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에서 판매 중인 미국산 소고기 [블로그 캡처] |
[헤럴드경제=주소현 기자] “싸고 맛있어서 장볼 때마다 집어 들었는데…가격이 야금야금 오르더라고요.”
저렴하게 즐길 수 있는 소고기로 인기를 끄는 미국산 소고기. 그런데 요즘 이 미국산 소고기 가격이 심상치 않다.
최근엔 특히 더 가파르게 비싸지고 있다. 불과 5년 새 가격이 두 배나 뛰었다. 오히려 이건 시작에 불과하다. 올해 안에 더 가파르게 비싸질 게 유력하다.
왜 미국산 소고기 가격이 폭등하고 있을까? 그 이유가 다름 아닌 이상기후다.
수년째 미국 가뭄이 이어지면서 옥수수나 곡물 등 미국 소 사료 값이 급등했다. 그러자 이를 감당하지 못한 미국 축산 농가들이 소 사육을 줄이고 있다. 그 결과, 소고기 값이 계속 고공행진하고 있다.
한 대형마트 정육코너에서 시민이 장을 보고 있다.[연합] |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평균 미국산 냉장 갈비살 소비자 가격은 100g당 4362원이다. ▷2018년 2190원 ▷2020년 3039원 ▷2022년 4233원으로 해마다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불과 5년 새 가격이 두배로 뛰었다. 미국산 소고기 한 근을 산다면 5년 새 1만3000원을 더 줘야 하는 셈이다.
앞으로 더 오를 가능성도 크다. 통상 미국산 소고기 가격은 한두 달에서 최대 여섯달 시간 차를 두고 국내에 반영된다. 미국 내에서 소고기 가격은 이미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달 말 발표된 미국 농무부의 소 사육두수(Cattle Inventory)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월 1일 기준 미국 소 사육두수는 8720만두로 1951년 이래 최저치로 집계됐다. 육우 재고량도 2800만여 마리로 1970년대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미국 농무부는 “현재 사육 주기 상황으로 볼 때 육우 암소(beef cow) 사육두수는 2025년에 최저치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2026년까지는 소고기 생산량이 감소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뉴욕포스트] |
이는 수년째 이어진 미국의 가뭄의 영향이다. 특히 지난해에는 1200년만의 최악의 가뭄이 미 전역을 덮쳤다.
미국 국가통합가뭄정보시스템(NIDIS)에 따르면 목초지와 방목장의 상태가 열악하거나 매우 열악한 곳이 지난해 10월 22일 40%를 차지해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국 농무부도 1866개 카운티를 가뭄 재해 발생 지역으로 지정했는데, 이는 미국 영토의 57.5%에 해당한다.
특히 소고기 최대 생산 주인 텍사스, 네브래스카, 텍사스 주 등의 목초지가 마르면서 소고기 사료 비용이 급등했다.
가뭄이 오면 단기적으로는 소고기 값이 떨어지지만, 장기적으로는 가격이 오른다. 풀이나 옥수수, 곡물 등 사료를 수급하기 어려워진 소 사육 농가가 부담을 줄이기 위해 소를 대량으로 도축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당장은 소고기 생산량이 늘어나지만, 사육 기반을 재건하는 과정에서 소고기 생산량이 다시 떨어진다.
텍사스 샌앤젤로 OC어부호수의 갈라진 바닥을 가로질러 걸어가는 모습 [AP] |
가뭄으로 사료 값이 오르고 소고기 값이 연쇄적으로 올랐다. 이런 유례 없는 가뭄이 일어난 건, 결국 인간의 활동에서 비롯됐다.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의 연구에 따르면 2000년대 이후 토양 수분 부족의 42%가 인간에게 책임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 주 저자인 지리학자 파크윌리엄스는 “기후변화가 없었다면 지난 22년은 아마도 300년 중 가장 건조한 기간이었을 것”이라며 “대가뭄이 해소되는 데 수년이 걸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후변화로 인한 극심한 가뭄, 그로 인한 소고기 가격 급등은 미국산 소고기에서 그치지 않을 수도 있다. 국내 수입 소고기 1,2위를 다투는 호주도 미국의 전철을 밟고 있어서다. 호주의 주 소고기 생산지인 서남부에도 지난해 봄부터 극심한 가뭄이 찾아왔다.
1월 넷째주 미국에서 도축한 소는 전년 대비 6.2% 줄었는데, 호주에서 도축한 소는 전년 대비 15.7% 늘었다. 다음엔 호주산 소고기 가격도 오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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