떨림·경직 외 수면장애·치매 동반
약부작용 걱정에 복용 안하면 안돼
유산소 1~2시간 지속하면 도움
손발이 떨리고(떨림), 움직임이 느려진다(서동). 몸이 뻣뻣해지며(경직), 걸음걸이가 불안정하다(보행장애). 종종 넘어져 다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주로 노인에게 나타나는 신경퇴행성질환, ‘파킨슨병’의 증세다. 파킨슨병은 치매, 뇌졸중과 함께 3대 노인성 뇌질환으로 꼽힌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국내 파킨슨병 환자는 노령인구가 늘면서 2017년에 10만명을 넘기고 이후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2021년에도 11만7000여명이 파킨슨병으로 새롭게 진단받았다. 허륭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뇌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파킨슨병은 계속해서 퇴행성 변화가 일어나는 질환으로 특히 70대 이상 고령층이 전체 환자의 약 85%를 차지할 정도로 노년의 삶을 위협하는 대표 질환이다” 고 진단했다.
파킨슨병은 4대 대표적인 증상(떨림, 서동, 경직, 보행장애)외에도 수면장애, 정신기능 이상, 감각 이상 등이 동반될 수 있어 삶의 질이 떨어지는 대표적인 질환으로 현 의료수준으로 파킨슨병을 완치하는 치료법은 아직 없다. 하지만 다른 뇌질환에 비해 약물치료 효과가 뛰어나 일상생활, 사회생활, 직장생활을 잘 유지할 수 있다. 서울아산병원 신경과 정선주 교수는 “파킨슨병은 뇌과학 분야에서 가장 활발하게 연구 중인 뇌질환이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신약이 개발되고 있어 ‘희망적인 병’이라는 말도 나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도파민 생성 안 돼 발생...단순 노화 오인, 뒤늦게 병원 찾아=파킨슨병은 뇌신경 전달물질인 도파민이 뇌에서 생성이 안 돼 생기는 병이다. 증상은 4대 증상 등이 복합적으로 나타날 수 있으며 이와 더불어 치매, 불안, 우울, 환시, 수면장애(불면증, 잠꼬대), 빈뇨, 변비, 피로, 자율신경장애(기립성저혈압, 성기능장애, 땀분비이상) 등 눈에 띄지 않는 비운동 증상들도 동반된다.
이런 증상으로 처음 진료를 받고 도파민 제제를 투약하면 증상이 좋아진다. 다만 ‘허니문 피리어드(Honeymoon Period)’라고 불리는 약효 지속기간은 대개 5~7년에 불과하다. 비슷한 증상을 보이는 ‘파킨슨증후군’과도 차이가 있다. 파킨슨증후군은 도파민은 정상적으로 생성되지만 뇌 자체가 망가져 도파민을 수용하지 못해 발생한다. 때문에 도파민 제제를 투약해도 증상 호전이 크지 않다.
▶약물치료 먼저, 부작용 나타나면 뇌심부자극술 고려해야=왜 파킨슨병이 발병하는지는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현재까지 파킨슨병을 예방하거나 진행을 더디게 할 ·수 있는 치료제는 없다. 파킨슨병이 진단되면 뇌에서 부족한 도파민을 대신할 수 있는 다양한 약물로 치료하거나 수술을 한다.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은 퇴행성 뇌질환 중에서 파킨슨병은 약물치료에 의해 증상이 눈에 띄게 호전되는 질환이라는 사실이다.
오랜 약물치료로 약물에 대한 효과가 감소되고 후기 운동 합병증이 심할 경우에는 수술도 고려해볼 수 있다. 파킨슨병을 증상에 따라 총 5단계로 분류한 ‘호앤야 척도(Hoehn and Yahr scale)’를 기준으로 중기 단계인 3단계 이전에 수술을 받는 것이 좋다.
허륭 교수는 “파킨슨병은 약물로 지속적으로 조절하게 되는데 어느 정도 기간이 지나면 약에 대한 부작용이나 장기적인 투약으로 약효가 짧아지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며 “이때 약에 의한 부작용이나 효과가 떨어지는 것을 개선하기 위해 뇌심부자극술(DBS, Deep Brain Stimulation)을 고려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뇌심부자극술은 초소형 의료기기를 뇌에 삽입해 특정 부분에 전기자극을 주는 방법이다. 수술 후 전기자극 발생장치를 작동시키면 뇌에 심어둔 전극에 전기자극이 시작되고 서서히 이상 운동 증상이 호전되면서 일상생활의 질이 향상된다. 다만 파킨슨병에 대한 뇌심부자극술은 완치보다는 증상 악화를 지연시켜 환자가 현재의 상태를 유지하는 것을 목표로 진행된다. 다른 운동장애 신경계 질환인 근긴장이상증이나 본태성 진전에 대한 뇌심부자극술이 완치를 목표로 진행되는 것과는 차이가 있다. 전극을 집어넣는 부위도 다르다.
▶매일 스트레칭, 유산소 1~2시간 꾸준히 운동하기=파킨슨병 환자에게 운동은 매우 중요하다. 파킨슨병의 증상으로 몸의 근육들이 경직되고 근육의 움직임이 느려지며, 자세가 구부정해지기 때문에 스트레칭 체조와 유산소 운동을 매일 1~2시간 하는 것이 매우 도움이 된다. 근력 운동을 같이하면 더 큰 효과가 기대된다.
이웅우 노원을지대병원 신경과 교수는 “운동은 근력, 유연성, 심폐 능력을 개선해 직접적으로 환자의 움직임 향상에 기여한다. 뿐만 아니라 변비, 우울, 수면장애 등의 비운동증상에도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며 “최근 국내 연구진의 발표에 따르면 중강도 운동(주 5회, 하루 30분가량)을 하는 경우 신체 활동을 하지 않거나 줄인 환자와 비교해 사망률이 약 34% 감소했다고 할 만큼 예후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강조했다. .
▶수면 환경 개선 필요, 심한 렘수면장애는 약물 복용하기=수면장애도 파킨슨병 환자를 괴롭히는 대표적인 증상이다. 불면증을 해결하기 위해 수면 환경의 개선이 필요한데, 낮 동안 적당량의 햇빛을 쐬는 것이 좋고 수면 2~3시간 전이나 오후 8시 이후에는 TV시청이나 휴대폰, 인터넷 사용은 자제하는 것이 좋다. 또한 저녁에 미지근한 물로 샤워를 한 후 따뜻한 차를 한잔하며, 독서나 조용한 클래식 음악을 청취하면 도움이 될 수 있다.
렘수면장애는 많은 파킨슨병 환자와 배우자가 괴로워하는 증상인데, 잠을 자면서 혼자 중얼거리거나 고함을 지르기도 하며 헛손질을 하면서 옆에서 자는 배우자를 팔이나 다리로 때리기도 한다. 심한 환자는 자다가 일어나 속옷 차림으로 집 밖을 배회하며 남의 집 초인종을 누르기도 한다. 이런 현상은 파킨슨병으로 인해 뇌의 여러 가지 신경세포의 소실 때문에 나타나는 증상으로, 증상이 심할 경우 담당 의사와 자세히 상담한 후 약물 복용이 필요하다.
파킨슨병 환자는 운동 증상과 비운동 증상을 매우 다양하게 호소하기 때문에, 약물에만 의존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일상생활의 개선을 가져오기 위해 노력한다면 보다 나은 삶의 질을 유지할 수 있고 파킨슨병으로 인한 고통을 크게 줄일 수 있다.
김태열 건강의학 선임기자
kty@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