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갭·플피 매물 많아…전세가격이 매매가보다 700만원 비싼 거래도
2~3년 사이 가격 수천만원 내려가
강남역 오피스텔 밀집지역. 서영상 기자 |
[헤럴드경제=서영상 기자] “강남역이랑 마곡에만 오피스텔 7개를 투자해 지금은 3개만 가지고 있어요. 몇년전 아파트 가격이 크게 오를 때 소액으로 큰 이익을 얻을 수 있는 마지막 투자처라는 판단에 샀지만 이제 감당이 안되네요. 더군다나 올해 전세가격까지 떨어지며 4개는 눈물의 손절매를 해야 했습니다.”
갑작스러운 한파에 눈까지 내린 19일 서울시 강남구 역삼동 강남역 인근 부동산에서 만난 한 30대 청년은 “가지고 있는 오피스텔을 추가로 처분하려고 부동산을 들렀다”면서 “날씨도 춥고 마음도 춥다”고 우울해했다.
한때 비교적 적은 돈을 투자해 강남 등 주요 입지에 오피스텔을 구입했던 청년들이 최근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경기 침체 우려에 일종의 수익형 부동산인 오피스텔 거래량이 크게 줄며 가격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 비아파트들의 전세사기 우려까지 커지면서 오피스텔 임차 수요도 감소해 임대가격도 낮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강남역 인근 주거형 오피스텔 건물 1층에 위치한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과거 대부분의 오피스텔이 은퇴한 직장인들의 고정적인 월수입을 위한 수단이었다면 최근 몇년전부터는 아파트에 투자할 여력이 없는 젊은 1인 가구들의 투자처로 각광을 받았다”면서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인근 오피스텔 대부분이 많게는 2000~3000만원 적게는 무갭 또는 플피(전세가격이 매매가격을 뛰어넘는 매물)로 살 수 있다”고 전했다.
국토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강남역 인근 효성해링턴 타워 더 퍼스트 전용 24.77㎡는 12월에 2억4700만원(10층), 11월에는 2억4000만원(8층)에 전세계약을 맺었는데 11월에 같은 크기의 오피스텔이 2억4000만원(11층)에 매매됐다. 세금 빼고는 내돈이 한푼도 안 들어가거나 오히려 전세가격이 매매가격보다 비싼 것이다.
강남역 오피스텔 건물 1층에 위치한 공인중개사무소. 앞에 오피스텔 시세를 적어놓은 전단지들이 붙어있다. 서영상 기자 |
2년전 강남역 오피스텔을 구입한 한 40대 청년은 “오피스텔이 재건축이 될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그 돈으로 강남의 작은 땅을 산다고 생각하니 매매가가 비싸지 않게 느껴졌다”면서 “또 오르는 공사비와 신규 분양 오피스텔들의 가격을 감안할 때 매매가가 오를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당시는 판단했다. 하지만 가격이 오히려 떨어졌다”고 후회했다.
최근 경기 상황이 악화되자 가격은 실제 소폭 하락했다. 국토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강남구 역삼동 강남역 서희스타힐스 29.88㎡는 이달 2억3000만원에 매매됐는데, 2021년만해도 대부분의 거래가 2억5000만원 내외에서 이뤄졌다.
강서구 마곡동 마곡센트럴디엠시티오피스텔 전용 29.48㎡도 2020년 11월 2억4500만원(12층)에 손바뀜 되던 것이 올해 11월에는 2억300만원(9층)으로 4000만원이 넘게 떨어졌다.
전세가격 역시 떨어지는 것은 마찬가지다. 2020년 2억3000만원(6층)에 전세계약된 마곡센트럴디엠시티 29.48㎡는 올해 11월 2억1000만원(8층)에 전세계약됐다. 3년 사이 전반적인 전세 시세도 3000만원 가까이 떨어진 것이다.
강남역 인근 공인중개사들에 따르면 오피스텔 경기는 앞으로가 더욱 염려스럽다. 묻지마 투자에 나섰던 2030청년들이 최근 매도물량을 내놓고 있지만 찾는 손님이 극히 드물다.
역삼동 A부동산 관계자는 “더군다나 최근에는 은행금리가 올라 월세 물건도 인기가 없다”면서 “근처에 직장을 가진 실수요자들 아니면 쳐다보지도 않는다. 젊은 청년들끼리 폭탄돌리기를 하고 잇는 것 같다”고 했다.
상황이 이러니 오피스텔 투자자들은 정부의 대책을 주문하고 있다. 주택수에도 포함되는 오피스텔에 투자해 세금부담은 물론 청약에도 애를 먹는 2030들이 많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는 20일 인사 청문회에서 ‘오피스텔 주택 수 포함’ 문제에 대해 “불합리한 것들은 풀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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