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각 추진에도…분양대행업체 선정 과정부터 난항
서울 핵심지 ‘원베일리’·‘헬리오시티’도 ‘미분양 늪’
서울 강남구 개포자이 프레지던스 전경 [박로명 기자] |
[헤럴드경제=박로명 기자] 신축 아파트 단지 내 상가가 대규모 공실(空室)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해부터 금리 인상, 거래 가뭄 등이 본격화된 데다, 서울 핵심지 아파트 상가에서 미분양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투자자들이 몸을 사리고 있는 것이다. 일부 조합은 분양업체를 선정해 미분양 상가를 통매각 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지만 이조차 여의치 않아 ‘상가 불황’이 장기화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10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 개포자이 프레지던스(개포주공4단지 주택재건축정비사업조합)는 분양대행사를 통해 미분양 상가 통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18일 ‘상가 분양대행 용역업체 선정 입찰 공고’를 냈지만 입찰 마감일인 28일까지 한 곳도 서류를 내지 않아 유찰됐다. 조합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인 시기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조만간 재공고를 올릴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조합이 매각을 시도하는 미분양 상가 물량은 16개다. 연도형 상가 지하 1층 물량이 8개로 총 분양가격은 118억원 규모다. 구체적으로는 전용면적 44㎡ 6개, 58㎡와 59㎡ 각각 1개씩이다. 독립형 상가 지하 1층 물량은 총 8개로 전용면적 41㎡부터 747㎡까지 다양하며 총 분양가격은 128억원 수준이다. 연도형과 독립형 상가를 모두 합친 분양가격은 246억7341만원이다.
서울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 원베일리’ 상가. [박로명 기자] |
앞서 조합은 지난해 4월에도 분양대행 업체 선정에 나섰으나 참여 업체가 없어 무산됐다. 업계에선 그간의 재건축 아파트 선례를 고려할 때 조합이 분양대행 업체를 찾는 과정부터 녹록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 원베일리’는 서울 지하철 7·9호선 고속터미널역과 연결된 핵심 상권임에도 지난달 기준 162개 상가 점포 중 20여개가 공실로 남아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마찬가지로 2018년 입주한 서울 송파구 ‘헬리오시티’도 5년째 상가 미분양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헬리오시티(가락시영아파트 주택재건축정비사업 조합)는 작년 11월 다섯 번째 상가 보류지 매각 공고를 냈다. 지난해 1월 16억원이었던 전용면적 37㎡ 1층 점포를 2.7% 할인한 15억2100만원, 5억원이었던 전용면적 24㎡ 1층 매장을 2% 낮춘 4억9000만원에 공개했지만 끝내 주인을 찾지 못했다. 조합은 올해 여섯 번째 상가 보류지 입찰 공고를 올릴 예정이다.
서울 강남구 개포동의 한 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는 “최상의 입지조건을 갖췄다는 래미안 원베일리도 상가 미분양에 시달리는 상황에서 다른 아파트 단지 상가 매각은 더 어려울 게 불보듯 뻔하다”면서 “2019년 입주한 ‘디에이치 아너힐스’의 경우 경기가 나쁘지 않았음에도 상가 미분양 물량을 소화하기까지 3~4년이 걸렸다”고 말했다. 이어 “상가 분양 가격이 적정한 수준임에도 선뜻 나서는 분양대행 업체를 찾기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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