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 진주아파트 재건축 현장. [송파구 제공]

[헤럴드경제=박로명 기자] 강남 알짜 입지를 갖춘 서울 송파구 신천동 ‘잠실 진주아파트’ 재건축 사업에 급제동이 걸렸다. 조합과 시공사가 공사비 인상을 놓고 내홍을 겪으면서 올해 4분기로 예정됐던 분양 일정이 기약 없이 미뤄지고 있다. 최악의 경우 ‘제2의 둔촌주공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30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잠실 진주아파트 재건축조합은 지난 26일 임시총회에서 ‘공사계약 변경 약정서(2차)’ 안건을 상정했다. 총 공사비를 기존 7947억원에서 1조4492억원으로 인상하는 내용이 골자다. 한국부동산원에 공사비 검증을 의뢰하기에 전에 시공사와 조건부 약정서를 체결하기 위한 절차였다. 하지만 과반수 조합원이 반대하면서 해당 안건은 부결됐다.

앞서 시공사인 삼성물산과 HDC현대산업개발은 3.3㎡(1평)당 공사비를 889만 원으로 인상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합 측에 통보했다. 이미 2021년 공사비를 660만원으로 올리기로 한차례 합의했지만, 추가로 35%를 증액해줄 것을 요구한 것이다. 공사 기간도 5개월 연장할 것을 요청했다. 아파트 준공예정일은 2025년 6월이었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2021년에는 공사 착수 이전에 조합과 협의를 거쳐 증액한 것으로 이번 건과는 성격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조합원들은 시공사가 과도하게 공사비를 올리려 한다고 주장한다. 한 조합원은 “조합원 한 가구(1507가구)당 1억4000만원 가량을 추가로 내야하는 데 부담이 크다”고 밝혔다. 또 다른 조합원은 “먼저 공사비를 검증한 후 시공사와 약정을 체결해야지 그 반대가 돼서는 안된다”며 절차상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시공사는 문화재 발굴, 공사원가 급등, 설계 변경 등을 이유로 공사비 증액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그동안 평당 공사비 898만원, 공사 연장 기간 9개월을 요청했으나 원만한 합의를 위해 소폭 조정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조합이 요구한 일부 고급 마감재와 관련해 지정 업체를 변경·취소하는 과정에서 사업이 지체됐다고도 설명했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마감재가 확정돼야 스펙에 맞게 개구부를 뚫고 시공하는데, 임의로 공사를 진행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분양 지연, 금융 비용 증가 등으로 불가피한 경우 공사를 중단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올수도 있지만 현재로서는 조합 측과 재협상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사업 조건을 변경해 추후 총회에 상정하겠다”고 덧붙였다.

갈등의 골이 깊어지자 지방자치단체까지 중재에 나섰다. 송파구는 조합에 공사비 분쟁 정비구역 전문가를 파견해 공사비 검증을 위한 절차를 진행할 것을 설득했지만, 조합의 반대에 부딪혀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송파구 관계자는 “조합원들의 요청이 있을 경우 추가 중재에 나설 것”이라며 유보적인 입장을 보였다.

한편 잠실 진주아파트를 재건축해 들어서는 ‘잠실 래미안아이파크’는 최고 35층, 23개동, 2678가구 규모로 조성된다. 2021년 11월 재건축 사업 부지 약 11만㎡ 중 2.3%인 2500㎡에서 백제 주거지 흔적이 발견돼 공사가 지연되기도 했으나, 작년 말부터 공사를 재개했다. 올해 4분기 일반 분양이 예정됐지만 일정이 연기된 상태다. 시공사 측은 “공사비 검증이 끝나야 일반 분양이 가능할 것”이라며 “빨라야 내년 상반기로 예측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