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부터 농산어촌 주택 규제 완화 등 필요성 부각
대구 신천대로 동신교진출램프와 청구네거리 사이 아파트 밀집 지역 전경. 기사와 무관. [헤럴드경제DB] |
[헤럴드경제=고은결 기자] 정부가 지방 소멸 해소를 위해 주택 구입과 관련한 ‘파격 카드’를 마련했다. 최근 부동산 경기 침체에 지방에서는 거래 절벽, 미분양, 집값 하락 등이 빨라지고 있는 분위기다. 수도권과의 양극화가 극심해지며 지방 내 주택 수요 진작책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윤석열 대통령이 4일 경기도 용인 중소기업인력개발원에서 국민과 함께하는 ‘첫 번째 민생토론회’에서 내놓은 범정부 대책에도 이런 내용이 포함됐다. 지역경제 활성화를 골자로 한 ‘인구감소지역 부활 3종 프로젝트’는 ‘주택 구입 인센티브’ 등을 통해 지역균형을 꾀하는 것이 골자다.
앞서 지방소멸 대응을 위한 규제 완화, 인센티브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는 꾸준히 이어졌다. 최근에는 국책연구기관인 국토연구원이 이런 논의에 불을 지폈다. 연구원은 지난해 9월 공개한 '다주택자 규제정책의 전환 필요성과 과제' 보고서에서 지방소멸에 대응하기 위해 다주택 수의 기준을 차등적·순차적으로 변경할 것을 제안했다.
통상적 다주택자의 기준을 현행 2주택에서 3주택으로 확대하되, 인구 및 자가점유율, 지역 쇠퇴 상황을 감안해 선별적으로 적용하자는 것이다. 비수도권 지역이나 1000명당 주택 수가 많은 지역부터 다주택자 개념을 3주택으로 완화하고, 점차 적용 범위를 넓히되 특별시와 광역시, 인구 50만명 이상 대도시는 그대로 2주택을 유지할 것을 제안했다.
당시 원희룡 전 국토부 장관은 국토연이 띄운 화두를 이어받아, “농·산·어촌에 대해서는 ‘1가구 1주택’ 규제를 풀어줘야 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원 전 장관은 지난 9월 한 토론회에서 “수도권 인구가 지방에 집을 갖도록 장려해 4일은 도시(4都)에서, 3일은 농·산·어촌에서 생활(3村)을 하고, 단순한 주민등록인구 개념이 아니라 생활인구 개념으로 돌릴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농·산·어촌에 대해선 주택 수 산정에서 제외해 세금 중과 대상에 넣지 말고 별장처럼 쓰도록 유도하자는 것이다. 이런 의견은 다주택자 기준을 풀어 결국 도시 집중과 지방 소멸을 막고, 농·산·어촌을 살리자는 취지에서 나왔다.
이런 파격적인 안이 나온데는 전국 부동산 경기의 양극화가 심각해지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주택 경기는 지난해 서울 등 주요 지역은 그나마 거래와 청약 열기가 이어지는 반면 지방은 악성 미분양 주택이 쌓이고 있는 실정이다. 국토교통부의 ‘11월 주택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말 기준 전국의 미분양 주택은 총 5만7925가구로 전월보다 374가구(0.6%) 줄었다. 이는 작년에 새롭게 분양하는 물량 자체가 줄어든 영향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완공됐는데도 분양에 실패한 주택은 되레 늘었다. 작년 11월 기준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은 1만465가구로 집계됐다. 전월 기준으로 2년 8개월 만에 1만 가구를 넘어선 이후 한 달 동안 241가구(2.4%) 더 증가했다. 악성 미분양 주택의 대다수는 비(非)수도권 물량(8376가구)이었다. 특히 전남(1339가구)과 경기(1069가구), 제주(1028가구), 대구(1016가구), 부산(863가구), 경북(843가구), 충남(837가구), 경남(779가구), 인천(619가구), 강원(504가구)에서는 악성 미분양 주택이 500가구가 웃돌았다. 반면, 서울의 악성 미분양 주택은 전월보다 7가구 줄어든 401가구로 나타났다. 인구 감소로 악성 미분양, 미착공 물량 및 위험 사업장이 몰린 지방의 상황을 풀어주기 위해선 주택 거래 인센티브 등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조처로 수요를 진작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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