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임의 규정 악용해 비리 빈번
입찰 제한 의무화…투명 사업 기대
수도권 시내 아파트 단지 모습. [연합] |
[헤럴드경제=고은결 기자] 지난해 말 서울 한 재건축 단지에서는 시공사 선정을 위한 현장설명회를 앞두고, 조합원 사이에선 입찰에 참여한 한 업체를 놓고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해당 시공사 직원이 과거 재건축 입찰에서 불법 입찰과 관련해 유죄 판결이 내려지며, 이 업체에 대한 입찰 자격 여부를 지적하며 논란이 불거진 것이다. 다만 발주처 측에서 입찰공고를 수정해 재공고하며 해당 입찰은 그대로 진행됐다. 그러나 앞으로는 비리를 저지른 시공사에 입찰 제한을 둬, 이런 사례가 반복되지 않을 전망이다.
10일 국회에 따르면 전날 국회 본회의에서는 재개발과 재건축 등 도시정비사업 입찰관련 비리가 확정된 업체에 대해서는 추후 입찰 참가 제한을 의무화하는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해당 개정안은 천준호·김병욱·최인호·안철수·박진 의원 등 6건의 법률안을 합한 위원장 대안이다.
개정안은 도정법 제113조의3 건설사업자 및 등록사업의 입찰참가 제한에 대한 일부 내용을 수정했다. 시·도지사로 하여금 수주 비리를 저지른 건설업체에 대한 입찰 제한을 의무화했다.
현행법은 시공사 선정 과정에서 금품 등을 수수할 경우 시공권을 취소하거나 과징금을 부과하고 2년간 입찰 참가를 제한하는 등 시공사 수주 비리에 대한 제재 규정을 두고 있다. 도정법 제 113조의3 제1항에는 입찰 참가 제한과 관련해 ‘입찰 참가를 제한할 수 있다’라고만 규정돼 있다. 이는 임의 규정에 불과해, 이를 악용하거나 회피하는 수주 비리는 꾸준히 발생해 왔다.
이에 개정안을 이를 ‘입찰 참가를 제한해야 한다’로 수정했다. 아울러 입찰참가 제한 관련 내용을 정비사업관리시스템에 등록하고, 1회에 한해 과징금으로 입찰참가 제한을 갈음할 수 있는 내용을 담은 조항도 제113조 내에 신설했다. 이번 도정법 개정안은 공포한 날부터 시행하지만, 제113조의3의 개정 규정은 공포 후 6개월이 경과한 날부터 시행한다.
그간 정비업계에선 수년간 재개발·재건축 등 도시정비사업 시공사 선정총회가 활발하게 이뤄지는 상황에서 수주 비리가 버젓이 벌어지고 있단 지적이 꾸준했다. 현장에서 조합원의 명단을 불법으로 확보하고, 이를 바탕으로 용역지원(OS)를 동원해 조합원을 개별 접촉하는 불법홍보 사례 등이 비일비재하단 것이다.
공식홍보관 외에 시공사 개별홍보관 투어를 진행하거나, 이 과정에서도 조합원에게 뇌물성 상품권 혹은 선물을 제공하는 불법홍보도 횡행하고 있다. 시공사 선정을 위한 총회 당일에 일부 조합원의 표를 현금을 주고 매수하는 등의 불법행위 역시 빈번하다는 게 현장의 목소리다.
이에 이번 개정안을 통해 도심 정비사업 시공자 선정 과정이 보다 투명해질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수주 비리 업체에 대한 입찰 참가 제한과 시공사 선정 취소, 과징금 부과 등의 행정제제가 임의 규정이 아니라 의무화됨에 따라, 비리 업체들은 수주 경쟁에 대한 부담감을 느낄 수 밖에 없다"며 "이에 따라 깨끗한 수주 환경이 조성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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