 전단지를 아무나 가져갈 수 있게끔 적재해두지 말라는 내용을 전달 받았다”며 “일회용품의 기준이 무엇인지,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몰라 전단지를 전부 뺐다”고 설명했다.
자원재활용법 일회용품 관련 지침에서는 카페나 식당 등 식품접객업소, 영화관 및 공연시설 운영업에서 ‘일회용 광고선전물’을 무상으로 제공하는 것을 2017년 3월부터 금지하고 있다. 여기서 가리키는 일회용 광고선전물은 종이에 합성수지(비닐 등)을 분사해 종이 표면에 막을 형성하거나 필름 등을 붙인 경우다.
서울 마포구의 대형 영화관들에 전단지 선반이 비어있다. 주소현 기자 |
문제는 영화관에서 통상 사용하는 전단지가 자원재활용법에서 금지하는 일회용 전단지와 다르다는 점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일회용 전단지 규제는 6년 전부터 시행되고 있고, 영화관에서 나눠주는 전단지는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며 “규제하는 일회용 전단지는 얇은 막이 씌워져 종이로 재활용할 수 없는 재질”이라고 설명했다.
오해가 생긴 건 최근 서울시에서 영화관 등에 자원재활용법에 따른 업종별 준수 사항을 잘 지켜 달라고 안내하면서다. 일회용 컵이나 빨대 등의 계도 기한이 끝나는 시점에 일회용 전단지도 규제 대상에 포함되는 걸로 받아들인 셈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공무원들도 전단지 재질은 구분하기가 살짝 힘들다. 영화관 전단지도 표면이 매끄러워 규제 대상인지 문의했으나 아니었다”며 “규제 대상이 아니라 규제를 하지 못하는 건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이같은 혼란은 결국 복잡한 업종이나 규모, 품목별로 세세하게 나눠져 있는 일회용품 규제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정음 서울환경연합 자원순환팀장은 “단순히 영화 전단지를 규제 대상에 포함해야 하느냐의 문제를 떠나 일회용품 규제 자체가 명확하지 않아 소비자뿐 아니라 사업주들에게도 혼란을 주고 있다”며 “통일된 일회용품 규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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