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부동산 PF 리스크에 우려 여전
실제 사업 중단 시 환급 혹은 이행 갈림길
수분양자는 이자 부담·내집 마련 잃는 고통
[헤럴드경제=고은결 기자] 건설경기 한파 속 중소 건설사 도미노 폐업에 이어 규모 있는 건설사의 기업재무구조개선작업(워크아웃)설까지 떠돌고 있다. 이에 수분양자 사이에서는 이미 계약한 아파트를 울며 겨자먹기로 취소하거나, 브랜드가 달라지는 일이 벌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만약 주요 건설사가 자금난에 사업을 중단하면, 보증사고 안전장치는 마련돼 있지만 수분양자의 이자 부담 등은 현실이 될 수도 있다.
16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최근 태영건설이 자금난에 워크아웃 신청을 검토한다거나, 법정관리(회생절차)에 들어갈 수 있다는 이야기가 퍼졌다. 회사 측은 그룹사 지원과 자구 노력을 하고 있다며 소문을 일축했다. 그러나 업계 전반에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리스크가 확산하고 있어, 실제로 워크아웃에 돌입하는 회사가 줄줄이 나올 수 있다는 걱정도 계속된다. 시공능력평가 16위인 태영건설의 위기가 고조되며 건설업계의 대마불사 기조가 흔들리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건설업계는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부동산 경기 침체에 구조조정에 돌입한 바 있다. 당시 워크아웃 건설사들은 인원 구조조정과 부동산 매각, 그룹 유상증자는 물론 수익성 낮은 현장, 미착공 부지 사업 등을 빠르게 정리했다. 재기의 발판인 알짜 사업장을 울며 겨자먹기로 넘기기도 했다. 특히 지난 2011년 워크아웃을 졸업한 이수건설은 적극적인 사업구구조정 덕분에 회생의 발판을 마련한 것으로 평가됐다. 당시 이 회사는 시장이 불안정한 주택사업 비중을 2007년 75%에서 2010년 29%까지 줄이고, 사업 다각화에 나선 바 있다.
건설사의 몸집 줄이기는 실제 수요자들에게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물론 건설사가 워크아웃에 돌입해도 모든 사업장을 정리하는 것은 아니다. 분양사업은 일정대로 진행할 수도 있지만, 채권단과 협의해 규모를 축소하거나 시기를 조정하는 경우가 많다. 다만 채권 회수를 위해 유망 사업지를 내다 팔기도 한다.
시내 아파트 단지 모습. [연합] |
만약 시행·시공 모두 맡은 건설사가 워크아웃을 신청해 공사가 멈추면, 주택도시보증공사(HUG)는 분양 계약자들에게 분양대금을 돌려주는 조건으로 사업권을 회수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주택 30가구 이상을 선분양하는 사업주체는 HUG로부터 분양보증을 받아야 한다. 아파트를 세우다 부도가 나면 소비자 피해를 보상하기 위해서다.
HUG는 이미 분양한 아파트의 경우, 분양이행 혹은 환급이행을 선택하게 한다. 아파트 계약자의 3분의 2 이상이 원하면 환불로 진행하고 사업장은 매각한다. 이 같은 ‘환급사업장’은 또다른 시행사가 사들여 다시 재분양에 나서기도 한다. 대표사례가 과거 C&우방 사업장이었지만 부도가 난 이후 신영이 사들여 다시 내놓은 화성 향남지구 내 한 단지다. 공정률이 80%를 넘었으면 환급하지 않고 HUG가 직접 시행자가 돼 분양을 이행한다.
단순 ‘시공’만 맡은 건설사가 워크아웃에 돌입하거나 부도가 나면 사업주체는 새 시공사를 찾아야 한다. 시공사 자금난으로 공사 중단 상태 3개월 이상 지속되면 분양계약자들은 대금 환급 혹은 이행방법 결정을 선택할 수 있다.
사실 두 가지 선택 모두 수분양자에게는 고통이다. 사업을 이어가더라도 보증사고에 따라 준공 일정이 밀려 입주가 늦춰지면 수년간의 이자를 내야 한다. HUG는 중도금 대출 이자까지 책임지지 않기 때문이다. 분양 대금을 돌려받기를 택해도, 분양 포기 직전까지 낸 이자는 공중분해되며 ‘내 집 마련의 꿈’까지 사라진다.
HUG 또한 손실을 입을 수 있다. 수분양자들에게 돈을 물어주고 사업장을 매각해야 하는데, 경기 침체 등에 응찰자가 나타나지 않으면 큰 손실을 보고 겨우 넘겨줘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2019년 시공사 부도로 공사가 중단된 경남 사천 소재 사업장은 수분양자들이 환급이행을 받았는데, HUG는 이후 감정평가액 1297억원을 받은 해당 사업장을 603억6900만원에 넘긴 바 있다.
이전 시공사가 포기한 사업장을 이어받을 업체를 찾는 것도 어렵다고 한다. 대형사가 특정조건으로 진행하던 사업을 타사가 그대로 승계 받을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건설사 부도로 새로운 시공사를 찾아 단지 브랜드가 바뀌는 일은 종종 있다”면서도 “다만 건설업계에선 암묵적으로 다른 곳에서 하던 현장을 쉽게 가지 않는 분위기가 있다”고 말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사업 계약 시점 당시의 상황, 공사 난이도 및 조건 등이 상이하다”며 “기존 시공사 조건을 그대로 승계하는 데 동의하지 않으면 조정이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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