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료 ‘폭탄’과 중개수수료도 관건
[헤럴드경제=박자연 기자]#. 30대 직장인 김모 씨는 일방적으로 부동산 매수 계약을 파기 당한 뒤 입금된 ‘배액배상(계약금의 2배 배상)’ 금액에 당황했다. 가계약금 1000만원을 입금해 배액은 2000만원이나, 실제 입금된 금액은 1340만원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배액배상이 불로소득인 기타소득으로 분류돼 22%의 세금이 부과됐고, 중개수수료(200만원)까지 지불해서다 김 씨는 “계약 파기로 주변 아파트를 살 수 없어진 상황에 배상 받은 금액에 세금까지 떼였다”면서 “사실상 손해배상인데 정부가 돈을 버는 구조”라고 토로했다.
부동산 계약을 일방적으로 파기당해 받은 배액배상금을 ‘횡재’로 바라보는 시선이 있지만 이로 인해 피해를 보는 사례도 다수 나타나고 있다. 기본적으로 20%대가 넘는 높은 기타소득세율이 적용됨은 물론, 배액배상금으로 인해 건강보험료 ‘폭탄’을 맞는 경우도 심심치않게 등장하는 중이다. 이 과정에서 공인중개사에게 납부해야 하는 수수료도 갈등을 유발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소득세법 제21조에 따르면 기타소득은 이자, 배당, 사업, 근로, 연금, 퇴직, 금융투자소득 및 양도소득 외의 소득이다. 배액배상금은 위약금으로 분류돼 기타소득에 해당한다. 소득세 포함 22%가 원천세율이다. 신고하지 않을시 가산세가 부과된다.
문제는 소득세를 내는 것에서 배액배상이 끝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계약 파기를 경험한 매수자 A씨는 “전셋집 이사날까지 받아놨는데 계약이 갑자기 어그러진 상황에서, 기타소득이 있다며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을 상실했다”면서 “계약을 파기 당한 처지인데 건보료 부담까지 지고 있다”고 말했다. 계약금까지 내고 잔금 치르기 일주일 전 매도자로부터 계약을 파기당한 B씨도 “세금만 내면 끝인줄 알았는데 소득월액보험료를 1년 동안 냈다”면서 “계약을 못해 손해를 본 것은 매수자인데 배액배상으로 2년 가까이 고통을 받았다”고 토로했다.
지난해 7월 국민건강보험공단의 건강보험료 개편에 따르면 직장가입자의 경우 보수 외 소득이 2000만원 초과시 초과분에 대한 보험료를 납부해야 한다.
공인중개사에게 지불하는 중개수수료도 갈등을 촉발한다. 우선 계약 파기 책임은 거래 상대방에게 있지만 매수(매도)자 역시 중개수수료를 지불해야 하는 경우다. 한 공인중개사는 “아무 잘못 없이 거래를 파기당한 손님들은 계약이 안됐기 때문에 중개수수료를 지급하는 것에 의문을 갖는다”면서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계약서를 작성할 시 계약 파기 책임이 있는 사람이 중개수수료를 부담한다는 특약을 넣으면 된다”고 조언했다.
‘가계약’ 상태에서 파기된 거래일 경우 상황은 더 복잡해진다. 가계약도 계약이 성립된 것으로 볼 것인지에 대해 갑론을박이 벌어져서다. 그러나 가계약일지라도 중개수수료를 지불할 의무는 있다. 공인중개사법과 대법원 판례 등에 따르면 공인중개사는 계약서를 작성 및 확인하고, 설명서와 공제증서를 교부해 중개가 완성된 후에야 중개의뢰인에게 중개보수를 청구할 수 있는 것이 원칙이나, 가계약 체결 후 중개의뢰인들의 단순 변심으로 인해 계약이 해제 및 취소되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신의성실 원칙 등에 기해 개업공인중개사는 중개의뢰인에 대해 이미 이뤄진 중개행위 정도에 상응하는 중개보수를 청구할 수 있다. 수도권 한 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계약을 완전히 끝낸 것은 아니기 때문에 다수 중개인들이 수수료를 일부만 받거나, 혹은 받지 않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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