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거주 의무 폐지법·다주택자 취득세 완화법 오리무중
30일 국회에서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가 열리고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신혜원 기자] 재건축초과이익환수 완화법(재초환법), 1기 신도시 특별법의 연내 국회 통과가 유력해지며 주택시장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쏠린다. 재초환법이 시행될 경우 부담금 부과 대상 단지가 40% 줄어들어 부담이 크게 줄어들 것이란 전망이 나오지만, 1기 신도시 특별법은 단지별 용적률 완화, 공공기여 방식, 개발 순서 등 변수가 많아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란 분석이 제기된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국회에서는 재건축·재개발 입법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실거주 의무 폐지법, 다주택자 취득세 완화법 등 부동산 규제완화 법안 다수가 여전히 계류 중이다. 최근 시장의 냉각 분위기가 심상치 않은 상황에서 이처럼 총선 눈치보기식의 부분적인 규제 완화가 이뤄질 경우, 시장의 침체를 더욱 가속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지금은 보다 과감하고 선제적으로 규제 완화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전날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에 관한 법률’(재초환법) 개정안, ‘노후계획도시 정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1기 신도시 특별법) 제정안이 통과됐다. 이후 입법절차들을 거쳐 다음달 국회를 통과할 것이란 관측이다.
국토부 추산 결과, 재초환법 개정안이 적용되면 부담금 부과 대상 재건축 단지가 111곳에서 67곳으로 40% 줄어든다. 평균 부과 금액(예정액 기준·장기보유 미적용)은 8800만원에서 4800만원으로 감소한다. 재건축 초과이익 기준을 기존 3000만원에서 8000만원으로 높이고, 부과 구간은 2000만원에서 5000만원으로 올린 영향이다.
서울은 부과 단지가 40곳에서 33곳으로, 평균 부과액이 2억1300만원에서 1억4500만원으로 32% 줄어든다. 인천·경기 내 부과 단지는 27곳에서 15곳으로 줄고, 평균 부과액은 7700만원에서 3200만원으로 58% 축소된다. 지방은 부과 단지가 44곳에서 19곳으로, 평균 부과액은 2500만원에서 640만원으로 줄어든다.
지난 2006년 도입 이후 재건축 사업의 대못으로 꼽히던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가 17년 만에 완화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부담금 우려가 크던 재건축 단지들은 숨통이 트이게 됐다는 평가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비사업 활성화를 통한 주택공급의 확대라는 정책방향에 부합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며 “제도 도입 당시와 비교해 상황여건이 바뀌었으므로, 재초환은 폐지까지도 검토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말했다.
다만 재초환법 시행을 통해 재건축 사업이 탄력받기는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다. 이 연구위원은 “이전까지는 서울 및 수도권 정비사업의 관건은 인허가였지만 지금은 각 사업지 조합원들의 추가분담금 여력”이라며 “재초환이 감면되더라도 추가분담금에 재초환이 더해지는 것이므로 이번 조정만으로는 재건축 사업이 탄력받기 쉽지 않다”고 했다.
7일 경기도 고양시 일산 신도시 일대의 모습. [연합] |
재초환법과 함께 국회 통과가 확실시되는 1기 신도시 특별법은 시행 시 분당·일산·중동·평촌·산본 등 1기 신도시를 비롯해 서울 상계·중계·목동·개포 등 노후계획도시에 적용된다. 전국 51곳, 103만가구가 대상이다. ‘종 상향’을 통해 용적률을 최대 500%까지 높이고, 안전진단 규제를 완화하는 것이 법안의 핵심이다.
1기 신도시 재정비에 속도를 낼 수 있는 밑바탕이 마련됐지만 단기적으로 볼 때 주택시장에 큰 영향은 없을 것이란 분석이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12층~15층 중층 단지들이 포함된 지역들은 일부 사업성 개선을 기대해 볼 수 있다”면서도 “특별법 제정만으로 단기 주택 가격 상승을 기대하기는 제한적이다. 각 도시에 맞는 주거지 기능과 광역교통, 기반시설과 연계한 특례 적용기준의 차이가 생길 수밖에 없어 롤모델 역할을 할 선도지구의 추진 움직임을 눈여겨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여러 신도시 규모의 대량 정비사업이 진행되는 만큼 향후 이주·멸실로 인한 임대차시장의 불안을 방지할 목적에서도 개별단지의 정비사업 진행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렇듯 재초환법·1기 신도시 특별법 등은 연내 입법을 목표로 탄력이 붙었지만 실거주 의무 폐지 내용이 담긴 주택법 개정안, 다주택자 취득세 중과를 완화하는 지방세법 개정안 등은 여전히 각 상임위원회에 묶여있다.
수요자들 입장에서 처리가 급한 건 실거주 의무 폐지법이다. 정부의 1·3 대책에 따라 실거주 의무와 ‘패키지’ 규제인 분양권 전매제한은 4월부터 주택법 시행령 개정으로 완화됐지만 실거주 의무 폐지법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국토부에 따르면 지난 4월 기준 실거주 의무를 적용받는 단지는 총 66개 단지, 4만3786가구에 달한다.
전날 국토법안소위에서도 논의되긴 했지만 ‘갭투자를 부추길 수 있어 조건부로 예외적으로 의무 폐지를 허용하자’는 입장인 야당의 반대로 통과가 무산됐다.
실거주 의무 폐지법이 연내 통과되지 못하면 전매제한이 해제되는 단지 실수요자들의 혼란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당장 이달부터 1만2032가구 규모인 서울 강동구 둔촌동 ‘올림픽파크포레온’(둔촌주공 재건축)와 2840가구 규모 성북구 장위동 ‘장위자이레디언트’ 등 전매제한이 풀리는 단지가 잇따라 나온다. 분양권을 파는 것이 가능해져도 실거주 의무가 그대로면 사실상 매매가 어렵다. 실거주 의무를 위반하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정부가 지난해 12월 ‘2023년 경제정책방향’을 통해 취득세 중과를 조정대상지역 2주택자 세율 8%에서 기본세율(1~3%)로, 3주택 이상·법인의 세율 8~12%에서 4~6%로 완화하겠다고 밝혔지만, 해당 내용이 담긴 지방세법 개정안도 국회 통과가 오리무중이다.
이같이 정부가 추진하겠다고 밝힌 규제완화 정책이 장기간 국회에 발이 묶이면서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양상이다. 21대 마지막 정기국회가 끝나는 연내 처리되지 못하면 내년 5월 국회 회기 종료와 함께 해당 법안들은 자동 폐기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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