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2011년 통계 작성 이래 최저치
대구·광주 등 지방은 월 착공 물량 ‘0가구’
서울 시내 빌라 밀집 지역의 모습. [연합] |
[헤럴드경제=박로명 기자] 신축 빌라가 시장에서 자취를 감추고 있다. 빌라 착공 물량이 12년 만에 역대 최저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 경기 침체로 사업성이 크게 악화된 상황에서, 이른바 ‘빌라왕 전세사기’ 여파로 수요가 급감하면서 착공 물량이 바닥을 찍은 것으로 풀이된다.
5일 국토교통부의 ‘주택유형별 주택건설 착공실적’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빌라(연립·다세대주택) 착공 물량은 1만1893가구로 집계됐다. 4만1422가구를 기록한 전년과 비교해 71.3% 감소했다. 이는 국토부가 2011년 관련 통계를 작성한 이래 연간 기준 가장 낮은 수치다.
처음 통계가 공개된 2011년 빌라 착공 물량은 10만3897가구였다. 이듬해인 2012년엔 12만7164가구를 기록, 빌라가 전세난의 ‘틈새상품’으로 각광받으면서 비(非) 아파트 주택 공급이 크게 증가했다. 2013년과 2014년엔 각각 8만9470가구, 9만2912가구에 머물며 상승세가 둔화되는 듯 했다.
하지만 2015년 ‘빌라 짓기’ 열풍이 거세게 불면서 인허가 물량이 급증했다. 전세난을 겪은 수요자들이 아파트보다 싼값에 내 집 마련을 할 수 있다는 기대감에 빌라 매매로 눈을 돌리면서다. 이에 빌라 착공 물량도 역대 최대치인 13만6849가구를 기록해 공급 과잉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서울 시내 한 부동산 중개업소 모습. [연합] |
이후 첫 삽을 뜬 빌라는 2016년 11만7529가구, 2017년 8만9627가구, 2018년 7만1805가구로 점차 줄었다. 2019년부터 2021년까지 3년 간 5만 가구 수준을 유지하다 2022년부터 감소세로 돌아섰다. 한때 아파트를 대체할 수 있는 ‘서민주택’으로 주목 받았으나, 작년부터 불거진 빌라 전세사기와 고금리,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 등으로 착공 물량이 크게 줄었다.
지방에서 빌라 시장 위축은 더욱 심각한 상황이다. 지난해 12월 대구·광주·대전·울산·충북·전북·전남·경북·경남 등에서 빌라 착공 물량은 0가구였다. 대구는 지난해 5월부터 8개월 연속 공사에 착수한 빌라가 한 군데도 없었다. 울산은 6개월, 대전은 5개월 연속 빌라 공사 현장이 자취를 감췄다. 지방은 아파트 공급이 적지 않은데다, 빌라 기피 현상으로 아파트로 갈아타려는 수요가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
전국에서 부동산 경기 침체로 모든 주택 유형에서 공급이 줄었지만 빌라가 가장 큰 타격을 입었다. 지난해 아파트 착공 물량은 전년 대비 45.5% 감소한 20만9351가구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빌라가 71.3% 떨어진 것을 고려하면 감소 폭이 25% 가까이 차이나는 셈이다. 저소득층의 주거 버팀목 역할을 해왔던 빌라의 공급이 지속적으로 줄어들 경우 서민의 주거 불안이 심화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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