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걸이 에어컨. [독자 제공] |
[헤럴드경제=주소현 기자] “에어컨만 잘 틀어도 아낄 수 있는 전기 요금이 연 1조 달러”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에서 미국 등 60여개 국가는 지난 5일 국제 냉방 서약(Global Cooling Pledge)에 가입하며 2050년까지 냉방 관련 온실가스 배출량을 2022년의 68% 이상 줄이기로 했다.
이 목표를 달성하면 2050년까지 온실가스를 약 780억t 감축할 전망이다. 뿐만 아니라 전세계 소비자들은 2050년 전기 요금으로만 연 1조 달러를 아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2022~2050년 절약할 수 있는 전기 요금은 누적 17조 달러에 달한다.
서울 중구 남대문시장 인근을 지나는 시민들 뒤로 건물 외벽에 실외기가 가득 설치되어 있다. 임세준 기자 |
에어컨을 트는 건 이제 생존의 영역이 됐다. 갈수록 지구가 뜨거워지고 있어서다. 유엔환경계획(UNEP)에 따르면 아프리카와 아시아의 약 12억명이 냉방에 접근성이 떨어져 극심한 더위로 생명이 위험에 처해있다.
문제는 냉방을 할수록 전력과 냉매 소비로 온실가스 배출이 늘어난다는 점이다. 현재 냉각 장비는 총 전력 소비의 20%를 차지하고 있는데, 이 추세 대로라면 2050년에는 두 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잉거 앤더슨(Inger Andersen) UNEP 사무총장은 “온도 상승으로부터 모든 사람을 보호하고 식품 품질과 안전, 안정적인 백신 체계, 경제의 생산성 등을 유지하려면 냉각 부문이 성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이러한 성장은 에너지 전환과 극심한 기후 영향을 희생하면서 이뤄지면 안 된다. 각국은 저탄소 냉각 성장을 보장하기 위해 지금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개방형 냉장고에 문을 설치하기 전인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 고재우 기자 |
이번 국제 냉방 서약과 함께 발표된 보고서는 냉방에서 전력 소비를 줄이기 위해 ▷수동 냉방 조치 ▷고효율 에너지 기준 ▷냉매 단계적 감축 등 세 가지 방법을 제안했다.
수동 냉방은 단열이나 환기, 자연적으로 그늘을 만들거나 반사되게 하는 방식으로 냉방 부담을 줄이는 방식을 일컫는다. 도시나 건물을 설계하는 단계부터 고려해야 할 부분이다. 수동 냉방으로 2050년까지 늘어날 냉방 설비 용량을 24% 가량 억제할 수 있다.
효율을 높이는 것도 방법이다. 2050년까지 효율을 3배 높여서 에너지를 30% 이상 절감하자는 목표다. 고효율 냉방 설비를 갖출 수 있도록 재정적인 지원을 하는 동시에 개발도상국이 저가의 저효율 냉방 설비를 떠안지 않도록 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대목은 냉매 감축이다. 에어컨이나 냉장고 냉매에는 수소불화탄소(HFC)가 들어간다. 수소불화탄소는 프레온가스(CFC)를 대체하기 위해 개발됐지만, 기후변화에 미치는 영향이 이산화탄소의 1000배가 넘는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지난 5일(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열린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에서 온실가스 감축과 지속 가능한 냉각 솔루션 모색을 목표로 하는 국제 냉방 서약을 논의하고 있다. [로이터] |
이에 국제 사회는 몬트리올 의정서(1997년), 키갈리 수정안(2016년) 등을 통해 수소불화탄소의 단계적 감축을 약속해왔다. 2019년부터 선진국들의 감축은 이미 시작됐다. 우리나라가 포함된 개발도상국 제1그룹은 내년부터 30년 간 수소불화탄소를 80% 줄이기로 했다.
이번 국제 냉방 서약은 기존의 약속으로도 기후변화를 저지하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라 감축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의미에서 마련됐다. 2050년까지 기존 목표보다 수소불화탄소의 배출량을 절반 수준으로 줄이자는 합의다.
미국, 캐나다, 일본, 유럽 일부 국가들과 몽골, 캄보디아, 케냐, 브라질 등 60여개 국가가 이 서약에 가입했다. 전세계 에어컨의 70%를 생산하는 중국을 비롯해 인도, 호주 등은 빠졌다. 기존의 약속 이상으로 수소불화탄소를 감축할 뜻이 없어서다.
우리나라도 이번 국제 냉방 서약에 빠졌다. 환경부 관계자는 “수소불화탄소 대체재가 불확실한 상황”이라며 “조기 감축 조치 여부에 추가 검토가 필요해 올해 서약에는 불참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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