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저하고’ 의견 다수…‘8% 내외 하락’ 관측도
전세시장 강세 지속…매매가 하방경직성 역할
[헤럴드경제=서영상·신혜원 기자] 고금리 장기화·겨울 비수기 등의 영향으로 부동산 시장의 조정 국면이 5주째 이어지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집값 하락세가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다만 하반기 금리 인하 가능성에 따른 집값 상승 영향에는 의견이 갈렸다. 내년 부동산 시장의 가장 큰 변수는 결국 ‘금리’라는 공통된 시각과 함께 1월 말부터 접수를 받는 신생아 특례대출, 경기, 전셋값 추세 등도 주요 변수로 꼽혔다. 주택 가격 지지선 역할을 하는 전셋값 강세가 내년까지 지속돼 급락은 없을 것이란 견해가 다수였다.
30일 헤럴드경제가 부동산 투자·재테크 전문 콘텐츠 ‘부동산360’ 유튜브 채널을 통해 전문가 5인에 ‘2024년 부동산 시장 전망’을 물어봤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장,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 이재국 한국금융연수원 겸임교수, 채상욱 커넥티드그라운드 대표,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 등이 참여했다.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모습. [연합] |
전문가들이 본 내년 부동산 시장은 ‘상저하고’(상반기 하락 하반기 상승) 전망이 우세했다. 이재국 교수는 “주거용 부동산은 내년 상반기에는 낮은 흐름을 보이다가 하반기에 상승 흐름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며 “특히 신축 공급이 부족해 신축 강세 현상이 발생하고 정비사업 분담금 부담이 커지고 있어 재건축·재개발은 약세가 진행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분기별 전망을 내놓은 박합수 교수는 “1분기는 약간의 조정이 있을 것이고, 2분기는 보합, 3~4분기부터 소폭 상승으로 반전될 것”이라며 “전약후강의 패턴을 보일 것으로 예측된다”고 말했다. 김인만 소장 또한 ‘상고하저’였던 올해 부동산 시장과 달리 내년은 반대의 흐름을 보일 것이라고 관측했다.
반면 채상욱 대표는 “8% 내외의 하락장으로 전망된다”며 “내년에 신생아 특례대출을 포함해 60조원에 가까운 정책 모기지론이 사용되지만 민간 대출시장이 많이 위축세일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어 “고가주택을 위주로 수요 위축, 매매가 하락이 큰 폭으로 나올 것”이라며 “올해 정책 모기지론이 서울 등 주요 지역에 많이 활용됐지만 신생아 특례대출은 그렇지 않기 때문에 지수 기준으로는 하락세가 예측된다”고 덧붙였다.
함영진 랩장도 “지금은 상승변수보다 하락변수가 많은 상황”이라며 “올해 굉장히 낮은 주택 거래량을 보였는데 내년에는 거래량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냐를 봤을 때 그렇지 않다. 내년은 가격이 내려갈 확률이 더 높다”고 했다.
이들이 각자 이 같은 전망을 내놓은 주된 이유는 ‘금리’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이 내년 세 차례 금리 인하를 시사하면서 국내에서도 금리 인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실제로 내년 하반기 국내 금리인하가 현실화될 경우 주택시장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란 관측이다.
박 교수는 “우리나라도 1분기 말, 적어도 2분기까지는 금리인하가 적용될 확률이 높다”며 “그렇다면 매입할 때 금리 부담이 덜어진다는 이야기가 되고 기존 매수자들이 금리가 안정되면 이자 부담이 줄어들어 일정 부분 소비로 전환돼 경제 전반적으로 활성화될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채 대표는 “기준금리 인하가 하반기부터 있지 않겠냐는 전망은 수용한다”면서도 “민간 대출의 경우 가산금리나 우대금리의 인위적 조정 또는 스트레스 금리를 더하면서 기준금리가 내려가도 상품금리는 내려가지 않는 수단을 만들어놨다. 수요자 입장에선 금리 인하가 되더라도 사용해야하는 상품금리는 여전히 높은 이질적 환경에 놓여 있다”고 했다.
서울 여의도 63아트 전망대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의 아파트 모습. [연합] |
금리 외에도 부동산 시장에 영향을 미칠 변수로 대출규제, 신생아 특례대출, 경기 등도 언급됐다.
함 랩장은 “내년 경제성장률 2%대를 예단하고 있지만 주택 구매력이 결국 소득에서 나오기 때문에 성장률이 높지 않다면 수요자도 소극적일 확률이 높다”며 “더불어 가계대출, 특히 주택담보대출과 관련된 부분이 700조원을 넘어선 상황으로 정부가 대출을 크게 풀지 않는다면 주택 구입이 쉽지 않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채 대표는 “주택 시장은 긴 시계열로 보면 산업을 많이 따라갔다”며 “산업경기에 따라 내년에는 반도체, 배터리 산업의 영향으로 평택·화성·수원·용인 등 각광받는 지역에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대출규제 완화가 다시 한번 도마 위에 오를 것”이라며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40% 규제로 인해 자칫하면 중산층의 주거사다리 매입을 끊기게 하는 문제가 있을 수 있다. 이를 정상화해 청년층이 집을 살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했다.
서울 송파구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에 전세 관련 안내문이 붙어 있는 모습. [연합] |
아파트 전세시장의 경우 내년 한 해 동안 강세가 이어질 것이란 의견으로 기울었다. 꾸준히 오르는 전셋값이 매매가의 하방경직성을 보여 ‘폭락’은 없을 것이란 관측이다. 다만 전셋값이 매매가를 끌어올릴 수 있다는 시각에 대해선 당장 내년에는 큰 영향이 없을 것이란 분석이다.
김 소장은 “내년 입주 물량이 줄어드는데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지역은 전세 공급이 줄어든다는 의미”라며 “그렇다면 당연히 상승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 교수는 “아파트 쏠림 현상으로 서울은 전세가율 60%, 경기는 65%, 지방은 70%가 되는 시점까지 오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함 랩장 또한 “특히 서울은 내년 입주 물량이 1만가구대로 전셋 불안과 함께 가격 상승이 이어질 것”이라며 “반면 지방은 미분양 적체로 인해 전셋값이 떨어지거나 보합 수준에 그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채 대표는 내년 상반기에 전셋값 강세가 일단락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채 대표는 “전세대출 금리가 내려간다고 생각하면 시중의 전월세 전환율이 큰 폭의 조정을 받지 않는 한 전셋값은 당분간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다만 전세대출 금리가 내려가면 DSR에 전세대출 이자를 편입하는 식의 규제 수단이 있고, 전셋값이 더 오르기에는 부담스러운 수준까지 멀지 않은 것 같아 상반기를 기준으로 강세가 잦아들 것”이라고 했다.
서울 여의도 63아트 센터에서 바라본 서울 아파트 단지 모습. [연합] |
내년도 부동산 시장 종합 전망을 바탕으로 ‘내집마련’을 고민하는 실수요자들의 적절한 매수 시기를 물어봤을 때에는 전문가마다 견해가 엇갈렸다.
‘상저하고’를 예측한 박 교수는 “무주택자의 내집마련 시기는 준비가 됐을 때”라며 “시기적으로 본다면 시장이 가장 안 좋을 때인 내년 1분기에 적극적으로 자신이 관심있는 지역이나 매물을 주의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함 랩장은 “본인의 자금 사정이 중요하지만 매수 시기를 고민한다면 하반기가 어떨까 싶다”며 “금리인하 시그널을 충분히 확인한 후 거래량이 일정 부분 회복할 때 주택을 구입하게 되면 심리적으로 안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채 대표는 “본인 소득이 증가하는 속도가 빠르고 높아진 주택값이 향후 위아래로 변동해도 크게 개의치 않는다면 집을 취득해도 문제없다”면서도 “앞으로 생산가능인구수가 급격히 감소하는데 이것이 잠재성장률을 위축시킬 것이다. 부동산에 이런 요인들이 아직 하나도 반영이 안 됐다고 보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올해 꼭 사야되는 이유가 없다는 살 필요가 없다”며 “투자적 관점에서 리스크 대비 리턴이 유리한 상황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헤럴드경제의 부동산투자·재테크 전문 컨텐츠 ‘부동산360’은 유튜브 채널과 네이버TV에서도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유튜브와 네이버TV에서 ‘부동산360’을 검색하시면 영상으로 제작된 ‘부동산360’의 다양한 컨텐츠를 보다 자세하게 시청하실 수 있습니다. 많은 구독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