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빠르면 연내까지 폐지 노력"
서울 강동구 올림픽파크포레온 공사 현장 [사진=현대건설 제공] |
[헤럴드경제=박자연 기자] 부동산 시장 침체로 매매 거래량도 또다시 빙하기에 돌입한 가운데, 실거주 의무 폐지마저 여야 합의가 되지 않으면서 불발될 기미가 보이자 분양권 거래도 뜸해지고 있다. 최근 두 달 서울 아파트 분양권 거래는 한자릿수 대를 기록하고 있다.
14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이날까지 분양권 거래는 10월(4건), 11월(5건)으로 집계됐다. 올 초 1·3대책의 일환으로 4월부터 전매제한이 완화되면서 분양권 거래는 40건으로 대폭 상승했고, 5월(40건), 6월(22건), 7월(30건), 8월(20건), 9월(12건)까지도 두자릿수대를 유지했지만 10월부터 크게 주저앉은 것이다.
업계에서는 실거주 의무 폐지가 미뤄진 것이 분양권 매수에 영향을 미쳤다고 보고 있다. 전매제한 완화에 이어 실거주 의무가 풀릴거라는 기대감에 분양권을 매수 또는 매수 대기했으나, 주택법 개정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수분양자가 무조건 실거주 해야하는 상황에 놓였기 때문이다.
강동구 한 공인중개사는 “올림픽파크포레온의 경우 전매제한 기간이 이달 15일자로 풀리면서 지난주부터 전세를 끼고 매수하고 싶다는 문의가 오지만 실거주 의무가 폐지가 안돼 어렵다고 답변하고 있다”면서 “조합원 입주권 거래는 가능하다고 하지만 매물 가격이 분양권보다 높고 취득세 부담도 있어 거래 성사가 원활하진 않다”고 말했다.
수분양자들은 바로 전세를 놓을 수 없어 입주 자금을 마련해야하는 상황이 됐다. 우선 금리가 높아 생각보다 많은 대출을 받아 입주하는 게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고, 또 연초 기대와는 다르게 급박하게 거주지를 옮겨야 하는 문제도 있다. 내년 2월 입주 예정인 아파트 수분양자 김모씨는 “대책이 발표되고 실거주 의무가 폐지될 것이라는 기대에 전세 세입자를 구하고 있었는데 주택법 개정이 계속 연기되면서 입주를 해야한다”면서 “아이들 교육 환경이 변하는 것도 그렇고 금리도 높아 여러모로 부담된다”고 토로했다.
지난 12일에는 국민동의청원까지 등장해 당일 찬성 인원을 채웠다. 국민동의청원은 30일 이내 100명의 찬성을 얻으면 '공개청원'으로 전환되고 이후 30일 이내 5만명의 동의를 얻으면 정식으로 청원이 완료된다. 이 청원을 낸 수분양자 가족은 “언니가 분양가상한제 아파트에 당첨됐는데 생활안정자금 대출을 받아 대출이 불가하고, 이에 가족 중 한 사람이 공동명의로 대출을 일으키려하니 실거주의무가 폐지되지 않아 공동명의도 안 된다고 한다”고 상황을 설명하며 “다양한 이유로 당장 실거주 할 수 없는 수많은 '실'거주자가 있을 것인데 나라가 약속을 해놓고 투기꾼 잡는다고 실거주할 사람까지 피해를 입는 상황이 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평생 꿈꿔온 새집인데 계약금 포함 중도금까지 날려버리게 생겼다”고 털어놓았다.
한편 국토부는 실거주 의무 폐지에 사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하고 있다. 김오진 국토교통부 1차관은 지난 12일 실거주 폐지 법안에 관한 질문에 "빠르면 연내, 늦더라도 임시국회가 소집되면 다시 한번 야당과 협의해 (국회 통과가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면서 "입주민의 주거 이전을 제한하는 측면도 있고, 또한 재산권 행사를 제한하는 부분도 있어서 폐지하는 쪽이 맞는다는 게 정부 입장"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김 차관은 "입주민 대부분이 실수요자"라며 "이분들이 잠깐 목돈이 마련되지 못했다면 그 부분을 채울 기간만이라도 저희가 실거주 의무를 완화해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며, 그 부분에 대해 예외 규정을 담아서 가져가면 안 되겠느냐고 강하게 얘기하는 상황"이라고 부연했다.
정부는 올해 초 주택 시장이 침체 조짐을 보이자 규제 완화 차원에서 분양가 상한제 주택 청약 당첨자의 2∼5년 실거주 의무를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여야가 지난달 국토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합의에 실패한 데 이어 지난 6일 법안소위에는 안건으로 상정되지도 않아 국회 통과 여부가 불투명해진 상황이다. 국회 국토교통위는 이달 21일 국토법안소위를 추가로 열기로 했으나 야당이 강력히 반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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