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자산신탁에 데이케어센터 철회 및 재협상 요구
문화시설 대체 방안 고려하지만…사업 차질 우려
서울시 신속통합기획으로 초고층 고밀 개발을 추진하고 있는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시범아파트’ 모습. [임세준 기자] |
[헤럴드경제=박로명 기자] “민간 아파트 단지 내에 기피 시설인 데이케어센터라니요…과도한 기부채납 요구 취소해 주세요” (여의도 시범아파트 소유주)
서울시 신속통합기획으로 최고 65층 초고층 고밀 개발을 추진하고 있는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시범아파트’가 기부채납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서울시가 재건축 종상향 혜택을 전제로 기부채납 건축물에 노인 주간 보호시설인 ‘데이케어센터’ 설치를 추가로 요구해서다. 소유주들은 “과도한 기부채납 요구”라며 데이케어센터 설치 계획 철회를 강력하게 주장하며 맞서고 있다.
27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시범아파트 소유주들은 정비계획(안) 공람 공고를 앞두고 시행자인 한국자산신탁에 서울시와 기부채납 문제를 재협상할 것을 요구했다. 앞서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도계위)는 지난해 10월 여의도 시범아파트 재건축사업 정비계획 결정 및 정비구역 지정(안)을 수정 가결했다. 이 과정에서 기존에 기부채납시설로 지정됐던 과학체험관과 노인여가시설이 빠지고 서울시가 요구한 데이케어센터가 포함됐다.
서울시 복지정책의 일환인 데이케어센터는 경증 치매나 노인성 질환이 있는 노인이 미술·음악 수업을 듣고 운동 치료 서비스를 받는 시설이다. 일명 ‘노인 유치원’으로도 불리지만, 서울 곳곳에서 데이케어센터 설치를 두고 주민과 마찰을 빚고 있다. 시범아파트 소유주들도 정비계획안이 수정 가결된 후 뒤늦게 데이케어센터가 포함된 사실을 인지, 한국자산신탁에 “중대한 사안을 소유주 동의 없이 처리했다”며 계획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한국자산신탁이 서울시의 요구를 수용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따로 있다. 최근 서울시가 공개한 시범아파트 정비계획안에서 언급된 ‘토지 기부채납 가중치’가 기존 신속통합기획안 내용과 달라져서다. 토지 기부채납 가중치는 서울시가 재건축 아파트의 종상향 등 용적률을 높여주는 대신 소유권을 가져가는 토지·건축물의 인정 비율이다. 이 수치가 낮아질수록 소유주들이 내놔야 하는 자산이 많아진다.
시범아파트는 지난 1년간 토지 기부채납 가중치 1을 전제로 재건축을 추진해왔다. 그러나 서울시가 작년 10월 정비계획안에서 해당 가중치를 기존 1에서 0.8%로 20% 낮추며 비상이 걸렸다. 서울시는 신속통합기획 대상지 단지들의 반발이 잇따르자 대안을 제시했다. 데이케어센터와 같은 전략 시설과 임대주택에 한해서 가중치를 1로 상향 조정해 주겠다는 것이다. 이에 한국자산신탁은 임대주택을 최소화하기 위해 데이케어센터 건립안을 수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시범아파트 소유주들의 항의가 빗발치자 한국자산신탁은 대책 마련에 나섰다. 한국자산신탁은 소유주들에게 노인여가시설과 과학체험관을 삭제하고, 해당 면적만큼 문화시설을 확보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문화시설을 기존 1만7593㎡에서 2만8997㎡로 늘리는 내용이 골자다. 이를 위해 설계업체, 도시계획업체와 세부계획안을 준비 중이며 작성까지 1개월 이상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자산신탁은 세부계획안이 마련되면 서울시와 재협상에 나서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다만 이 과정에서 임대주택 일부 증가 등 해결해야 하는 문제가 남아있다. 비주거비율 5%를 준수하기 위해선 아파트 단지 내 문화시설을 위한 면적(9035㎡)을 확보해야하는데, 계획대로 되지 않을 경우 상업시설이 1만㎡에서 1만8000㎡로 증가해 분양 리스크가 커진다.
게다가 문화시설은 주택법상 ‘복리시설’에 해당되지 않아 인허가관청과의 협의가 필요하다. 서울시가 기부채납으로 문화시설을 인정하지 않을 경우 계획이 무산되면서 원점으로 돌아가게 되는 셈이다. 한국자산신탁은 소유주들에게 “매달 개최되는 정비사업위원회에 소유주들의 참관을 허용해 지속적으로 추진 현황을 공유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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