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0월 이후 9년 만에 가장 많은 수치
경기도 2623건으로 최다…서울도 연초 대비 65%↑
서울 은평구 한 빌라촌 인근 부동산. [연합] |
[헤럴드경제=박로명 기자] 집값 상승기에 집을 매수한 ‘영끌족’이 소유한 물건이 경매 시장에 쏟아져 나오고 있다. 집을 은행에 담보로 제공하고 빌린 차입금을 갚지 못해 법원 경매 등에 부쳐지는 임의경매 물건이 속출하고 있는 것이다. 고(高)금리 국면이 이어지면서 내년까지 임의경매 물건 수가 증가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22일 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에서 임의경매 개시결정등기가 신청된 부동산(집합건물·토지·건물 포함)은 1만688건으로 집계됐다. 올해 1월(6622건)에 비해 61.4% 늘었다. 전달인 10월(8218건)과 비교해봐도 30% 증가한 수치다. 지난 2014년 10월(1만849건) 이후 9년 만에 역대 최대치다.
지역별로 보면 경기도가 2623건으로 가장 많았다. 지난 1월(1391건)과 비교해 2배 가까이 급증했다. 그 뒤를 경상남도(1318건), 충청남도(846건), 경상북도(802건), 부산(672건), 충청북도(536건), 전라남도(536건), 강원도(533건) 등이 이었다. 서울은 583건으로 올해 1월(352건) 대비 65.6% 늘었다.
경매는 크게 임의경매와 강제경매로 나뉜다. 임의경매는 채권자가 법적 절차 없이 바로 집을 경매에 넘기는 절차다. 금융회사가 3개월 이상 원리금 상환을 연체한 채무자를 대상으로 신청할 수 있다. 반면 강제경매는 소송을 통해 판결을 받은 채권자가 법원에 경매신청을 해야 한다.
서울 남산에서 본 아파트. [연합] |
이처럼 임의경매 건수가 증가한 데는 시중은행 대출금리 급등이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2020년과 2021년 집값 상승기에 집을 매수한 영끌족들이 이자와 대출금 상환에 실패하면서 법원 경매로 나온 임의경매 물건이 쏟아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영끌족 중 일부는 시중은행과 같은 1금융권 대출만으로 자금을 충당하기 어려워지자 저축은행과 대부업체 등 2금융권과 사금융업체에까지 손을 벌린 것으로 분석된다. 경·공매 데이터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 11월 전국에서 경매에 부쳐진 아파트의 채권자가 2금융업체인 경우(임의·강제경매 포함)는 최대 4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채권자가 저축은행인 경우는 올해 11월 122건으로 전년 동기(34건) 대비 258.82% 증가했다. 같은 기간 대부업체는 105건에서 157건으로 49.52%, 캐피탈업체는 50건에서 88건으로 75% 늘었다.
이주현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2021년 집값 상승장에서 1금융권뿐 아니라 2금융권에서 추가로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집주인들이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이 같은 ‘영끌’ 매물들이 고금리의 영향으로 경매 시장에 유입된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고금리가 지속되면서 앞으로 임의경매 물건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선임연구원은 “아파트의 경우 올해 기존 고금리 대출을 특례보금자리론 등으로 갈아타는 방식으로 버틸 수 있었지만, 내년에는 정책금융상품이 종료된다”며 “고금리 상황도 유지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임의경매 건수가 증가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dodo@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