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규모 생태·경관보전지역인 왕피천 유역에 서식하는 멸종위기야생동물들 [녹색연합 유튜브] |
[헤럴드경제=주소현 기자] 2030년까지 전 국토의 30%를 보호지역 및 자연공존지역으로 지정하고 지역사회와 상생을 통해 이를 강화하겠다고 발표한 환경부가 기존의 생태·경관보전지역의 환경감시원 예산을 전액 삭감했다.
16일 환경부는 지리산, 섬진강, 동강 유역 등 생태·경관보전지역 9곳의 환경감시원 예산을 전액 삭감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생태·보전지역의 환경감시원 예산은 약 27억원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고용노동부에서 매해 모든 부처의 일자리 사업에 대해 평가한다”며 “환경감시원은 질적으로 좋은 일자리가 아니라는 평가를 받아 사업을 없앴다”고 설명했다.
환경감시원은 생태·경관보전지역 내 야생동식물 포획 및 채취나 불법 어로 행위 등 자연환경 훼손 행위를 감시하고 환경오염행위를 신고 및 계도하는 역할을 한다. 해당 지역에 대한 지리적 경험과 야생생물에 대한 지식이 풍부한 지역주민이 환경감시원으로 활동해 왔다.
왕피천 유역 생태·경관보전지역 수곡리 일대와 동해안으로 이어지는 왕피천 [녹색연합] |
환경노동위원회 이은주 의원실에 따르면 경북 울진에 위치한 왕태천 생태·경관보전지역에서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90명 안팎의 주민들이 9개 관리초소에 상주하며 환경감시원으로 근무해왔다. 이에 소요된 예산은 연 75억~117억원 가량이다.
왕태천 생태·경관보전지역은 환경부에서 지정한 생태·경관보전지역 중 가장 규모가 큰 곳이다. 면적만 102.841으로 여의도 면적의 33배 규모에 달한다.
이곳은 수달, 산양, 삵, 담비, 매 등의 야생동물과 노랑무늬붓꽃 등 멸종위기야생생물 19종이 서식하는 등 생물다양성이 뛰어난 곳이다. 왕피천 계곡에는 1급수에만 서식하는 버들치가 서식하며, 연어의 회귀 지역으로도 보고됐다.
왕피천 유역 생태·경관보전지역 속사교 일대. 야생동물의 발자국이 찍혀있다. [녹색연합] |
생태·경관보전지역은 자연상태 원시성을 유지하고 있거나 생물다양성이 풍부, 지형 지질이 특이하거나 특별히 보전할 필요가 있는 곳을 환경부나 시·도지사가 지정한다.
환경부가 지정한 생태·경관보전지역은은 지리산, 섬진강 수달서식지, 고산봉 붉은박쥐서식지, 동강 유역, 왕피천 유역, 보령 소황사구, 강릉 하시동·안인사구, 청도 운문산, 고흥 거금도 적대봉 등 9개소다.
환경감시원이 당장 없어지면 생태·경관보전지역의 관리 및 감독의 공백이 생길 수밖에 없다는 게 환경단체들의 지적이다.
녹색연합은 “보호구역으로 지정만 하고 실제론 방치되는 일명 ‘페이퍼 파크(paper park)’로 전락할 위기”라며 “환경부는 생태·경관보전지역의 제대로 된 보전과 관리를 위해 환경감시원 예산을 원상 회복하고, 지역주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라고 밝혔다.
왕피천 유역 생태·경관보전지역 천축산 항공 사진 [녹색연합] |
한편, 환경부는 지난해 12월 26일 ‘2030 국가보호지역 확대 로드맵’을 발표하고 생태계 보전·보호지역으로 관리하기로 했다. 이는 지난해 제15차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총회에서 채택된실천 목표 중 ‘2030년까지 전 지구의 최소 30%를 보호지역 등으로 관리한다’는 목표를 국내에서 이행하기 위한 계획이다.
환경부는 생태계 보전·보호지역을 관리하기 위한 3대 과제 중 하나로 지역사회 상생 기반 강화를 꼽고, 추진 과제로 보호지역 내 주민과 상생협력 강화를 제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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